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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출판도시 인문학당] 우리 마음 속 초록 숨소리 :: 박두규 시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5. 2.

2017 출판도시 인문학당 두 번째 강연

우리 마음 속 초록 숨소리


나는 한사람, 한사람을 제대로 만나고 있나?”

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박두규 시인


 

부용산 오리길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부용산을 부르는 박두규 시인의 모습이 행사장 영상 속에 펼쳐진다.

이 노래는 1947년 시인 박기동이 어린 누이동생을 떠나보내며 지은 추모시다.

전라도 지역에서 전국으로 퍼진 특이한 노래.

지리산 빨치산들이 그들의 구슬픈 처지를 한스럽게 부른 노래이기도 하다.


 


 

 

산지니출판사가 주최하는 ‘2017 출판도시 인문학당두 번째 강연은 순천에서 열렸다. 429() 오후 4시 순천 호아트센터에서 열린 박두규 시인의 우리 마음 속 초록 숨소리 -자연스런 사람되기강연은 출판기념회를 겸해서 치러졌다.


순천작가회의에서 많은 준비를 해주셔서 행사장은 가득 찼고, 프로그램은 다채로웠다. 본 행사에서 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산문집의 저자 박두규 시인이 전하는 말을 요약해봤다.


 

 

아무런 말이 없지만 곤고한 우리에게 늘 무언가 답을 주고 있는 산, 모두가 스스로에게 필요한 맞춤형 답을 얻어 갈 수 있는 산,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를 품어주는 산, 고향의 그리운 어머니처럼 언제나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려주는 산, 원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산. 그래서 산의 어느 계곡, 어느 능선에서 나무 한 그루, 꽃 한송이를 만나더라도 우리는 그 아름다움의 뒤에 숨어 있는 산의 탄식과 오랜 그리움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_58페이지 가운데


 

 

 

 


Q. 변화와 일관성을 동시에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자가 변화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비법은?

 

A. 언제나 말이 없으나 묻지 않아도 늘 푸른 대답을 스스로 보내오는 지리산. 그 목소리에 언제 우리는 화답할 수 있을까? 지리산은 내게 큰 스승이었고, 젊은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지리산을 찾았다. 통일된 조국을 만들자던 빨치산의 꿈. 그 분들의 잊혀진 삶과 흔적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일본 유학생 출신의 박종화는 빨간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다녀 꽤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들 모두가 이념적으로 단련된 사람들도 아니었다.

36년의 감옥생활, 비전향 장기수로 있다가 풀려난 허영철 선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 표정과 몸짓이 수행자 수준이었다. 그 때 나는 한사람, 한사람을 제대로 만나고 있나? 생각하게 됐다. 날 버티게 해준 지리산. 자기완성과 사회적 실천은 같이 가야함을 거듭 생각한다.


 

Q. 책 속에 시인의 민낯이 드러나 있다. 가정생활을 더 듣고 싶고, 독자들과 공감했으면 하는 부분은.

 

A. 현재 주말부부로 지낸다. 주중에는 구례에 가 있고, 주말에만 순천에 머문다. 아내가 한 번씩은 빨리 가란 눈치던데, 아내는 내 시도 잘 안 읽는 것 같더라(일동 웃음). 착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중략) 내가 행복하지 않고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생명평화결사 조직위원장을 한 분은 인도 니란자강 가에서 수행하던 다다지였다. 그 분은 인도에서 수행하며 병을 낫고 출가한 분인데, 영성기행 관련 책도 냈다. 영성, 신성을 찾자는 그 분의 말에 한 치의 부정과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모든 걸 내려놓으니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Q.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A. 여는 글에서 썼듯이 인간은 선함진실함을 지향해야 한다. 진심이 없이 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행동과 작은 이익을 취하려는 경우들이 많다. 이를 버리고 진심, 진정성 있는 삶을 찾아야겠다.


 

 독자의 책 한 구절

 

정성권 길문학 회장

고마워하는 마음은 겸허한 마음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략) 사실 이 시대에 스스로 겸손해져서 상대를 진정으로 고마워할 줄 알고 낮은 자세를 취하며 사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나를 내어주고 타자를 섬기는 겸허함은 현대의 일상에서 얼마나 유효한 덕목으로 남아 있을까.” -144페이지, '고마움은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가운데.


 

오미숙 빗살문학 회장

자연자체는 결코 관념이 아니고 비유도 아니며 구체적 생명현실이다. 세상의 모든 현실적 갈등과 대립을 허물 수 있고 존재의 개별화와 고립을 막을 수 있는 삶의 근원이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가 잃어온 것들이다. 그리움의 근원이다. (중략)”

-207페이지, '비루한 몸을 낮춰 수없이 절하고 싶다' 가운데

 

 

 

남도답게 판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저자의 친구들이 나와 한 자락씩 뽑아냈다.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 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사지권을 가진 돈~”


 

흥보가 가운데 돈타령 대목이다.

 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산문집이

잘 팔리게 해달라는 오랜 벗의 바람을 담았다.


 

하늘 아래 큰 것 없네 땅 위에 새 것 없네

거슬러 가는 우리 배야 흘러가는 우리 배야.”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먼저 죽은 벗, 박배엽이 즐겨 불렀다던 밤뱃놀이가운데 한 대목이다. 저자와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은 행사가 끝난 뒤, 책 한 권을 사이에 놓고 여러 상념과 회포를 나눌 것이다.


 

박두규 시인은 5월 중순에 또 산으로 간다. 큰 산 히말라야로.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10점
박두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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