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충 부산일보 기자
학생 수의 급격한 저하로 사라지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을 닫는 학교, 휑뎅그렁하게 텅 빈 폐교는 어딘가 쓸쓸한 느낌을 자아낸다. 백현충 기자도 1978년 문을 닫은 부산 초장국민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다. 마지막 졸업식 때 펑펑 울었던 그는 사라진다는 것의 두려움과 서글픔을 그 때 이미 알아버렸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폐교 문화공간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주말마다 전남 해남에서 강원도 화천까지 전국을 떠돌았다. 그 여정에서 그는 깨달았다. 사라진 것에 대한 추억은 비단 자기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제공했던 폐교사랑모임의 결성도 그런 생각에서 이루어졌다. 2011년 3월 예술인과 언론인, 행정가 등이 폐교 활용의 좋은 사례를 연구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이 모임을 통해 그는 매달 한 차례 전국 폐교 문화공간을 탐방했다.
“공간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폐교 문화공간 운영자로부터 들은 이 말은 문화공간으로서의 폐교가 지역과 지역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건설보다 재생이 더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건강한 지역문화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폐교 문화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책 출간을 결심하게 된 계기죠.”
최근 ‘폐교, 문화로 열리다’를 펴낸 백 기자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폐교 문화공간 40곳을 다뤘다. 대부분이 의미가 있는 곳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시골마을 예술텃밭 뛰다, 록봉민속교육박물관, 감자꽃스튜디오 등은 앞으로 꾸준히 연구해야 할 정도로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큰 공간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특히 감자꽃 스튜디오는 지역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예술문화가 적절히 활용되고 있는 곳입니다. 앞으로 폐공장, 폐가, 폐관공서 등 모든 폐 공간에 복합멀티 문화공간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는 앞으로 다른 폐 공간에 대해서도 관심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교육부 등 해당 부처가 여전히 폐 공간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가 소개한 많은 폐교 문화공간은 문화가 특정 계층의 향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폐교 문화공간은 수많은 도시 사람들을 불러들여 해당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죠. 지자체나 국가, 기업이 관심을 갖고 폐 공간을 사회문화 공간으로 재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강아영ㅣ한국기자협회ㅣ2015-06-03
폐교, 문화로 열리다 - 백현충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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