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에 갔다 온 414.입니다.
지난 목요일, 저는 장전동에 있는 아스트로 북스에 방문했습니다.
아스트로 북스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장성시장에 있는 작은 서점입니다. 선간판도 없고,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찾았을 때 희열감을 준다는 '아스트로 북스 블로그'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입구 왼쪽 사진의 입구로 들어가 서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오른쪽 입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길 찾기는 나름 자신 있는 분야였는데. 매력을 하나 잃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왕 못 찾는 김에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나유타 카페
B-SHOP
개인의 취함
그리고 아스트로 북스입니다.
눈앞에 있었습니다.
서점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깔끔했습니다. 중간 탁자 위에는 귤과 문구 용품, 여러 책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서서 인사를 드리자, 아스트로 북스에선 제게 차와 귤을 권하셨습니다.
귤과 책과 솔방울과 성냥과 여러 가지 문구 용품과 그리고 탁자입니다.
아스트로 북스에 처음 진입했을 때, 유독 명함이나 출입문에 새겨진 로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로고는 아스트로 북스 SNS 프로필 사진과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아스트로 북스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astrobooks.1652.
SNS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서점 같은 느낌으로. [웃음] 실체가 없는. (신비감 있네요.)네, 다들 오프라인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온라인으로만 오프라인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베일에 싸려고 싼 건 아니지만.
로고
해주신 분 따로 계세요. 어떤 의미나 가치로 일을 시작하는지 짧게 인터뷰를 하신 뒤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로고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인터뷰한 다음날 만들어 오셨는데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책을 모티브로 한 우주선, 별, 아스트로.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별생각 없는 인터뷰였는데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곳 시장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에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장성시장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에겐 행운이죠.
(전주의 청년 몰이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가게 수가 많지는 않지만, 젊으신 사장님들이 많으셔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웃음] 저는 전주 청년 몰에 가본 적이 없어요. 그저 우연히 모이게 된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 있는 가게도 서점, 빵, 채식카페, 목공소 등 다양하고, 아니면 10년 20년 이 자리를 지키시던 분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죠.
그래도 좋아요. 우연히 만났지만 좋은 사람들 만나서 같이 지낸다는 건 자체는 의미가 있잖아요.
작은 책방이나 이런 거리에 대한 문화적 기대는 받고 있습니다. [웃음]
연애상담
'현정'이라는 작가가 월요일마다 해주고 있습니다. 그분은 연애나 섹스칼럼을 계속 써 왔고, 저와는 어쩌다 아는 사이가 됐습니다. 잠깐 부산에 내려와서 책을 쓰는 중인데 월요일은 원래 어차피 휴무라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3월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항상 개강하면 '썸'을 많이 타곤 하죠. [웃음]
사실 연애에 대한 고민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자아 성찰이죠.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문제는 자기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네가 어떻게, 이렇게 잘 연애해라 이런 것뿐만 아니라, 네가 어떻게 너를 바라보는지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상담 엄청 잘해요. (기대되네요.) 회초리처럼 날카롭게.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현정. 출처 인스타그램, astrobooks.1652.
소소한 이벤트
(『차의 책』을 차와 함께 찍으셨더라고요.) 팔았어요 그래서. 서울로. 온라인 서점답게.
손님들이 인스타에 올려야 관심을 가져요. 들어오셔도 인스타 보여주시면서 이 책 어디 있냐고. [웃음] 주로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활동적이신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데, 일로서 하게 되니까 평소보다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주로 인스타를 보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의책, 오카쿠라 텐신, 산지니. 출처 인스타그램 astrobooks.1652.
책 추천
제가 요새 즐겨보는 책은 약간 사회 메시지를 담은 것들입니다. 사회 문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청년들도 그런 고민이 많죠. 그 중 『공부중독』은 사회로 나가는 걸 유예하는 우리 모습을 지적합니다. 공부가 싫어도 대학에 가고, 대학원에 가는, 가야만 하는 현실을 짚는 거죠. 책에서 지적하길, 취준'생'도 학생 신분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마치 학생처럼 말하고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사회로 나가길 유예한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취준생이 아니라 취준자, 취준인일 수도 있다는 거죠! [웃음] 재밌습니다. 이 책. 대담형식이라 잘 읽히기도 합니다.
두 번째 추천 책은 수필입니다. 제가 올해 제일 재밌게 읽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섬세한 감성이 잘 묻어나는 책입니다. 제목은 『그들 각자의 낙원』. 책 앞부분의 지도는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에요. 사람마다 안식처가 있듯. 이 작가에겐 이 섬이 그런 곳입니다. 이곳에서 어떤 걸 느끼고, 뭐가 좋은지, 무슨 생활을 했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문장이 아름다워요.
아, 산지니 책 중에서는 지행출!
초판본
(다음에 놀러 와도 될까요?) 놀러 오세요. 다음에는 일 말고, 재미로. [웃음] 요새 저 책이 정말 핫하지 않아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소와다리 초판본. 특히 문학 관련 친구들이 열광하는 거 같아요. 잘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갑작스러운 영감을 받나요?) 이벤트라 해도 거창한 건 없어요. 생각나면, 그냥 기회 될 때 소박하게나마 하고 있습니다. 전에 이탈리아 북 페어를 한 적이 있어요. 친구가 이탈리아에서 책을 10권 정도 사 왔는데, 그걸로 작은 전시를 했습니다. 작은 서점이라 가능한 일이겠죠.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주시는 덕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화 중 단골 분들이 고개를 내밀고 구경하시다 가기가 여러 번 지난 뒤에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추천해주신 책과 제 마음에 드는 책 하나씩을 골라 구매했습니다. 진열된 책들을 좀 더 구경하곤 아스트로 북스를 나섰습니다.
문까지 배웅해주시는 아스트로 북스에 인사를 드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와 걷고 있는데 문득 허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전화가 울렸습니다.
"수첩 두고 가셨어요!"
다행히 멀리 가진 않았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수첩도 되찾았습니다.
무사 귀가 후에, 구매한 책들을 꺼내 구경했습니다.
추천해주신, 『그들 각자의 낙원』과 제가 골라 본 『동사의 맛』입니다.
잘 읽겠습니다.
무슨 질문이든 시원하게 답변해주신 아스트로 북스 감사드립니다.
(장전동) 인디 서점, 아스트로 북스
화~일 12:00 - 20:00 (월 휴무)
부산 금정구 수림로61번길 53 6호
아스트로 북스 블로그
http://blog.naver.com/astrobooks
아스트로 북스 인스타그램
astrobooks.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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