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회상하는 소설가, 조갑상
부산을 사는, 진중한 정신의 맏형! 소설가 조갑상에 대해서 심층탐구를 하게 된 인턴 ‘성리’입니다. 산지니 인턴으로서 처음 쓰는 글이, 부산 소설가들이 최고라고 뽑고 있는 조갑상 소설가여서 떨리고 설레는 맘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경남 의령 출신인 조갑상 씨는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 장편 '밤의 눈‘ 등이 있으며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 등을 지내고 계십니다. 조갑상 씨에 대해서는 소설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러기에 앞서 저는 이 글의 제목을 ‘시대를 말하는 소설가’라고 붙여 봤는데요. 그 이유는 앞으로 살펴볼 두권의 책 ‘테하차피의 달’, ‘밤의 눈’을 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습니다.
1.『밤의 눈』 - 국가에 의해 획일화된 슬픈 눈의 국민
밤의 눈은 국가에 의해서 획일화 되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크게는 ‘보도연맹사건’ 작게는 ‘진영 민간인 학살사건’을 배경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밤의 눈은 보도연맹사건을 리얼하게 그려낸 최초의 장편소설입니다. 보도연맹사건은 국민방위군사건과 더불어 한국 전쟁기에 발생한 가장 처절하면서도 비극적인 국가폭력이었습니다. 민간인이 군경에 의해 20만 명이나 학살당했으며 1996년에나 비로소 명예회복에 대한 특별조치법이 통과되었으니 무려 46년 동안이나 침묵되어진 셈입니다. 이와 같이, 소설에서는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를 진영에서 대진이라는 지역명으로 바꾸어 재구성한 허구라고 표명합니다. . 또한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 명 또한 그러한데요, 소설 인물명인 ‘한시명’, ‘남상택 목사’ 등의 경우도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을 바꾼 경우입니다. 그 이유는 책의 작가가 실제로 그 시대의 아팠던 기억을 증언한 사람들의 말로 서술한 까닭에 지명을 바꾸어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 하기 위해서 입니다. 한편론 제 생각이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도 같습니다. 아직도 이 소설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이 존재하며 ‘빨갱이’라는 용어가 정치 이권에 따라 쉽게 쓰이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6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는, 이러한 소재가 쉽게 다루기 힘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더욱 가치있는 소설이 된 ‘밤의 눈’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보도연맹 사건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국가에서는 남한 지역에 있는 사상범들을 ‘빨갱이’로 간주하여 구금, 고문, 처형합니다. 이때 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재판도, 해명도 없이 즉결심판이라는 이름 아래 무참히 행해집니다. 소설의 주요 인물로 나오는 한용범 또한 시대의 피해자로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해방기에 그는 양심적인 지식인이었고 주위에 힘든 사람들을 돕는 자발적인 성격이었습니다. 단지 해방 이후, 국가 만들기의 과정에서 행한 발언은 그를 좌파로 단정 짓는 말이 되었고 순간마다 택했던 선택은 좌파라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손오공의 금고아’ 마냥 족쇄가 되어 고문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선택이라는 것을 포기하고 눈과 귀를 막으면서 살아가는 소극적인 인간이 되어버립니다.
보도연맹 사건
참으로 십수 년 만에 느껴보는 자유였다. 자신의 온몸이 자유롭다는 걸 자각하고 있다, 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한번 시작된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침례병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손수건을 꺼냈다. 회한이어서는 안된다. 내일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어야 했다.
1960년 4월 혁명으로 정권이 붕궤된 이 후 한용범은 자유를 느끼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살기위해 도망쳐 대신 군경에거 처형된 여동생 생각, 억눌렸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회한이 되어 눈물을 쏟아냅니다. 또한 내일을 그리며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게된 그의 날개는 다시 한번 선택을 하게 됩니다. 유족회를 만들자는 옥구열의 청을 받아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오전의 햇살은 잡아두기 힘든 것처럼 자유를 꿈꿧던 순간은 너무나도 짧게 끝이납니다. 그리곤 쿠데타로 인해 한용범 외 유족회 사람들은 빨갱이라는 이름 다시한번 펴보지도 못한 날개가 아래로 꺾이고 맙니다. 조심스러운 선택, 하지 말았어야 되는 선택. 그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빨갱이라는 이름 아래, 죽은 것 마냥 살아왔지만 진실이라는 희망을 놓지 못했던 게 잘못이라면 그럴 것입니다.
옥구열의 말을 통해 유족회 이들의 슬픔을 함축해서 알 수 있는 구절입니다. 어떻게 보자면 시절을 따라가는 것이 세상 편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 어떤 이들은 왜 유별나게 시절을 거스르느냐고 아니꼽게 쳐다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저자가 밤의 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4월 혁명을 이끌었던 대학생들의 노력, 쿠데타를 벗어나고자 했던 이들, 한용범이 한 군경에 대한 저항.' 이와 같이 시절을 거스르는 사람들이 존재했기에 지금과 같이 국가차원의 유족회가 세워졌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46년 만에 이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것이겠죠.
보도연맹 희생자 위령제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유신 철폐, 독재 타도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사람의 시민이면 되었다.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며 할말을 하는 국민이고 싶었다.
흔히 역사를 잊은 국민에게는 미래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밤의 눈은 우리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게 해주는 책이며 할 말은 하는 국민이어야 된다며 독자에게 화두를 던집니다.
2. 테하차피의 달 - ‘일반적이지 않나 벌어질 법한 이들의 일상’
‘테하차피의 달’은 단편 여덟 편의 작품을 엮어낸 소설집입니다. 제가 부제를 '일반적이지 않으나 벌어질 법한 이들의 일상'이라고 정했는데요. 그 이유는 각 단편에서 나오는 내용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 모든 것을 알것만 같았던 아내가 갑작스레 종교를 가지면서 벌어진 사고사’, ‘젊은 시절 한순간 사랑에 빠졌었던 여인의 죽음’, ‘보증 잘못 선 탓에 가정파탄의 위기에 내몰린 중년의 사내 이야기’ 등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주위에 있을 법하나 평범한 삶이라고는 애기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전 왜 이런 소재만을 묶어서 소설집을 내셨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죠.
『김경수(문학평론가)』 말에 의하면 작가는 사람들의 삶에는 그다지 의미 있는 기복이 있다기보다는 인간 개개인이 곱씹어가면서 스스로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수수께끼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되는 것일 뿐이라는 전언을 전달한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조갑상의 소설은 문제적인 현실과 현시점에서 맞서는 그런 대결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건이 완료된 시점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벌어졌으면서도 그 사람의 현실에 개입하려 드는 어떤 힘의 실체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곱씹는, 그런 회상적 반추의 문법을 즐겨 취한다.
소설을 다 읽고, 책 뒤에 나와 있는 평을 보고서야 의문이 해결 되었습니다. ‘밤의 눈’이나 ‘테하차피의 달’ 두 개의 소설 모두 대결의 이야기보다는 인물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사건을 쓰고 있습니다. ‘밤의 눈’에서는 ‘국가는 국민에게 어떻게 행하여 하는 가’ 그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테하차피의 달’에서는 각 단편의 주인공들이 불가항력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을 어찌하지 못하고 마주하는 모습을 보며 ‘왜 저래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편으로는 작가는 ‘왜 인물이 사건에 대항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단편 한편씩 읽을 때마다 하곤 했는데 조갑상 소설가의 ‘회상적 반추의 문법’이라는 특색을 이해하고는 공감이 갔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슈퍼맨·배트맨과 같은 영웅히어로물이 아니기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진다고 해서 그들과 같이 대항하기는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라면 조갑상 소설가에게서 ‘회상과 반추’를 느낄 수 있다면 현실 세상을 꾸밈없이 바라보는 사람이겠죠.
나름대로 단단하게 쌓았다고 믿는 삶의 제방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도 있는 크고 작은 빈틈을 눈여겨보지 않고, 그간 살아오며 체득한 지혜와 습관대로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나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아내조차, 그렇게 서두르며 맞이한 믿음의 세계에 자신을 무방비로 노출시켰던 것은 아닐까.
남편은 아내의 죽음을 보며 울부짖기 보다는 아내라는 타인의 삶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되짚습니다. 그의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행태는 모두 그러합니다. 자신을 바라보며 회상하는 그의 소설의 인물들은 마치 영화 아바타처럼 그가 바라보는 삶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통문당에서 나오는 구절입니다. ‘테하차피의 달’ 속에 있는 여러 단편들 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와 닿는 구절이었습니다. 헤어진 여인을 잃은 김우곤의 마음을 ‘허허로움의 그림자’라고 표현하면서 그 무게를 앞으로도 짊어져야할 무게라고 적고 있습니다. 여타 다른 소설 같으면 눈물 한 방울 또는 외침이라도 하면서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버하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그의 심리를 표현하는 게 오히려 소설 속 마음을 더욱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가슴 밑바닥에 어디에선가 서늘한 비안개 같은 게 퍼져 오르는 느낌’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 듯 싶습니다.
이렇게 두 편의 소설을 통해 조갑상 소설가의 세계를 느껴보았습니다. 10권 이상의 저서 중에 단 2권밖에 살펴보지 못해서 무척이나 아쉽지만, 최근에 내신 두 편이기 때문에 작가분의 최신(?) 지필 스타일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제 후기를 읽고 조갑상 소설가의 다른 책이 궁금하신 분들은 도서관으로 고고 !~ 하시고 오늘 소개한 두 책을 자세히 보고 싶으신 분들도 제 생각과 비교하시면서 읽어보시면 어떠실까 싶습니다. ^^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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