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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0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군용 트럭은 창원군 마산리를 지나 일동리로 가고 있었다. 8월1일 자정을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달빛에 반짝이는 물결이 보였다. 낙동강이었다. 학살자들은 수산교 밑 나루터에 차를 댔다. 카빈총을 멘 군경에 등을 떠밀려 모래밭에 섰다. 음력 열여드레, 붉게 충혈된 달빛에 군인과 경찰의 얼굴이 보였다. 총구가 그를 겨누고 있었다. ‘나는 목사이니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 담담하게 부탁했다. 인솔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여, 이 죄인들을 용서하시옵소서. 이 겨레, 이 나라를 가난과 재앙에서 건져주시옵고, ‘한얼’을 축복해주시옵소서. 이제 이 죄인은 주의 뜻을 받들어 주의 품에 육신과 혼을 기탁하오니…, 주여 남기고 가는 저들을 보호하옵소서.” ‘아멘’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 일제히 불이 튀었다.(출처 ).. 2015. 11. 6.
자살이란 출구조차 막힌, 이 시대의 자화상과 재난의 메아리 (경향신문) 160층에 이르는 초호화 백화점, 매장에서 철문을 열면 들어서는 비상계단에 한 가족이 갇혔다. 아무리 내려가고 또 올라가도 계단은 끝이 없고 문은 열리지 않는 이곳에서, 동반자살을 결심했던 가족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을 쓴 김비씨(44)는 서른에 여자가 된 트랜스젠더 소설가다. 김씨는 위태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나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의 삶에 관한 소설과 에세이를 꾸준히 써왔다. 이 책은 김씨의 4번째 장편소설이다. 여섯 살 아들을 둔 부부, 동반자살을 결심한 가족은 마지막 추억을 위해 백화점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건물 비상계단에 갇힌다. 비상계단에 들어선 순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수와 지애 부부, 아들 환은 160층 중 몇 층으로 이곳에 들어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택배기사로 일하다 허리가 망가진 남수,.. 2015.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