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인터뷰는 바로!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를 번역하신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님과 진행했습니다. 책이 나온 지는 4년이나 지났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선택했습니다. 2011년 한국은 이주민이 142만 명 시대에 도래한 다문화 다인종 국가입니다. 2010년에 비해 14%(22만여 명)이 증가한 추세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책,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문화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주민 정책을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 노동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이주민들이 살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포괄해서 정책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폭넓은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책을 발간했다고 합니다. 정책이나 법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실제 사례를 곁들여서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음은 읽을수록 무거워지죠.
인터뷰는 이한숙 소장님이 근무하고 계신 '이주민과 함께'에서 진행했습니다. '이주민과 함께' 센터는 다양한 부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이주민과 함께' 소개 보기
먼저 '이주민'의 기준은 어디까지인지 물었습니다. 이한숙 소장님은 '이주민'은 좁게 보면 외국에서 태어나서 국내에서 살는 사람, 넓게 보면 부모가 이주민인 아이들,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살지만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이한숙 소장님이 소속된 '이주와인권연구소'에서는 NGO 활동가들 입장에서 이주정책에 대한 제언을 마련하거나 정책을 만들기 위해 활동가와 이주민이 토론하는 일을 주로 하신다고 합니다. 제가 일주일 넘게 이주민 관련 공부를 했지만 세밀한 부분까지는 건드릴 수는 없기에 사회현상과 관련된 질문을 몇 가지 준비했습니다.
▩ 일본과 한국은 외국인에 배타적인 태도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죠. 법적 제도적인 차별이 많기에 이런 것을 먼저 없애는 것이 필요하죠. 그러나 방금 말한 외국인 혐오증은 단지 법,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죠. 전반적인 인식의 문제니 차별 금지법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죠. 이주와인권연구소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이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인과 어떤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지, 이주가 이주민을 보내는 나라와 받아들이는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그런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연구하고 사회에 알리고 있죠.
㉡ 책에서도 여성 이주노동자 혹은 국제결혼을 한 이주 여성을 따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이주여성이 성차별, 가정폭력, 성희롱, 성폭행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관련 사건도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뜻 신고하기도 어렵고요.
▩ 성차별, 성희롱 문제는 내국인 여성들도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부분이죠. 외국인 여성은 더 힘들 것이다. 증거를 찾아서 보여주면 법적 처벌이 가능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보통의 여성이 그런 문제를 당했을 때 대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가짐과 동시에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는 기업주에게 종속적인 위치에 있기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내국인은 문제 제기를 했을 때 해고를 당하면 그만이지만 이주 노동자는 강제 추방을 당할 수도 있다. 말하려고 해도 언어상의 문제 때문에 법, 제도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실상을 알기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 국제결혼을 해서 한국으로 오는 이주민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가정불화로 이주민 여성이 이혼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살해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국제결혼 한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기 어려운데요. 이주민 여성이 이혼을 요구하면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요?
▩ 결혼해서 한국에 들어온 여성은 영주권이나 국적을 얻기 전까지는 남편의 보증이 있어야 체류권을 확보할 수 있죠. 영주권이나 국적을 신청하려면 2년 이상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거주해야 해요. 그동안에는 체류권이 완전히 남편에게 매여 있으니 평등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죠. 핵심적인 문제는 체류권 문제죠. 만약 체류권이 있다면 이혼을 요구할 수 있죠. 지금은 남편 쪽에 귀책사유가 분명해야지 이혼을 해서 체류권을 받을 수 있죠. 그 경우에도 자녀가 있어야 체류권을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혼하면 본국으로 가야 할 경우가 많고 아니면 미등록 체류자로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남편에 매여 사는 사람이 많죠.
이한숙 소장님
▩ 2000년쯤에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국제 결혼이 늘어났죠. 중개업체의 목적은 이윤이기에 무리한 방법으로 결혼을 성사시킨 것이 문제죠. 국제결혼이 늘어난 원인은 한국 사회에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사회적 활동도 많아졌지만 사회 시스템은 굉장히 가부장적이다. 한국 여성의 기혼율이 60%라고 할 정도로 결혼하지 않는다. 결혼하는 여성은 그중에서 괜찮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럼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결혼 적령기를 놓친 남자들은 결혼하기 위해 외국에서 신부를 찾는 것이다.
여성을 보내는 나라에서는 이주의 한 방편이 국제결혼이다. 불법이라고 하지만 한국에 보내는 이유는 여성들이 보내는 돈 때문이다. 여성을 보내고 받아들이는 두 나라는 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국제결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온 여성들에게 체류권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율에 의해서 이뤄진 결혼인데 이주 여성에게 체류권을 목숨줄도 내세워서 남편에게 종속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 여성에게 아이를 낳고, 노부모를 봉양하고, 농사일과 집안일을 하는 역할을 요구한다. 이런 역할을 거부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여성들은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외국인 범죄사범이 2만 2,543명으로 나타났다고 경찰 측이 발표했습니다. 폭력, 지능법, 절도, 마약류, 강도, 강간, 살인 등의 순이었다. 국적별 단속 현황에 동남아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범죄 예방책을 따로 시행하고 있나요?
▩ 그건 객관적인 상황부터 봐야 해요. 실제로 외국인 비율이 늘어난 만큼 범죄율이 늘어나진 않아요. 그건 범죄 건수 분류를 어떻게 하는지가 문제다. 예를 들어 출입국 관리 위반 건수를 뺀다면 별로 범죄율을 높지 않다. 외국인이 늘어났기 때문에 건수가 많아진 건 당연하다. 같이 살아가는 외국인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약간 언론에서 외국인이 심각한 범죄를 일으킨다고 과장한 면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범인을 인종, 국적으로 분류하는 자체를 못하게 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편견을 이용하고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
㉥ <반두비>, <방가 방가>, <완득이>, 매년 개봉하는 인권영화시리즈 등 다문화, 이주민 관련 영화가 2011년 전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 이런 현상에서 장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할 때는 최근 영화는 연민이나 동정의 눈길보단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느낌으로 외국인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이 많다. 처음에는 동정적인 시선으로 이주민을 보게 되죠. 사실 대부분은 그렇다. 나랑 똑같은 사람이다,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주민들이 본인의 생각과 시선을 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남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화나 영상물을 만들게 된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이 같은 땅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외모가 달라서 차별대우를 받거나 마음을 다치는 일이 생길까 겁나네요. 벌써 그런 아이들이 있겠죠. 한국정부가 하는 다문화 교육은 다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대구 왕따 사건처럼 상황이 극단적으로 흘러가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시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자신도 얼마나 이중적인 잣대로 이주민을 바라보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 속에서도 저의 시선이 드러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한숙 소장님의 차기작으로는 일본의 경우가 아닌 한국 사회 속 이주민의 실제 사례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
'인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인턴 일기] 산지니 출판사를 만났다. (5) | 2012.01.13 |
---|---|
곰치쌤과 함께 유자차를,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의 작가 김곰치 선생님을 만나다. (0) | 2012.01.13 |
1980년의 동화,『1980』의 작가 노재열 선생님을 만나다. (0) | 2011.12.28 |
세 번째 인터뷰, 쯔모의 작가 손혜주 선생님을 만나다 (0) | 2011.08.09 |
부산문화의 아름다움을 읽어주는 남자 '임성원 기자'를 만나다 (4) | 2011.08.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