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도란도란』 편집자 기획노트

 2018년 06+07월호 (통권 505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4월과 5월, 부산과 서울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상섭 팩션집 『거기서, 도란도란』이 출간되고 얼마가 지난 어느 평일 새벽, 나는 공항 버스에 올라 있었다. 오전 7시 김포행.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김포에서 상암까지, 사무실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실감 속에서 편집자라는 신분을 인지하고도 몸과 마음은 다소 눅눅해져 있었다. 교육장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니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눅눅한 상태는 다소 말라갔고 곧 어떤 기운에 휩싸였던 기억이 난다. 

이제 막 입사 6개월 차에 접어든 신입 편집자에게는 하루 8시간, 총 16시간 동안 진행된  ‘창의적인 출판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교육의 내용보다, 같은 직종에 종사 중인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모여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더군다나 오전 이론 교육이 끝나고  내가 속한 팀에서는 ‘좋은 책을 읽게 하려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오후 교육 시간을 채워나갔으며, 이때 오고 갔던 생산적이고 현실적인 대화만큼이나 당시의 순간이 오래 각인되어 부산에 돌아와서도 자주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공통된 사안에 입을 보태면서도 여전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더 깊이, 더 자주 그 자리에서 꺼내지 못한 말이 있다. 그건 당연하게도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잠정적일지라도 편집자라면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대답이다. 여기서도 이에 대해서는 쓰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바꿔 물을 수는 있다. 한 권의 책, 가령 내게 이 지면을 허락해준 『거기서, 도란도란』은 좋은 책인가? 편집자가 되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좋은 책’에 대한 물음이 노동의 과정에서 자주 괄호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일 때 느끼지 못했던 괴로움이 더해졌다.

이 책은 부산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상섭의 ‘팩션’집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몇몇 공간을 배경으로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도입하여 ‘부산의 장소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오륙도’, ‘해운대’, ‘일광과 기장’에서부터 ‘우암동’, ‘용호동’, ‘영도구 동삼동’ 등 부산을 상징하는 실제 공간에 인물과 사건을 덧입혀 16편의 팩션으로 담아냈다. 3부로 구성된 이야기 속에는 동시대의 현실과 더불어 근현대의 시공간이 두루두루 배치되어 있어 팩션을 읽는 묘미를 전해주기에도 손색이 없다. 허구의 이야기로 재탄생된 부산의 상징적 장소들은 익숙했던 만큼 당연했던 삶의 장소를 새삼 드러내주며 독자의 일상 속 공간과 겹쳐질 준비를 한다. 

얼마 전 이 책의 2018 향파 이주홍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작가 개인의 영예는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 출판사의 고민과 행보를 확인해주기도 했다. 수상 내역과 책의 판매량은 허울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정성스레 읽어 내려간 독자의 후기만큼이나 책의 가치를 드러내는 척도이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이 책을 만들고 출간된 후 따끈한 실물을 확인해 본 편집자에게는 더 그렇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좋은 책’이란 아마도 좋은 책에 대한 정의의 한계를 허무는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잠정적인 대답일 뿐이지만.

산지니 편집부



거기서, 도란도란 - 10점
이상섭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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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