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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사람에게 희망은 결국 사람이더라─정인 저자와의 만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26.

 

 

 

62회 산지니 11월 저자와의 만남
정인, 『만남의 방식』

 

 

11월 21일 금요일에 『만남의 방식』 소설집을 펴낸 정인 작가를 초청해 저자와의 만남을 열었습니다. 장소는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즐겨 여는 서면 러닝스퀘어입니다. 저자와의 장소 대관은 이때까지 온수입니까 편집자의 업무였는데, 그이가 결혼을 하고 산지니를 떠나면서 저의 업무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행사 며칠 전, 예약이 되지 않아 저자와 독자 출판사 식구가 다 함께 혼란에 빠지는 악몽을 잠깐 꾸기도 했습니다.

 

정인 소설가

 

오랜만에 만난 정인 작가님은 책을 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책을 내면 부족을 포장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기쁨보다는 자괴감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행복감이 충만하고 싶은데 부끄럽다고 말입니다. 이제 선생님이 쓸 세 번째 소설, 첫 번째 장편이 새로운 방점이 되겠지요.

대담을 맡아주신 분은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를 번역하기도 하신 황은덕 소설가님입니다. 이번 책이 무엇보다 잘 읽힌다고 추켜세우면서, 소설 한 편 한 편의 줄거리와 화제를 정리해 독자와 이야기할 장을 미리 만들어놓는 솜씨 덕분에 분위기는 시종일관 편안했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이야기한 작품은 「해바라기의 비명」으로,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여선생이 주인공입니다. 역시 성폭행을 소재로 한 학생 연극을 보게 된 그 사람은 연극이 끝나자 무대로 나가 또 다른 상처받은 사람들을 향해 자신을 고백합니다.  두려우면 손을 내밀라, 아무도 없다면 자신이 잡아주겠다고 말합니다. 감동적이지만 결말이 작위적이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한데요. 작가님 역시 억지스럽지 않나 하는 우려로 쓰면서 고민, 쓰고 나서도 고민했던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님의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피해자가 된 데에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이 어른 구실을 못하는 이 사회에서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누군가는 어린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지 않나'라는 작가의 강한 자의식이 발로한 작품입니다.  황은덕 작가님은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셨고, 만남 자리에 참석한 독자분 역시 “용기 내는 모습이 멋지다”며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대담자 황은덕 소설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실화를 바닥에 두고 쓴 소설이 제법 들어 있습니다. 외며느리가 혼자 제사 치를 걱정에 기독교로 개종하신 정인 소설가의 아버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유서」, 집 근처 산책로를 넓히고 야생화 대신 벚나무와 영산홍을 심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다 쓴 「실버로드」. 그리고 「해바라기의 비명」 역시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근간이 되었죠. 특히 「유서」는 선생님이 제일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 정인 황은덕 선생님이 플랜카드의 글귀를 눈여겨보셨습니다. 산지니 블로그에 올라온 정인 작가님 인터뷰 중 한 문장을 뽑아 다듬었는데, 은근한 열이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덕분에 일상이 어떻게 소설이 되는지, 나아가 상처는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지켜보는 시간은 오래 따뜻했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다음 목적지는 어딥니까?" ─ 『만남의 방식』(책소개)

사람이 희망이다 :: 『만남의 방식』 소설가 정인 인터뷰

 

12월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 저자 류영하 교수님을 모십니다. ‘우산혁명’으로 뜨거운 홍콩 밑으로 많이 들어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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