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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한국 문학 지평의 확장을 기대하며 :: 종합문예지『주변인과 문학』창간 기념세미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15.

 안녕하세요~ 별난오리입니다. 어쩐지 주말에 비가 한번 내리더니 오늘부터 기온이 툭 떨어져 엄청 춥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뻥 차고 일어났는데 공기가 확연히 차갑게 느껴지더라구요. 제가 추위를 너무 싫어해서 장롱 깊숙히 들어가있던 두터운 점퍼를 부랴부랴 꺼내 입고 나왔는데, 정말 입고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지니 출판사에서도 이 강추위 때문에 사장님께서 옆으로 치워놓았던 난로를 다시 꺼내놓으셨어요. 주중으로 다시 기온이 올라갈 거라고 하는데 이제 겨울이 한층 더 가까이 온 듯 합니다.

 그러나 겨울이 와도! 저는 양질의 포스팅을 하기위해서라면 출판사 밖을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허허) 이번에는 누구나 반기실만한 희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종합문예지 『주변인과 문학』이 창간했다는 것인데요. 10월 30일 늦은 7시, 영광도서 문화사랑방에서 창간 기념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두시간 남짓 되는 시간이었지만 중간중간 볼거리가 너무 풍성해서 너무 즐겁게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어서빨리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파 손이 근질근질 하네요!

 

지금은 자리가 비어보이지만 나중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찰만큼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각 신문사에서도 취재하러 많이 오셔서 그 열기를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개회사는 『주변인과 문학』의 발행인이시자 양산시민신문의 대표님이신 김명관 사장님께서 해주셨는데, 세상이 보는 시각에선 시와 소설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다시금 우리가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문학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 하시면서 『주변인과 문학』을 지켜봐달라고 얘기하셨어요. 뒤이어 일본의 노무라미술관 타니 아키라 관장님과 양산 윤영석 국회의원님이 나오셔서 축사를 해주셨는데 두분다 어찌나 미남이시던지 앞자리에 잘 앉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하하하하 멋쩍네요)

 축사가 끝나고 식전행사로 초대시 낭송이 있었는데요. 아리따우신 두 분의 시인, 권귀하 시인과 손계정 시인이 유영호 시인의 '중년남자'와 이원규 시인의 '달빛을 깨물다'로 시낭송을 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였어요. 학생들이 어설프게 흉내내던 시낭송과는 다른 어떤 힘이 있는것 같았어요.

정말 위트있는 진행! 프로그램 내내 재미있게 해주셨어요. 마지막에는『주변인과 문학』정기구독 독촉까지!!! 멋있었습니다ㅎㅎ

멀리 일본에서『주변인과 문학』창간을 축하해주러 오신 관장님. 놀랍게도 『주변인과 문학』1호 독자셨습니다. 왼쪽부터 신한균 사기장님, 타니 아키라 관장님.호탕한 웃음과 시원시원한 외모로 그날 오신 양산 여성분들의 마음을 휘어잡으셨다죠ㅎㅎㅎ 경남 양산 출신의 윤영석 국회의원님입니다. 

권귀하 시인_ 중년남자(유영호 詩) 손계정 시인_달빛을 깨물다(이원규 詩)

 

『주변인과 문학』세미나 시간에는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님이 '주변부적 시각과 문학창작의 방향', 문학철 시인이 '왜 우리는 주변인과 문학을 창간하는가'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하셨고, 부산외대와 동의대에서 강사로 활동 중인 정훈 평론가님, 지리산학교에서 시를 가르치시는 이원규 시인이 토론하셨습니다.

왼쪽부터 이원규 시인, 정훈 평론가, 문학철 시인, 구모룡 평론가.

발제1 구모룡(문학평론가)_주변부적 시각과 문학창작의 방향

 '주변부의 문학이란 자기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 제국주의, 국가(서울 수도권)중심의 문학은 자신의 땅에서 소외된 문학이다'

 1990년대 이후 시에서 "미래파" 논쟁(절대다수의 시인이 지방인인데, 왜 수도권에서 시를 논하는가 하는 문제)을 거쳤고 소설에서 "문학의 종언" 논쟁(가라타니 고진_근대문학에서 사회적 문제를 상상력으로 떠맡았던 소설이 이제 그 역할을 방기하면서 영향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두 논쟁은 지역문학 혹은 주변부문학으로 귀착한 것은 아니다. 지역과 주변부를 좁게 이해한 탓이 크다. 주변부적 시각과 창착방법을 연동하여 주변부적 시각이 확장되는 과정을 정리해 본다.

 1.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 극복 : 주변부적 시각에 여전히 틈입하는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을 해체하는 시좌를 획득하여야 한다.

 2. 스케일이라는 의미공간의 인식론 도입을 통한 지역문학 개념 재정립 : 스케일의 다층적인 인식과 실천이 요구된다. 또한 스케일의 중층적인 인식에 기반한 지역문학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요즘 '지방/지역'이라는 용어보다 '로컬'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고 있다. 더이상 지역의 문인들이 중심부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잘못된 지역문학의 논리에서 벗어나 더 큰 스케일(로컬-내셔널-리저널-글로벌)의 자리를 획득해야 한다.

 3. 스케일의 중층적 인식에 따른 창작방법론 모색 : 지역문학은 1)자기로부터 글쓰기-자기땅에서 매몰되지않은-가 되어야 하고, 2)멀리보며 구체적으로 써야-향토주의가 되면 곤란하다-한다. 또한 3)두껍게 쓰기-일상과 생활 수준의 구체성을 띄는 지역적 삶의 몸체를 그려야한다-와,  4)다시쓰는-지역적 유산을 드러내고 기념하는 것이 아닌 근래의 문제이고 세계의 문제임을 밝혀내는 기획- 자세가 필요하다

 

발제2 문학철(시인,『주변인과 문학』편집인)_왜 우리는『주변인과 문학』을 창간하는가

 [주변인(周邊人)]이라는 말에는 부조리한 권위에 도전하는 정신의 벼린 날이 서있습니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성을 바탕으로 하는 생명의 힘과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자각하고, 차별을 지양하며, 만인에게 열어가는 확산적 힘의 소용돌이가 있습니다.

 우물물을 길어내듯 작품은 써야 하며 쓴 작품은 발표해야 합니다. 한국문단의 높은 장벽 때문에 발표 기회를 갖지 못하고 사장되는 작품들을 안타까워했던 우리는 1998년 이후 <주변인과 시>라는 계간 시 전문 잡지를 발간했었습니다. 그러나 재정적인 문제로 2011년 가을호를 마지막으로 다른 이름으로 바뀌면서 저를 비롯한 몇몇인들이 '주변인'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주변인과 문학>이라는 계간 종합 문예지로 잡지를 재 창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잡지가 새로운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체주의의 실험을 함께 담아내는 역할을 맡아 한국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도록 하겠습니다.(정치 상황의 변화와 한국문학)

 -예술의 생산과 소비를 자급자족했던 산업사회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재에서 한국문학의 한 역할을 맡겠습니다.(경제 상황의 변화와 한국문학)

 -영상예술의 발달로 예술의 주도권이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문학은 그 본질적 속성을 지닌  채 변화, 발전해 갈 것입니다. 한국문학을 넘어 세계문학 속에서 이러한 변화의 한 축을 형성해 나가겠습니다.(매체 상황의 변화와 한국문학)

 

 

토론1 정훈(평론가) '주변부적 시각과 문학창작의 방향'(구모룡)에 대한 토론

 발제문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방향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면서 몇 가지 의견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겠습니다.

 1.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 극복'에 대한 의견 : 지역의 자기정체성은 지역적 공간에 산포되어 있는 여러 개인들 사이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인정하고, 이로써 정신적 가치를 서로 공유하는 기운을 생성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스케일이라는 의미공간의 인식론 도입을 통한 지역문학 개념 재정립'에 대한 의견 : '스케일(scale)'이라는 개념의 의미 공간 인식론 도입의 필요성은 새롭고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방문학'이라는 용어보다 좀더 '세계적인 것'과 연관 관계를 맺는 '지역문학' 용어의 사용과 선택의 필요성은 시급합니다.

 3. '스케일의 중층적 인식에 따른 창작방법론 모색'에 대한 의견 : "다시쓰기"에 대한 의견입니다.  먼저 작가들에게 기존의 '창작방법'은 관행을 바꾸어 피곤한 인식전환을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든 문제입니다. 지역문학계에 위와 같은 창작방법적 방향 전환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토론2 이원규(시인) '왜 우리는『주변인과 문학』을 창간하는가'(문학철)에 대한 토론

 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저는 현재 지리산학교에서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학교는 지리산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지역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서 2009년 5월에 만든 학교로, 각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 활동가들과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나누며, 스스로 창작 작품을 만들어가는 현장 교육 중심의 학교입니다. 저는 여기서 시를 가르치는데, 강의하는 2시간이 지나면 저는 제자였던 농부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는 농사일을 배웁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죠.

 다양성의 논리,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 되고, 중앙과 주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무너지게 되며, 문학적 생산과 소비의 틀에서 벗어나 생산, 소비의 상하관계마저 무너지고 호환이 되는 것. <주변인과 문학>이 다양성과 논리가 존재하는 문예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리산학교는 열린 학교라는 개념으로 교사가 있는 곳을 교실로 쓰거나 공용의 공간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하는 반의 개설은 학생들이 원하는 반을 신설하려고 노력중이며 자본이 안 드는 학교, 나누는 학교, 함께 하는 학교라는 처음의 정신을 잇기 위하여 교사도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학생들은 운영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임원과 지역민이 운영 위원회를 꾸려 학교에 관한 모든 일을 함께 의논한다.

 식후행사로는 아버지 합창단의 지휘자이자 고등학교 교사이신 박우진 지휘자님이 멋들어진 기타연주로 여자들의 마음을(더불어 제마음도......!) 훔치셨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핏대서도록 열창하시는 모습!!

 사실 이 시기에 창간이라니, 잘될까 의문스러웠지만 오늘 창간 세미나를 통해『주변인과 문학』이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한국 문학의 지평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많은 휼륭하신 편집인들의 얼굴을 보니 든든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다시 세상으로 나온 『주변인과 문학』을 정말 잘되는지 안되는지 저도 매의 눈으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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