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출판도시 인문학당 두 번째 강연
우리 마음 속 초록 숨소리
“나는 한사람, 한사람을 제대로 만나고 있나?”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박두규 시인
“부용산 오리길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부용산’을 부르는 박두규 시인의 모습이 행사장 영상 속에 펼쳐진다.
이 노래는 1947년 시인 박기동이 어린 누이동생을 떠나보내며 지은 추모시다.
전라도 지역에서 전국으로 퍼진 특이한 노래.
지리산 빨치산들이 그들의 구슬픈 처지를 한스럽게 부른 노래이기도 하다.
산지니출판사가 주최하는 ‘2017 출판도시 인문학당’ 두 번째 강연은 순천에서 열렸다. 4월 29일(토) 오후 4시 순천 호아트센터에서 열린 박두규 시인의 ‘우리 마음 속 초록 숨소리 -자연스런 사람되기’ 강연은 출판기념회를 겸해서 치러졌다.
순천작가회의에서 많은 준비를 해주셔서 행사장은 가득 찼고, 프로그램은 다채로웠다. 본 행사에서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산문집의 저자 박두규 시인이 전하는 말을 요약해봤다.
“아무런 말이 없지만 곤고한 우리에게 늘 무언가 답을 주고 있는 산, 모두가 스스로에게 필요한 맞춤형 답을 얻어 갈 수 있는 산,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를 품어주는 산, 고향의 그리운 어머니처럼 언제나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려주는 산, 원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산. 그래서 산의 어느 계곡, 어느 능선에서 나무 한 그루, 꽃 한송이를 만나더라도 우리는 그 아름다움의 뒤에 숨어 있는 산의 탄식과 오랜 그리움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_책 58페이지 가운데
Q. 변화와 일관성을 동시에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자가 변화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비법은?
A. 언제나 말이 없으나 묻지 않아도 늘 푸른 대답을 스스로 보내오는 지리산. 그 목소리에 언제 우리는 화답할 수 있을까? 지리산은 내게 큰 스승이었고, 젊은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지리산을 찾았다. 통일된 조국을 만들자던 빨치산의 꿈. 그 분들의 잊혀진 삶과 흔적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일본 유학생 출신의 박종화는 빨간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다녀 꽤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들 모두가 이념적으로 단련된 사람들도 아니었다.
36년의 감옥생활, 비전향 장기수로 있다가 풀려난 허영철 선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 표정과 몸짓이 수행자 수준이었다. 그 때 나는 한사람, 한사람을 제대로 만나고 있나? 생각하게 됐다. 날 버티게 해준 지리산. 자기완성과 사회적 실천은 같이 가야함을 거듭 생각한다.
Q. 책 속에 시인의 민낯이 드러나 있다. 가정생활을 더 듣고 싶고, 독자들과 공감했으면 하는 부분은.
A. 현재 주말부부로 지낸다. 주중에는 구례에 가 있고, 주말에만 순천에 머문다. 아내가 한 번씩은 빨리 가란 눈치던데, 아내는 내 시도 잘 안 읽는 것 같더라(일동 웃음). 착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중략) 내가 행복하지 않고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생명평화결사 조직위원장을 한 분은 인도 니란자강 가에서 수행하던 다다지였다. 그 분은 인도에서 수행하며 병을 낫고 출가한 분인데, 영성기행 관련 책도 냈다. 영성, 신성을 찾자는 그 분의 말에 한 치의 부정과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모든 걸 내려놓으니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Q.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A. 여는 글에서 썼듯이 인간은 ‘선함’과 ‘진실함’을 지향해야 한다. 진심이 없이 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행동과 작은 이익을 취하려는 경우들이 많다. 이를 버리고 진심, 진정성 있는 삶을 찾아야겠다.
독자의 책 한 구절
정성권 길문학 회장
“고마워하는 마음은 겸허한 마음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략) 사실 이 시대에 스스로 겸손해져서 상대를 진정으로 고마워할 줄 알고 낮은 자세를 취하며 사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나를 내어주고 타자를 섬기는 겸허함은 현대의 일상에서 얼마나 유효한 덕목으로 남아 있을까.” -144페이지, '고마움은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가운데.
오미숙 빗살문학 회장
“자연자체는 결코 관념이 아니고 비유도 아니며 구체적 생명현실이다. 세상의 모든 현실적 갈등과 대립을 허물 수 있고 존재의 개별화와 고립을 막을 수 있는 삶의 근원이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가 잃어온 것들이다. 그리움의 근원이다. (중략)”
-207페이지, '비루한 몸을 낮춰 수없이 절하고 싶다' 가운데
남도답게 판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저자의 친구들이 나와 한 자락씩 뽑아냈다.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 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사지권을 가진 돈~”
흥보가 가운데 돈타령 대목이다.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산문집이
잘 팔리게 해달라는 오랜 벗의 바람을 담았다.
“하늘 아래 큰 것 없네 땅 위에 새 것 없네
거슬러 가는 우리 배야 흘러가는 우리 배야.”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먼저 죽은 벗, 박배엽이 즐겨 불렀다던 ‘밤뱃놀이’ 가운데 한 대목이다. 저자와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은 행사가 끝난 뒤, 책 한 권을 사이에 놓고 여러 상념과 회포를 나눌 것이다.
박두규 시인은 5월 중순에 또 산으로 간다. 큰 산 히말라야로.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박두규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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