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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93

4월의 붉은 제주, 그 속에 휩쓸린 이들의 이야기 -『레드 아일랜드』(책소개)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추리 장편소설 『레드』 등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을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김유철 작가의 새 장편소설 『레드 아일랜드』가 출간됐습니다. 이 소설은 해방 전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대의 폭력과 상처, 그리고 그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운명을 다루고 있는데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외면하고 싶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상처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미 김유철 작가는 제주 4·3 사태라는 소재를 가지고 추리 소설 「암살」을 네이버 장르문학에 공개하여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죠! 이번 장편소설 『레드 아일랜드』는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 놓인 인물들과 현실적인 구성을 통해 1948년 4월 3일 제주를 다시금 바라보고자 합니다. 해방 이후 이데올로기의 늪에 빠진 제.. 2015. 8. 13.
'빨갱이 섬' 사람들, 각자의 사정과 진실 - 『RED ISLAND』서평 여러분의 귀염둥이, 산지니 인턴 임병아리입니다^0^ 『불가능한 대화들2』에 이어 두 번째 서평을 쓰게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따끈따끈한 신간『RED ISLAND』(이하 『레드 아일랜드』로 표기하겠습니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레드 아일랜드』는 김유철 작가의 장편 소설입니다. 제주 ‘4·3사태’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김유철 작가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추리소설「암살」에서 이미 제주 4·3사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쓴 바 있지요. 그가 발표한 작품이 아직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김유철의 작품세계에서 제주 4·3사태는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때문에 김유철 작가는 제주 출신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부산에서 나고 .. 2015. 8. 13.
그녀의 뒷모습에서『조금씩 도둑』을 읽고 그녀의 뒷모습에서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독서후기 '이 단발머리 여자는 누굴까?' '그녀가 읽고 있는 저 책을 뭘까?' '그녀는 무엇 때문에 고개를 돌렸을까?' 『조금씩 도둑』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참 단순하게도 표지의 여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던 여자. 창밖에 일어난 어떠한 일(사건)로 하여 순간 고개를 돌린 듯한(그녀의 단발머리가 흔들렸거든요!) 모습은 평화로운 여자의 시간이 깨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잔잔한 삶에 예고 없이 다가온 어떤 사건, 그리고 그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 제게『조금씩 도둑』의 첫인상을 그러했습니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본다' 「점심의 종류」의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나와 상관없이 창밖의 풍경들은 시간에 몸을 .. 2015. 6. 9.
상실,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조각들 -『조금씩 도둑』의 저자 '조명숙' '상실,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조각들' 이번 대담자로 나서 주신 정미숙 문학평론가는 이 카피가 조명숙 작가님의 작품을 잘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소담스럽게 차려진 작품들 안으로 비치는 삶의 민낯들은 아프고 치열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조명숙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계속해서 삶을 이어갈 희망과 이상을 만나게 해줍니다. 66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아프지만 따뜻했던 소설집『조금씩 도둑』의 조명숙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저자: 조명숙 1958년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96년 『진주가을문예』와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창작집 『헬로우 할로윈』,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댄싱 맘』(2012 향파문학상 수상)과 장편소설 『바보 이랑』, 『농담이 사.. 2015. 5. 22.
주소 없는 마음에 띄우는 한 장─『편지』(책소개) 주소 없는 마음에 띄우는 애잔한 편지 한 장 중견 소설가 정태규의 창작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단편소설 8편과 콩트 6편을 묶은 『편지』는 작품 한편 한편이 지닌 개성과 싱싱한 생명력을 통해 루게릭과의 사투에 굴하지 않는 작가의 뜨거운 창작혼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표제작 「편지」는 어문연구소 연구원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한 여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400여 년 전의 또 다른 부부를 병치하는 구성이 백미입니다. 발굴팀에서 일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조선시대의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를 해독하게 된 여자는 임진왜란의 불길 속에서 스러져간 어느 지아비와 지어미의 절절한 사연을 읽으며 자신이 품고 있었던 짙은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상기하는데,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인간의 공통적 희노애락이 잘 드러납니다. 또한 이 작품의 .. 2015. 1. 9.
[작가돋보기 정태규, 야수를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 정태규. 처음 그의 이름을 접한 건 역시나 「문학을 탐하다」에서입니다. 산지니 인턴으로서 작가 돋보기를 연재하고 있는 지금, 2명의 작가에 대해서 썼고 마지막인 정태규 작가에 대해서 쓰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서두가 길어지고 있는데요.^^ 흔히들 책을 읽으면 작가의 세계를 머릿속에서 그려보곤 합니다. 특히 여러 편의 단편집과 산문집은 작가의 세계관을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정태규 작가의 경우 자신의 내면화를 통해 늑대, 표범과 같은 것들로 형상화하여 자신을 구축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속안에 야수 한 마리쯤은 품고 있겠지만 공공연하게 드러내진 않는데요. 그건 자기 안의 야수지만 그것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만한 용기가 없거나 아직 외연으로 발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2014.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