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시대의 여우』가 드디어 출간됐습니다.
작고 가볍지만 내용은 묵직합니다.
우리 사회 견고한 구조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서.
저자분이 오랫동안 글과 생각을 다듬으며 준비한 책입니다.
성실하게 집필하신 만큼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고슴도치 시대에 여우를 상상하며
구조론에서 탈구조론을 논하다
포스터모더니즘이라고 일컫는 지금의 시대에 왜 다시 구조주의일까?
정치 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자신의 저서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톨스토이를 고슴도치가 되고자 한 여우로 설명했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쿠스의 시라고 전해지는 구절, “여우는 작은 것을 많이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큰 한 가지를 안다”에서 가져왔다. 벌린은 사상가들의 사유 방식을 하나의 체계적 사상을 지향하는 고슴도치 유형과 다양한 경험을 우선시하려는 여우 유형으로 나누었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견고한 구조의 논리가 가속화되는 지금의 시대를 고슴도치 시대라고 말하며, 개념의 틀로 직조된 구도 속에서 여우가 되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우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구조의 언어와 문화체계 그리고 그 표피인 기표를 파악하고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부유기표와 자가면역 그리고 거울 단계 이 세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구조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소쉬르의 언어학,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에스포지토의 면역학론, 라캉의 거울단계 등으로 구조주의의 사상적 틀과 함께 그 탈구조적 차원을 점검하고, 우리 시대 필요한 인문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표 점검
먼저 구조주의적 논리에 선두에 있는 언어학자 소쉬르로 기표에 대해 살펴본다. 소쉬르는 언어 즉 기호를 기표와 기의로 나누었다. 언어의 발음들은 기표로 그 의미를 기의로 언어의 기본골격을 파악하였다. 구조주의는 “기의와 기표의 구분에서 기표에 더 무게 중심”을 두었는데, “기표가 인간의 영역 즉 문화의 공간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사르트르가 현실참여, 그 이전에 하이데거가 인간의 실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며 인간의 보편적 실존에 대한 탐구를 가졌다면,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는 “인간이 문화 영역 내 존재임을 강조”하며 구조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한다.
사회는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결혼, 선물 등 증여와 교환으로 유지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어서 세계의 원동력으로 생산에 집중한 마르크스주의에 반론을 제기하며 생산보다는 소비의 관점에 집중한 보드리야르로 기호에 대한 논의를 조금 더 깊게 전개해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속한 구조에 따라 기호는 변화할 수 있고, 현재 이론은 “현재 시점에서 부유기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 속에 기표를 파악하며 지금보다 좀 더 유연한 태도로 문화 체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가 면역, 타자를 수용하는 면역력을 키우자
저자는 사회 문화적 현상을 면역 개념으로 설명하는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에 주목한다. 그의 논의에 따르면 면역론은 “면역 체계가 타자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방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부가 된 신체 또는 본래적 자기 신체를 공격하는 결과” 또한 직면하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면역론은 “주체에 대해 면역학적 관용”을 주문하며 자아와 타자와의 상호적인 관계를 요구한다. 면역학적 논리는 “자아에 대한 타자의 면역 반응은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서 그리고 자아가 타자와 어떻든 익숙해지는 삶의 과정이자 구도로서 파악되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과 타자의 구도에 있어 저항과 순응을 대립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조화로움을 강조한다.
에스포지토의 면역에 대한 논의의 중요 시사점 가운데 하나는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고, 그것은 개인과 그 외부로서의 비개인, 비인간, 탈인간, 탈인격 등으 로 번역될 수 있는 탈개인(the impersonal)이 형성하는 구도에 대한 논의를 포함한다. _「Ⅲ 자가면역-자기전복의 논리」
거울 앞에 나, 자기 인식의 한계를 깨닫자
인간의 외부 세계에 대한 반응과 그에 다른 인간의 정체성 확립을 설명하는 틀로서 자주 거론되는 예로 라캉의 ‘거울 단계론’이 있다. 거울 단계론의 핵심은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파악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온전한 자아 인식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과 정신분석학에 대해 설명하고 그 한계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으로 인간은 자신과 타자를 오인하면서, 통일성이나 완전성에 이르지 못한 존재로 남아 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유일한 보완책이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라캉의 이론을 통해 인간 스스로 거울과 정신에 비친 자신에 대해 부단히 의심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거울단계론 그 자체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라캉의 거울 단계론이 제공하는 교훈은 자아와 타자 모두에 대한 오인과 그에 따른 열린 태도에 대한 주문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오인은 인간의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로부터 출발하여 은유적이자 실질적으로 사물과 사태에 대한 이론화 자체의 한계를 말하고 있다면 이는, 곧바로 거울 단계 이론 그 자체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논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게끔 거듭 강조해야 할 사안이다. -「Ⅳ 거울 단계-오인과 사랑」중에서
지은이 소개
조규형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문학과 문화 비평 및 이론, 현대 영소설을 연구, 강의하고 있다. 한국비평이론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저서로 『탈식민 논의와 미학의 목소리』 『해체론』, 역서로 『포』(J. M. 쿳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치누아 아체베) 『문학이론』(조너선 컬러) 등이 있다.
차례
고슴도치 시대의 여우
조규형 지음 | 46판 | 232쪽 | 13,000원
2016년 5월 12일 출간 | ISBN 978-89-6545-350-5 03000
이 책에서는 부유기표와 자가면역 그리고 거울 단계 이 세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구조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소쉬르의 언어학,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에스포지토의 면역학론, 라캉의 거울단계 등으로 구조주의의 사상적 틀과 함께 그 탈구조적 차원을 점검하고, 우리 시대 필요한 인문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고슴도치 시대의 여우 - 조규형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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