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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행인우선(行人優先)

by 산지니북 2013. 4. 9.

아침 출근길 모처럼 맘 먹고 일찍 집을 나섰다.
버스도 빨리 와줘서 출근 1등은 못해도 2등쯤은 할 수 있겠지

부푼 꿈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마침 빈 자리도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은 연두빛 어린 잎을 달고 반짝거렸다.

 

사직운동장 사거리를 지나는 커브길에서 빵빵 경보음이 몇 번 울리더니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잘 가던 버스가 정류소도 아닌 곳에 급청차를 했다.

사람들이 상황파악을 하느라 웅성웅성거렸다.

 

스마트폰에 열중하며 걷던 보행자는(당연히 걷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버스가 기다려주겠거니 하고 길을 건너려 했고, 경보음을 울린 버스 기사는 보행자가 멈추겠거니 하고 가던 길을 가려고 했다.

다행히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자칫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둘은 몹시 놀랐고 상황은 험악해졌다.

횡단 보도가 있는 곳이었지만 보행 신호가 켜져 있지는 않았기에 애매한 상황이기는 했다.
욕설이 오갔고 급기야 몸싸움이 시작되려는 찰라

타고 있던 아저씨 한 분이 내려가 말렸고 싸움은 진정되었다.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불어 사고도 늘고 있다.
보행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간 큰 운전자도 늘고 있다.

 

 

 

장애인이나 걸음이 느린 약자를 배려하는 타이베이 신호등. '행인우선'이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쓰여 있다.

 

 

지난 2월 국제도서전을 둘러보느라 대만에 갔을 때 타이베이 도심의 신호등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걸음이 느린 사람이라도 충분히 건널 수 있을 만큼 보행 신호가 길었다. 걸음 빠른 사람은 왕복 2번 정도는 왔다갔다 할 수 있을 만큼.

보행자들은 행복하지만 운전자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기다림에 익숙한 듯 운전자들 표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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