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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이 아닌 공공예술 _ 『공공예술의 철학, 임계의 미학』이 <제주의소리>에 소개되었습니다.

by nineteen26 2025. 6. 5.

공공예술 작업이 즐비하지만, 한 번도 그 작업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공예술 저서는 늘 사례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는데요. 상황이 이러니 현장에서는 공공예술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예술 최초의 이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해외에서도 공공예술을 심도 깊게 다른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요. 공공예술을 다룬 최초의 이론서이자, 문화민주주의를 외치는 책!  『공공예술의 철학, 임계의 미학』이 <제주의소리>에 소개되었습니다. 


 

 

다시 예술이라는 공공의 기재에 대하여

[BOOK世通, 제주 읽기] (321) 김동규, 공공예술의 철학, 임계의 미학, 산지니, 2025

이 책을 반갑게 맞이한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공공미술이 아닌 공공예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대학에서 예술학(미술학)을 전공한 후, 공공예술(미술) 프로젝트 기획과 비평 작업을 해온 나는 철학자 김동규가 공공미술 대신 공공예술이라는 화두를 제시한 이 책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청년시절, 공공미술을 화두로 삼아 실무 기획과 이론, 비평 영역에서 나름 열정을 쏟아 부었던 나는 미술관이라는 제도공간에서 활동하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공공미술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지냈는데, 이 책을 만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게다가 공공미술이 아니라 공공예술이라니. 미술장 고유의 것으로 치부하던 공공미술을 예술 전반의 보편영역으로 확장한 이 책은 예술의 공공성에 관하여 이론적 전환점을 만들어줄 회심의 역작이다. 

한때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는 21세기 미술의 새 지평을 열어줄 신세계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공공미술은 제도화 과정을 거쳐오고, 시장규모도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웬만큼 자리 잡은 것 같아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양면에서 여전히 답보상태에 놓여있거나 부분적으로 퇴행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 21세기 초에 주목받다가 시들어버린 공공미술 담론과 실천 영역의 한계는 무엇일까? 나는 이 대목을 아픈 손가락으로 지켜보고 있다. 공공미술이 답보상태에 놓인 것은 제도화 과정의 부실함과 이론·비평 지역의 허약함 탓이 크다. 

우선 제도화의 문제. 2006년에 문체부가 주최한 국가주도 공공미술 사업 ‘아트인시티’ 사업은 아래로부터의 공공미술이라는 방법론으로 현장 속에서 장소와 의제를 발굴하고 예술가들이 결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책의 저자가 ‘새장르 공공예술’로 번역하고 있는 수잔 레이시나 권미원 등의 논제들은 전국 곳곳에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사례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뒷심이 부족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러한 논의와 실천들은 동네 환경미술 사업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하다가 흐지부지 멈추고 말았다. 이 책의 주요 논지인 ‘임계적 공공성’ 차원의 논의와 실천이 뒷받침되었다면, 관주도 공공미술이 이 수준으로 퇴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1%법에서 출발하여 0.7%로 줄어든, ‘건축물미술장식품법’에서 ‘건축물미술작품제도’로 그 이름을 바꾼 건축프로젝트 기반의 공공미술 또한 큰 문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미술계의 자정 노력이 성과를 내는 듯했으나 개혁의 물꼬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고 특정 소수의 복마전으로 퇴행하고 말았다는 장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기실 공공미술은 ‘환경조형물’이라는 용어와 동일시하거나 ‘건축물미술장식품’이라는 법적 용어를 대체하는 말로 쓰였다. 이 용어들은 미술의 공공성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이나 공공장소의 깊은 뜻을 담아내기에는 함량미달이다. 

내가 이 책을 반가이 맞이하는 까닭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공공예술을 미학적 관점만이 아닌 철학적 관점으로 대면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례 중심의 공공예술 논의를 이론적으로 재정립하는 일. 이 책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이다. 공공예술의 창작과 수용·향유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론 작업을 진행해 온 김동규의 작업은 10여 년에 걸친 현장 조사와 연구 과정을 거쳤다. 이론적인 탐구와 현장 비평을 지속해 온 김동규의 지난한 글쓰기가 마침에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공공예술은 일상의 감각을 여는 환대의 기술이자, 모두의 기술이다.” 

이 문장 하나를 얻기까지 저자가 얼마나 진솔하고 진득하게 공공예술에 천착해왔는지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나는 그의 주장을 차분하게 애정한다. 

김동규의 현장 기반 조사연구는 공공예술을 체제순응적인 것이 아니라 전복의 씨앗을 가진 것으로 결론 짓게 했다. ‘임계의 미학’이 그 핵심 개념이다 그가 추적한 예술의 궤적은 현실과 일상을 마주한 예술가들의 태도가 어떻게 공공예술로 진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귀결한다. 전근대 시기의 주문생산으로부터 근대 시기의 자율생산을 거쳐,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주체로서 예술가들이 제도 미술의 핵심인 전시장을 벗어나 일상·생활공간에서 어떻게 현실·현장을 대면하고 있는가 하는 지점에 대해 김동규는 단호하게 결어를 제시한다. 임계의 미학!

자율성을 획득한 근대(와 근대 이후의) 예술이 스스로 예술 체제 내로 환원할 수밖에 없었던 재귀적 예술논의를 깨고, 예술의 권위를 내려놓고 상호주체성과 상호주관성을 경지로 진화할 것. 김동규가 공공예술을 철학적으로 재규정하는 핵심 사안이다. 예술에 관한 시민의 주권을 회복하고 일상의 감각을 회복하도록 하기 위하여 저자는 ‘임계의 미학’을 화두 삼아 치열한 이론 작업을 일삼았다. 

일상 너머의 예술의 예술을 일상의 기술로 호명하는 김동규의 불호령 같은 재규정은 그래서 근대예술이 부여한 예술의 권위를 부숴버리고, “특권적 감각을 일상의 감각으로 되돌리는 전복으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을 지향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공공예술을 “환대의 기술”로 결론지은 이 책은 예술의 공공성을 다시금 최전선의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2025년 4월 28일, 김준기 기자, 제주의소리

 

다시 예술이라는 공공의 기재에 대하여 - 제주의소리

이 책을 반갑게 맞이한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공공미술이 아닌 공공예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대학에서 예술학(미술학)을 전공한 후, 공공예술(미술) 프로젝트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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