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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밥벌 - 성선경(1960~ )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5. 3.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中

세상이 나에게 다그쳐 묻습니다. 젊은 시절 품었던 꿈과 이상은 어찌한 채 밥벌이하느라 그렇게 바쁘냐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던 너의 과거는 모두 거짓이었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 대가로 내려진 벌을 받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집을 나섭니다. 세상의 수많은 가장이 자식 입에 밥 한 숟가락을 넣기 위해 ‘밥벌(罰)’을 달게 받습니다. 

양병훈 | 한국경제신문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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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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