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턴 미르입니다.
8월 25일 목요일,
서면 러닝스퀘어에서
제 1회 5.7 문학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에는 발제와 사회를 맡으신
문학평론가 구모룡 선생님,
초청작가 이병순 선생님, 이정임 선생님,
토론에 작가 박향 선생님, 정광모 선생님께서
참가해주셨습니다.
또 토론회에 관심을 가져주신
아홉 분의 선생님들께서도 함께 해주셨는데요.
제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정영선 선생님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토론의 소주제는
1) 소설가로서 소설을 쓰며 사는 일의 의미
2) 소설쓰기에 있어서 경험과 독서의 위상
3) 서술의 여러 층위-스타일(문체), 화자, 공간, 시간
4) 단편과 장편 쓰기
이었습니다.
먼저 구모룡 선생님께서 1번 주제에 대해 발제를 하셨는데요.
소설과 현실에서의 작가를 비교하며
리얼리즘 작가이면서 환상문학가, 보수주의자인 고골
원시주의를 추구하였지만 파시즘 협력자였던 크누트 함순을
예시로 드셨고, 또 마루야마 겐지의 주장을 인용하여
자기를 너무 부정한 나머지 죽은 다자이 오사무와
자기를 지나치게 긍정한 나머지 죽은 미시마 유키오 등을
예시로 드셨습니다.
마루야마 겐지는
"왜 소설을 쓰는가란 문제보다 왜 소설가가 되었느냐는 문제를
생각하는 때가 훨씬 더 많다." 라고 했었는데요.
이런 점에서 초청작가 두 분과 토론자 두 분께
왜 소설가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이정임 선생님께서는 아직
"내가 소설'가'가 되었다고 생각을 안 해 본 것 같습니다." 라고 하시며
자신이 보고 겪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해서
소설을 쓰게 되셨다고 합니다.
이병순 선생님께서는 대학 장학금을 받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가
졸업 후 한동안 손을 놓고 있다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을 했을 때
다시 소설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또 등단 이후에도 습작생처럼 치열하게 쓰면서
책을 내기 전까지는 소설가라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박향 선생님께서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많은 책을 사주셨는데
그 책을 읽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지어내서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욕망이 자신을 소설가로 만들었을 거라고 하십니다.
정광모 선생님께서는 소설가는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또 가상의 세계인 소설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함으로써
창조자로서의 기쁨을 느끼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발제문이 이어졌는데요.
구모룡 선생님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언급하시며
소설과 소설쓰기에 관한 세 가지 비유로
'촌충'과 '카토블레파스'와 '거꾸로 된 스트립 쇼'를 얘기하셨습니다.
모두 소설쓰기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관련한 비유였는데요.
이병순 선생님께는 「부벽완월」에서 '짝패'의 욕망 구졸르 다루기 위해
'김부식과 정지상의 이야기'를 끌고 오지만 하도 유명한 이야기여서
이 소설을 통해 얻으려 한 의도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또 이정임 선생님께는 환상 기법을 끌어들인 작품 「손잡고 허밍」에서
소외된 주변부 인물들의 삶과 구체를 다루는 일과
이러한 경향이 유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께서는 작품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철저히 하고자 했지만
찾을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부식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은 글을 쓸 때는 자료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이정임 선생님께서는 글을 쓸 때 경험과 기억에 많이 의존하신다고 합니다.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이 다른 장소나 장면에 있다고 상상하며 버텨오셨다고 합니다.
그러한 경험이 환상적 기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정광모 선생님께서는 두 초청작가분들께
주된 목적지로 삼는 소재나 주제가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께서는 고급 뷔페에서 슬리퍼를 신고 등장한 가족 얘기를 하시며
그 슬리퍼에서 절대적인 자유를 느꼈고
그러한 순간적으로 스치는 기운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셨습니다.
이정임 선생님께서는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을 최우위로 두고
현재는 공간을 설정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두고 계신다고 합니다.
박향 선생님께서는 이병순 선생님께
너무 자료에 집중해서 잘 녹여내지 못한다면
균형을 잃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으셨고,
이정임 선생님께는 환상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독자와의 소통이 어긋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이에 이정임 선생님께서는 습관적으로 자신이 만든 세계를
독자가 상상하여 따라와주기를 원한다고 인정했지만
아직 그 방식을 고수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께서는 자료조사한 것들을 버리지 못해
가능한 소설에 다 담아내게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세 번째 발제문으로 넘어갔습니다.
세 번째 발제문은 서술의 방법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이병순 선생님과 이정임 선생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이병순 선생님이 제목에서는 사물을 특정하여
단일한 화제들을 분리하여 파고들고자 하고
텍스트의 완결성을 지향하며 안정적인 서술 방식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정임 선생님은 표제에서 명사를 벗어나고자 하고
유동적인 서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모룡 선생님은 두 작가분 모두
전지(1인칭이든 3인칭이든) 시점을 선택함으로써 인물들의 역장은 약화되어 있고
특히 이정임 선생님의 소설에서는 화자의 젠더 혼선이 느껴지거나
작가 개입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정임 선생님은 화자의 젠더 혼선은 의도한 거라고 하시며
오히려 중성적 화자를 쓰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하십니다.
박향 선생님은 어떤 효과를 노리고 그런 시도를 하느냐고 물으셨고
이정임 선생님은 인물의 성격이나 분위기를 드러낼 때
대화를 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아예 독자에게 낯선 인물을 등장시키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정광모 선생님은 이병순 선생님의 제목들이 대부분 명사인 것을 짚으며
하나의 사물에서 이야기를 팽창시키는 방식인데 이러한 부분에 목적의식이 있는지
또 오래된 것들에 대한 애정이나 감수성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은 긴 시를 쓴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시며
압축된 소설, 긴 시같은 소설 지향하신다고 합니다.
박향 선생님은 오히려 너무 지나치게 낭만적이지 않으냐고 지적하셨습니다.
또 대체로 주인공들의 삶의 태도가 수동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병순 선생님은 첫 문단을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첫 문단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하십니다.
또 주인공들이 수동적인 점은 의도하신 것으로
주인공이 다음 상황에 어떻게 할까를 독자들이 알기 때문에
한단계 승화된, 그것마저도 눌러 잠재우고 묵묵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셨습니다.
[영상] 이정임 작품에 대해
네 분 모두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시느라
시간이 정말 빨리 갔습니다.
아쉽게도 못다한 토론과
네 번째 발제문은 식당에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토론회에 참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지역이다 - 5.7문학 편집위원 엮음/산지니 |
끌 - 이병순 지음/산지니 |
작화증 사내 - 정광모 지음/산지니 |
즐거운 게임 - 박향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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