『폭력』
우에노 나리토시(上野成利) 지음
정기문 옮김
우리 시대 폭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21세기는 여전히 폭력의 시대다”
폭력.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폭력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폭력은 단순히 인간의 야만성으로만 이뤄진 걸까? 문명이 발달할수록 폭력은 사라질까? 이 책은 정치철학가들의 사상으로 폭력을 다층적으로 사유하고 정리한 책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20세기는 폭력의 세기이다’라고 명명했다. 세계전쟁, 지역분쟁, 내전 등 전쟁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배경으로 이전 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의 죽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폭력의 세기로서 20세기를 되돌아볼 때 주목할 사건은 바로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량 학살 사건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이 충격을 주었던 건 유럽 전역에서 유럽인을 수용소로 이송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철도 시스템이 인간의 합리성으로 냉철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폭력의 세기로 20세기의 경험은 이제 폭력이 더 이상 인간의 야만적인 행동이 아니라 합리성과 이성이 얽혀 있음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 처음 저자에게 한국어판 서문을 부탁했는데요, 그때는 힘들다고 하셨는데 책이 발간될 때쯤 바쁜 일이 끝났다고 한국어판 서문을 보내 주셨습니다. 아- 너무 잘됐다고 생각했지요. 물론 안 된다고 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저자에게 부탁한 정기문 역자의 성실함이 있었습니다:)
* 본문만큼 충실한 기본문헌 안내입니다. 책 이름을 나열한 참고문헌이 아니라 본문에 나오지 않지만 폭력을 이해할 만한 책들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아직 한국에 출판되지 않는 책은 한국어로 번역하고 각주에 원서를 달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역자가 본문만큼 번역하는 것이 힘들었지요^^ 원서에서는 3부로 구성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우에노 나리토시는 아렌트, 슈미트, 벤야민,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등 20세기 전반 독일어권 사상가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인간의 야만이라고 생각했던 폭력의 근원을 다시 물으며, 폭력과 뒤얽힌 근대, 국가, 전쟁, 정치, 이성 등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에 입각해 충실하게 논의를 펼친다. 이는 어떤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폭력 그 자체에 집중해 폭력이 지닌 여러 층위를 흥미롭게 고찰하게 한다. 저자가 20세기 사상가들의 사상을 주목한 이유는 최근 연구 동향이나 스타일만을 좇지 않고 그 시대에 입각해서 논의를 펼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는 책 기본문헌에 사상가들의 사상이 어떠한 시대 배경 속에서 쓰였는지 충분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폭력에 대해 조금 더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 표지만큼 중요한 뒤표지입니다. 출판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책 뒤에 문구 뽑는 일이 참 재미있어 보였는데요, 막상 편집자가 돼서 책에 어울리는 문구를 뽑으려고 하니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독자에게 어떤 말로 첫 마디를 전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 됩니다.
폭력 역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제목이 단순해서, 사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주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어 한나 아렌트가 '20세기는 폭력의 세기다'라고 말한 문장을 변용해서 문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폭력의 어원부터 정치 철학가들의 사상까지
다양한 담론으로 폭력 고찰
저자는 폭력의 의미를 독일어 게발트(Gewalt)와 영어 바이오런스(violence)의 어원에서 찾는다. 게발트는 ‘관리, 통제한다’는 의미로 강제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뜻은 ‘권력’에 가깝다. 반대로 바이오런스는 이러한 함의가 없다. 바이오런스는 어떤 강렬한 힘이 인간의 통제를 넘어 솟구친다는 뜻을 가진다. 이처럼 폭력은 주체의 의지대로 되는 힘과 되지 않는 힘,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책의 저자는 폭력의 이중성을 주목하고 통제된 폭력과 통제되지 않는 폭력 등 폭력의 다양한 층위를 정치철학자들의 논의로 사유하면서 밝히고자 한다.
Ⅰ부 ‘폭력의 정치학’에서는 게발트로서의 폭력에 집중하여 국민국가와 전쟁이라는 근대정치 현상 속에서 어떠한 폭력이 작동했고, 20세기가 되어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지형도를 제시한다. Ⅱ부 ‘폭력의 변증법’에서는 바이오런스로서의 폭력에 눈을 돌려 통제 불가능한 법외적인 폭력이 어떻게 권력 장치의 내부로 회수되었는가를 묻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조건을 폭력 그 자체 속에서 탐색한다. 마지막에는 이러한 일련의 고찰에 입각하여 폭력비판의 논리를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논의한다.
*『폭력』은 이와나미 서점에서 출간한 '사고의 프론티어(思考のフロンティア)'시리즈 중에 하나로 2006년에 출간한 책입니다. 시리즈 목록을 보면 한 가지 주제를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폭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그래서 열혈한(?) 회의 끝에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많이 애독해 주세요^^
사유하는 폭력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 모색
이 책은 폭력이 근대, 국가, 전쟁, 정치, 이성 등 복잡한 관계들과 우리 사회 곳곳에 어떻게 스며들게 되었는지 다양한 논의를 펼친다. 엎치락뒤치락 펼쳐지는 사상가들의 사상은 폭력에 대한 사유의 폭을 확장시키는 것은 물론 폭력 전반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벤야민 말에 따르면 사회에 통제되지 않는 질서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법 정립이 필요하고 기존의 질서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에도 폭력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슈미트 논의를 빌려 인간이 철두철미하게 ‘자기보존’을 지향하는 존재이므로 자기보존에 장해가 되는 타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말하는 자기 내부에 뛰어든 타자를 배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비판적 주체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적대관계를 은폐하지 않고 다원성과 투쟁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것이다. 또한 분쟁에 있어서 비폭력적인 방법의 가능성으로 벤야민이 말하는 대화에 방점을 둔다. 무조건적으로 타자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위험한 대화를 부단히 시도하면서 타자를 수용하는 방법의 타당성을 부단히 밝혀가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기술임을 저자는 이 책에서 변증법적 논법으로 차근히 풀어가고 있다.
◎ 저자 : 우에노 나리토시(上野成利)
1963년생. 와세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고베대학 국제문화학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분야는 정치사상·사회사상사다. 저서로는 『정치·권력·공공성』(政治·権力·公共性), 『서양정치사상사Ⅱ』(西洋政治思想史Ⅱ), 『변이하는 다위니즘』(変異するダーウィニズム)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목소리의 회귀』(声の回帰), 『미학 이데올로기』(美学イデオロギー), 『근대: 상상된 사회 계보』(近代: 想像された社会の系譜) 등이 있다.
◎ 역자: 정기문
1981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동아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부산의 젊은 연구자들의 모임인 <해석과 판단>과 <젊은 비평가 포럼>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폭력』
우에노 나리토시(上野成利) 지음
정기문 옮김
정치 사회 | 국판 변형| 208쪽 | 17,000원
2014년 3월 17일 출간
ISBN : 978-89-6545-241-6 03300
이 책의 저자 우에노 나리토시는 아렌트, 슈미트, 벤야민,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등 20세기 전반 독일어권 사상가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인간의 야만이라고 생각했던 폭력의 근원을 다시 물으며,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에 입각해 충실하게 논의를 펼친다.
◎ 서점과 인터넷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폭력 - 우에노 나리토시 지음, 정기문 옮김/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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