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가 움직이는 곳,<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콘서트>
“우연히 아이와 공원에 갔는데, 그곳에서 백일장이 열리고 있었다. 시와 연애만 했지 시인이 되겠다고 생각 해본 적은 없다. 백일장 당선작으로 내 이름이 불렸다. 그때 내가 신정민인 줄 알았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콘서트>신정민 시인과 대담 중
30일 월요일, 부산작가회의에서 주관하고 가마골극장에서 열린 제 3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콘서트>에서 『뱀이 된 피아노』를 출간한 신정민 시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문학콘서트라고 해서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했는데 문학을 단순히 읽는데 그치지 않고 오감을 자극하며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시인 소개 후 신정민 시인의 시를 김요아킴 시인 「지퍼」를, 김나원 시인은「빨간구두연출법」을 낭송을, 신정민 시인은「나는 도대체 그대의 몇 번째 고르바쵸프일까」로 각자의 어감대로 시어에 생기를 불어줬습니다.
이어 가마골 연희단 거리패 배우들이 시극을 선보였습니다.
시와 연극이 만났을 때를 상상하지 못했는데 마치 3D안경을 끼고 시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시어가 입체감 있고 감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시 역시 다른 장르와 결합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상해볼까요.
시와 지금부터 일어날 무대를 보고
( ...중략...)
코를 풀었다
꽃들이 구겨졌다
켜켜이 접혀 있는 희고
반듯한 시간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으로
방바닥의 얼룩을 닦았다
더러워진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가
깨끗해졌다 뽑아 쓰기 좋은
아침 한 장
『뱀이 된 피아노』중「부드러운 정원」신정민
신정민 시인과 문선영 평론가와 대담이 있었습니다. 문학은 다른 문화와 다르게 개인이 혼자 읽고 느끼는 시간이 많습니다. 자신의 방에서 쓰고 읽고 분석했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느낀 걸 자유롭게 말하는 자리는 흥미로웠습니다. 평론가는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해석은 때론 오해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작가들은 분석적으로 다가온 자신의 시가 벅찰 수도 있습니다. 이날의 대담은 이처럼 다르게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시가 한 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통통 튀어다는 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민들레를 노래하려면 내가 민들레가 되어야 한다. 민들레처럼 낮은 자세로 민들레를 보지 않는데 어떻게 민들레를 노래할 수 있을까...시도 대부분 내 안의 경험담에서 나온 것이다
나에게 시집은 나의 죽음이고 무덤이다. 죽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곧 출간될 세 번째 시집도 그러하다. 그러면서 시가 내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 움직였으면 좋겠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콘서트>신정민 시인과 대담 중
수줍게 웃으신 신정민 시인
곧 3번째 시집을 준비하는 신정민 시인의 무덤을 나는 기대해본다.
그곳에서 낮은 민들레가 보는 광활한 시의 우주도.
저도 뽑아 쓰기 좋은 아침 한 장을 위해
월요일과 화요일 사이의 얼룩을 닦으며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뱀이 된 피아노 - 신정민 지음/천년의시작 |
***지난번 산지니가 야유회로 갔던 도요마을에서 18,19일 도요강변축제를 합니다.
모두 무료라고 하니 문학과 연극있는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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