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열 작가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좋은 자리를 찾아서 여러 번 이동했지만 2인용 자리밖에 없어서 조금 난감했습니다. 그렇지만 작가님을 가까이서 뵐 좋은 기회였죠. 제가 언제 소설 작가이며 동시에 80년대를 앞장서 체험하신 분을 만날 수 있겠어요. 실속있고 알찬 인터뷰를 기대하며 기본적인 질문으로 어색함을 이겨내려고 노력했습니다.
□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듣기로는 15년 전에 벌써 쓰셨고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 문학에도 조예가 있어서 소설을 선택하신 건가요? 여러 질문을 한번에 던졌습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기도 했죠.
■ 문학이라는 것이 꼭 문학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고 단정 짓지 않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30년을 맞는 부마항쟁을 어떤 형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3년 전에 그때 같이 활동한 분들과 모여 논의를 했죠. 내가 미리 그날의 기록을 남겨 두었기에 총대를 메고 2달간 정리를 해서 만들어진 것이 『1980』이죠.
또 제가 알기에는 산지니에서 출간된 『나는 시의회로 출근한다』 의 저자인 부산 5대 시의원 김영희 작가님이 노재열 작가님의 부인이셔서 그런 계기로도 책을 내게 되셨다고 합니다.
□ 『1980』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분들이 책을 읽은 후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주요인물: 영철, 정우, 석우, 영호, 번개, 정 군, 숙영 등)
■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실제 사건의 기록물보단 소설로 봐줬으면 합니다. 경험이 없이는 쓰이지 못했을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소설로 재탄생된 인물이라는 시각을 원하는 건 사실입니다. 실명을 쓴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고인이 되신 분들입니다.
□ 조금 번외 질문이기도 하고, 제가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그 시절 학생 운동을 열렬히 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으신지요? 20대 동안 3번의 수감 생활을 하셨다면 후회를 했던 적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삶의 변화도 없었고 후회를 생각할 계기와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웃음) 수감 생활 동안 욕이 튀어나오고 살의를 느끼고 기본적인 고민을 많았죠.
그러면서 요즘의 대학생들은 의견을 내세워 투쟁하는 일이 잘 없다고 저의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운동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시대가 달라진 것이지 본질적인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합니다. 다수의 대중이 권리를 내세우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같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상황이 어려워서 문제가 잘 보였지만 지금은 문제가 모호한 것도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30년 전에는 군부와 정부에 맞서 싸우는 방식이라면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항상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 소설의 시간대 구성을 본 사건인 1979년 10월 26일 부마항쟁이 제일 끝에 배치했는데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요?
■ 원래 1~2부에 80년에 일어난 사건을 정리했고, 사실 2부에서 소설은 끝나는 것입니다. 3~4부는 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야기로 돌아가죠. 80년대 역사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는데 꼭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쓰는 것은 의미가 없고 3~4부에 추가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구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진행된 구상이죠.
□ 『1980』에서 작가님이 제일 신경 쓰고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에 대해 물었습니다.
■ 1980년대의 상황을 단순한 기록물로 남기기보다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빌려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억의 산물과 상상력이 합쳐져서 만들어져 『1980』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전성욱 선생님의 해설 한 부분을 제시하셨죠.
■ 노동 상담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산재사고 상담, 임금 채무 상담, 노동조합 결성 상담 등의 일을 하고 있죠.
제 생각으로는 이런 경험들을 차기작으로 내도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작가님은 우리가 알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한 곳에 서서 투쟁 중이신 것 같죠. 주인공 정우가 의도한 길을 여전히 겪고 계신 거죠. 차기작은 부마항쟁처럼 시대 일부분을 누구도 나서서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글을 쓸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말라는 당부도 하셨습니다.
저는 노재열 작가님과의 만남을 통해 사회구성원이 되기에 한없이 부족한 저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대에 몸 받쳐 투쟁하고 목소리를 냈던 노재열 작가님의 빛나는 20대를 『1980』을 통해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소설은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자가의 기억과 만났을 때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전달 될 수 있는 지 한 번 더 알게 되었죠.
작가님의 다음 투쟁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투쟁기도 곧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빌어 봅니다.
덧, 사진 촬영을 잊은 저를 위해 다시 돌아와 주신 노재열 작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제 내내 생각이 나서 부끄러웠던 일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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