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여느 해보다 더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습니다. 오피니언뉴스 ‘강대호의 책이야기’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강대호 저자도 이번 도서전에서 자신의 책 『나의 살던 강남은』으로 북토크를 진행하며 새로운 경험을 했는데요. 책을 사랑하는 독자, 저자, 출판사가 한데 어우러진 도서전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강대호 저자가 직접 전합니다.
[강대호의 책이야기] '책의 힘' 보여준 2025 서울국제도서전
[강대호 칼럼니스트]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을 기다립니다. 다양한 책과 아기자기한 굿즈는 물론 얼굴이나 이름을 아는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제게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특별했습니다. 예년에 저는 책 관련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나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 참여했었는데 올해는 책을 낸 저자로 참여하게 되어 느낌이 달랐거든요.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로 시작해 70년 넘게 출판사, 저자, 독자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이 되어온 우리나라의 가장 큰 책 축제입니다. 출판업 관련 민간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해 ‘책을 만드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 작가, 학자, 예술가, 편집자, 독자가 한자리에 모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마당’이 되고 있습니다.
책 전시가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이야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사가 독자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 출판사들과 저작권을 거래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한국과 주빈국인 대만을 포함해 17개 나라에서 530여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 관련해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다면 모든 입장권이 매진되었단 소식이었습니다. 인터넷 1차 얼리버드(조기 할인 판매) 신청만으로 모두 팔렸다고 합니다. 예년에 얼리버드 행사가 두 차례 정도 있었고 현장 판매를 병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부스 신청도 일찌감치 마감돼 참가를 포기한 출판사도 많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한국 작가가 수상하며 책과 독서의 인기가 올라간 것과 지난 겨울부터 이번 봄까지 이어진 일련의 정치적 상황에서 출판의 자유가 억압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막일 입장 시간보다 일찍 코엑스에 도착했는데 이미 줄이 길었습니다. 초대장이나 인터넷으로 예매한 입장권을 현장에서 팔찌로 교환하는 줄은 물론 출입을 위해 대기하는 줄 모두 길게 꼬리를 물고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첫날 입장에만 한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체감해 보니 과연 그러한 듯했습니다.
조기 예매로 매진됐다는 건 현장에 가더라도 입장권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티켓 교환소 근처에는 입장권을 구하지 못했지만, 혹시나 하고 온 이들을 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낮은 목소리로 혹시 남는 티켓 있느냐 묻고 다녔습니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니 부스와 통로는 관람객들로 가득했습니다. 부스 중에는 줄을 길게 선 곳도 있습니다. 선물 등을 주는 이벤트가 열리거나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작가가 참석한 부스였습니다.
그리고 관람객이 유독 많이 몰리는 부스들이 보였는데 각종 굿즈를 전면에 내세운 부스였습니다. 출판사 부스도 있었지만, 인터넷 서점을 표방하는 쇼핑몰과 출판 관련 굿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의 부스들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책보다는 굿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몰린 거 같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대형 출판사는 부스도 대형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많고 자본력도 있어서인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 만한 전시물과 이벤트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이들 부스에 가보면 관람객과 출판사 직원이 친분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도 있는데 아마도 유튜브 영상 덕분일 겁니다.
유튜브에서 책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면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을 꽤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들이 직접 출연해 책 이야기를 한다거나 출판사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른 장르의 채널과 비교해 구독자 숫자는 적지만 내용이 충실해 충성도 높은 이들이 방문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들 구독자가 부스를 방문해 편집자들을 만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있게 하는 힘은
무엇보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인공은 책입니다. 530여 참가업체 대부분이 책을 전시했습니다. 전시장에 온 관람객 중에는 책과 독서가 요즘 ‘힙한’ 트렌드이니 사진을 찍으러 온 이들도 있겠지만 책과 독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들이 더 많았을 겁니다. 이들에게 전시된 책은 그 어떤 명품보다 반짝이는 그 무엇이 아닐까요.
작은 부스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대개 편집자이거나 출판사 대표였습니다. 어쩌면 대표이면서 편집자일 수도 있겠네요. 이들 부스에서 책을 잠시 살펴보고 있노라면 부스 지기가 말을 걸어오곤 합니다. 자기가 직접 저자를 발굴하고 편집했노라는 무용담을 털어놓기 일쑤인데요.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책이라는 사물이 생명감 있게 다가오고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구매해 읽은 책을 낸 출판사가 이번 도서전에 참여해 그 부스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는 오피니언뉴스 ‘강대호의 책 이야기’ 코너를 통해 소개한 책을 낸 출판사들도 있었고요. 이들 출판사의 편집자들을 만나 책을 만들어가는 이면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발표 무렵 책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가 되었는데 계엄령과 탄핵 시국으로 이어지며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고요. 뉴스가 책보다 더 흥미진진한데 누가 책을 읽겠느냐는 푸념도 털어놓았습니다. 그래도 도서전에서 새로운 독자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참여했다고들 합니다.
제게도 이번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특별합니다. <나의 살던 강남은>이라는 책을 낸 저자로서 북토크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살던 강남은>은 오피니언뉴스에서 2년 넘게 매주 연재하고 있는 ‘도시탐험’ 코너를 토대로 쓴 책입니다.
북토크는 출판사 부스에서 조촐하게 열렸지만,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편집자이자 진행자의 질문은 책에 담은 이야기를 더욱 의미 깊게 만들어 주었고, 참여한 관람객의 날카로운 질문은 작가로서 제게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인은
‘2025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를 보면 주최 측이 두 군데입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서울국제도서전’. 여기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이 전시회를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자본금 10억 원의 주식회사를 의미합니다.
그동안 서울국제도서전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의 주최로 수많은 출판사와 저자와 역자, 독자의 참여와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성장해 온 출판계의 공적 자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출협 회장 등 관계자가 70%의 지분을, 출협이 3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가 주관하는 전시회가 된 겁니다.
그래서 공적 자산인 서울국제도서전을 7억 원으로 일부 개인이 사유화한 것이라 비판하는 단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연대’라는. 이들의 주장은 출판인들이 출협에 서울국제도서전의 주관을 위임한 것이지, 온전히 출협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러한 반대 움직임에도 외형적으로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성공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몰려드는 관람객들만 보면요. 그런데 전시장을 돌아보며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지난겨울부터 이번 봄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느낀 분위기와 비슷했거든요. 전시장과 광장에 모인 사람 중 젊은 여성 비율이 높았다는 점에서입니다.
전시장 분위기로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책을 읽는 주요 독자층은 젊은 여성입니다. 출판사 관계자들도 이에 동의하고요. 그래서 고민이라고 합니다. 내고 싶은 책이 있는데 팔리는 책은 따로 있다는.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모토로 내세운 ‘믿을 구석’이라는 표현은 의미심장합니다. 다양한 해석도 가능하고요. 지난 겨울부터 이번 봄까지 힘들고 지칠 때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뭔가 기댈만한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그건 우리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일 수도, 옳다 믿는 신념일 수도 있겠고요.
무엇보다 범람하는 가짜 뉴스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런 능력은 책을 읽고 사유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걸 많은 이가 공감할 겁니다. 반면 책을 읽지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이러한 바탕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리게 되면 매우 위험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절감하지 않았을까요.
출처: 2025년 6월 21일, 강대호 칼럼니스트, 오피니언뉴스
[강대호의 책이야기] '책의 힘' 보여준 2025 서울국제도서전 - 오피니언뉴스
[강대호 칼럼니스트]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을 기다립니다. 다양한 책과 아기자기한 굿즈는 물론 얼굴이나 이름을 아는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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