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단디sj 편집자입니다.
유월에 들어서서 그런지 이제 여름의 향기가 물씬 나는 것 같아요.
여름,, 하면 무엇이 생각나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바다'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어요.
벌써 해운대 해수욕장 일부 구간은 개장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정식 개장은 7월 1일입니다.)
여름과 바다!
단어만 들어도 마음 한 구석이 푸르러지고, 시원해지는 기분이네요 >.<
지난 3일(금) "바다, 도시 그리고 부산"이라는 제목으로
해항도시 부산과 해양문학에 대한
구모룡(문학평론가, 한국해양대 교수)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해양문학의 정의와 용어에서부터
해양의식 속에 녹아 있는 시대정신까지!!
그리고, 한국 해양문학과 부산 지역문화의 접점을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그 드넓은 해양의 세계에서 끌어올린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옮겨봅니다.
아라비안나이트 / 신비한 이야기
그 누구라도 꼭 한번쯤은 가고 싶은 그곳!
아라비안나이트 / 우리를 부르네
저 타는 듯한 사막의 정렬 느낄 수 있어~ ♬
어릴 적 멋도 모르고 흥얼거렸던 저 노랫말 속에 해양문학이 숨어 있는다는 사실!!
페르시아에서 전해지는 천일동안의 이야기, 천일야화(일명 『아라비안 나이트』(The Arabian Nights))의 신드바드 이야기가 바로 해양문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다라는 단어에서 가지를 뻗어 선원들의 이야기(선원의 일과 하위문화), 항해, 항해에 관한 지식, 바다 여행, 항해문화, 문화교섭, 문화접변, 다문화, 디아스포라와 overseas, 혼종화 등등 해양문학의 맥락을 넓고도 다양하게 이뤄집니다.
그렇다면 한국 문학계에서 해양의 개념, 해양문학의 시발점이 된 사람은 누굴까요?
바로 육당 최남선 선생입니다. "자유 대양"이라는 관념을 전파했고 <로빈소 크루소>를 번역한 장본인이기도 하죠. 이후 정지용의 <선취>, 박인환 <태평양에서> 등의 작품에서 해양문학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데요, 박인환의 작품을 잠시 읽고 갈께요.
<태평양에서>
갈매기와 하나의 물체
고독
연월도 없고 태양도 차갑다.
나는 아무 욕망도 갖지 않겠다.
더욱이 낭만과 정서는
저기 부서지는 거품 속에 있어라.
죽어간 자의 표정처럼
무겁고 침울한 파도 그것이 노할 때
나는 살아 있는 자라고 외칠 수 없었다.
그저 의지의 믿음만을 위하여
심유한 바다 위를 흘러가는 것이다.
태평양에 안개가 끼고 비가 내릴 때
검은 날개에 검은 입술을 가진
갈매기들이 나의 가까운 시야에서 나를 조롱한다.
환상
나는 남아 있는 것과
잃어버린 것과의 비례를 모른다.
옛날 불안을 이야기했었을 때
이 바다에선 포함이 가라앉고
수십만의 인간이 죽었다.
어두침침한 조용한 바다에서 모든 것이 잠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무엇을 인식하고 있는가?
바람이 분다.
마음대로 불어라, 나는 데키에 매달려
기념이라고 담배를 피운다.
무한한 고독 저 연기는 어디로 가나?
밤이여 무한한 하늘과 물과 그 사이에
나를 잠들게 하라
"조용한 바다에서 모든 것이 잠이 들었다"
이 구절에서 깊고 어두운 바다의 낭만과 고독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양 문학에 집중을 했다면 이번엔 부산이라는 지역과 해양문학의 접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산은 해양 문학이 발달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근대화는 수출주도형 경제로 꾸려지면서 해양 경제가 발달하게 되기 때문이죠.
이때 짚고 넘어가야 할 작가가 바로 천금성 선생입니다.
우리 해양문학을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인물이라고 볼 수 있지요.
천금성 작가는 단편소설 <영해발부근>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영해발'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렇게 띄워서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울 듯한데요... '영', '해발'!! 네, 바로 해발이 0(영)이라는 말입니다. 즉, 바다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천금성은 근대 자본주의 세계와 선원을 토대로 하여 선원 계급의 형성, 해양독점자본과 해양화, 선장의 위치 등을 서사의 시점으로 삼았습니다. 해양서사*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해양서사의 기본 형식은 1.출항-항해-귀항(모두 갖출 필요는 없어요!) / 자연과의 투쟁에서 형성되는 사건 : 기상조건, 어장 조건, 샤치떼와 상어 / 선원들이 만드는 사건 / 배가 만드는 사건 등으로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주목할 만한 작가로는 김성식 시인이 있습니다.
이분은 선상 생활 30여 년의 경험을 간직한 선장 출신의 시인인데요. (구모룡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굉장한 멋쟁이셨다고 하네요!) 197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청진항」으로 등단을 했습니다. (신춘문예에 작품을 응모하면서 당선 소삼을 함께 보냈다고 하는 후문이...!) 주요 시적 지향들은 근대와 고향(해양), 선원의 구체적인 삶, 기원의 바다를 찾아가는 모험 등이었고 대표적인 시로는 「항로 변경」, 「귀향」, 「연어의 향해」 등을 들 수가 있겠네요.
천금성, 김성식 선생을 비롯하여
해양도시 부산과 해양문학을 책임지고 있는 작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설 : 천금성, 김종찬, 장세진, 김부상, 옥태권, 유연희, 김득진 등
시 : 김성식, 심호섭, 이윤길 등
유연희 선생의 『날짜변경선』과
김득진 선생의 『아디오스 아툰』은 산지니에서 나온 해양소설이네요 +_+
* 한 인간을 재탄생시키는 바다-『날짜변경선』(책소개)
* 부표처럼 떠도는 뱃사람들의 인생사-『아디오스 아툰』
나의 지나온 삶을 지레짐작하고서 곁눈질로 지켜봐주는 선장의 존재는 아버지와도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불빛도, 사람의 기척도 없이 스스로의 밝음으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배 위에서의 삶은 고독과의 처절한 싸움판과도 같았다. _「아디오스 아툰」, 156쪽.
아디오스 아툰의 한 구절을 끝으로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6월에는 출판도시 인문학당 강연이 하나가 더 있습니다! 6월 23일 (금) 저녁 7시!! <작은책> 대표 안건모 선생님의 "일하는 사람의 글쓰기" 일상의 사소한 생각들이 단단한 하나의 글이 되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관심 있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사전신청 :: www.inmunclub.org/pub2017/1271 (사전 신청자에게는 산지니수첩을 선물로 드립니다)
해양풍경 -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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