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해외에서 주목 받는 여성 작가들의 걸작 소설들이 잇따라 번역·출간됐다. 재기 넘치는 유러머스함부터 진지한 사회의식, 자전적인 고뇌 등이 감지된다.
○…스웨덴 소설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68)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범죄소설이다. 근데 유머러러스하다. 79세 할머니 메르타 안데르손과 네 명의 노인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사회가 노년층을 취급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은 노인들이 '강도단'을 꾸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사회를 바꿔 나가고자 하는 내용을 그린다.
잉엘만순드베리는 15년 동안 수중고고학자로 지냈다. 작가로서 역사 소설, 어린이책, 유머, 에세이집 등 다양한 장르에서 18종의 책을 펴냈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40개국 25개 언어로 번역돼 150만부가 팔렸다. 작년 이 소설로 이탈리아 프레미오 로마 픽션상을 받았다. 정장진 옮김, 592쪽, 1만4800원, 열린책들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55)의 유일한 소설인 '작은 것들의 신'은 1997년 데뷔와 동시에 그녀에게 부커상을 안긴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한 차례 출간된 바 있으나 이번에 새로운 번역으로 재출간됐다.
인도의 이국적인 풍경이 배경이다. 사회의 제도와 관습으로 한 가족의 삶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렸다. 세계에서 40여개 언어로 번역 출간, 600만부 이상 팔렸다.
로이는 약 5년간 집필한 이 소설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페미니즘, 환경 문제, 인도와 주변국의 정치 문제, 세계화에 따른 신제국주의 등에 강렬한 목소리를 내는 사회운동가다.
'작은 것들의 신'은 로이의 삶을 투영한 반(半)자전적 소설이다. 등장인물 설정부터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상당 부분이 그녀의 삶과 겹친다. 로이는 "이 소설은 나의 세상이며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라며 "어떤 특정한 사회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원 옮김, 488쪽, 1만5500원, 문학동네
○…'다 잘된 거야'는 예리한 필치로 현대여성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 든 프랑스 작가 엠마뉘엘 베르네임(61)의 자전소설이다. 자신과 아버지의 내밀한 이야기를 썼다.
뉘엘은 동생 파스칼로부터 아버지 앙드레가 응급실에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병원으로 간다. 아버지는 뇌혈관 사고로 반신마비가 왔다. 이 모든 것을 '끝내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뉘엘은 계속해서 아버지를 돕지만 지속적인 불면증과 메스꺼움에 시달린다. 변호사와 공증인은 아버지의 안락사를 돕는 뉘엘과 파스칼에게 법적인 위험을 예고한다.
주제는 묵직한데 문체는 간결하다. 고통과 슬픔이 절제돼 있어 공감대가 증폭된다. 안락사의 소재가 사회적 문제로 범주가 확장되는 셈이다. 이원희 옮김, 284쪽, 1만2000원, 작가정신
○…폴란드의 대표 여성 소설가인 엘리자 오제슈코바(1841~1910)의 '마르타'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불행한 여인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인 주인공 마르타의 필사적인 삶을 그린다.
여인이 남편 없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회로 나오면서 겪는 일들을 통해 근대 유럽의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의 생존권과 존재 방식, 교육에 대한 문제를 자연스럽고 심도 깊게 다룬다.
오제슈코바는 '사회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교육과 노동에서 소외된 사회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한다. 1873년 폴란드어로 출간된 이후 프랑스, 일본 등 총 15개 언어로 번역됐다. 장정열 옮김, 352쪽, 1만5000원, 산지니
realpaper7@newsis.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