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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저자 인터뷰] 『문학을 탐하다』최학림, 지금 만나러 갑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2. 6.

『문학을 탐하다』최학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안녕하세요, 마하입니다. 부산일보 앞. 오늘은 『문학을 탐하다』의 저자이신 최학림 논설위원을 만나러 부산일보에 왔습니다. 너무 너무 추운 날씨였어요.☠

 

 

짜잔. 여기가 부산일보입니다. 저는 거제동에서 출발, 부산진역에 도착하여 부산일보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어떻게 타야할지 몰라 난감한 상황에 다른 분이 올라가는 걸 보고 같이 타봅니다. 훗. ⦿▽⦿ㆀ

 

 

최학림 논설위원과 약속된 5층. 10분 일찍 도착해서 문자를 보내봅니다.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려서 두근두근하고 있는 와중에 발소리가 끊기고, 최학림 논설위원과 만났습니다. 최학림 논설위원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카페로 갔습니다. 애매한 시간이라 카페 안이 조용하네요. 인터뷰를 위해 카페를 통째로 빌린 느낌이었어요.♥o♥

자, 그럼 마하와 함께하는 저자 인터뷰 시작합니다. Go Woo- Go Woo-!

 

 

마하  안녕하세요, 선생님! 빠르고 신속하게 오늘 인터뷰 진행해보겠습니다. 취조받으시는 느낌도 드실거예요!

최학림  (웃음)

마하  머리말에 보면 책이 한권이라 다 담지 못한 문인들이 꽤 있다고 하셨고, 기사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두세 권은 더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책에 담지 못해 아쉬웠던 작가가 있다면 누가 있는지, 또 다음 책이 나온다면 맨 먼저 담고 싶은 작가는 누구인지 듣고 싶어요.

최학림  이 책에는 18명이 들어있는데, 처음에는 25명 정도 기획했거든요. 근데 이게 시기를 맞춰야하는 책이다 보니 쓰는 것이 지체되어 18명까지 썼죠. 처음 계획은 25명이었고 많은 문인들 중에 25명을 추려내는 것도 어려웠어요. 얼마든지 더 쓸 수 있는데…. 정말 앞으로 두세 권은 더 낼 수 있을 정도로요.

마하  부산·경남권 안에서요?

최학림  네. 부산·경남권 안에서만요.

마하  그 일곱 분이 누구예요? 처음에 빠지신 분들.

최학림  제가 서문에 언급한 허만하 선생 있죠, 그 분 대단한 분입니다. 그 다음엔 강은교 선생님. 그 두 분은 처음에 넣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뺐습니다.) 이 두 분이 굉장히 심층적으로 접근해야 될 분들이고 상대적으로 전국적인 지명도가 두터운 분들이십니다. 어떻게 보면 본인 한 사람으로 책을 낼 수도 있는 분들이에요. 김규태 선생이라고 여든 정도 되는 연세인데, 그 분도 시 정말 잘 써요. 그 다음엔 동길산 시인이라고 있는데 이 분은 부산-경남을 왔다갔다 하시는 분이고, 정형남 소설가는 부산에서 몇 십 년 살다가 지금은 전남 보성에 가 있어요. 또 서규정 시인. 서규정 시인은 내가 문학 취재하면서 최고 친했던 시인이에요. 내가 꼭 써야하는 작가죠. 그 사람 작품을 제가 굉장히 좋아하고, 서로 감정선이 통하니까. 또 이상개 시인이라고 부산의 문학 출판사 중에서 빛남 출판사가 있었어요. 빛남 출판사 사장이었거든요. 1988년에 만들어져서 2010년까지 부산에 있었어요. 시 전문 출판사였는데, 내가 문학 기자를 하면서 그 출판사에 거의 출퇴근을 했죠. 근데 이 분이 말이 많지는 않으신데 묵묵히 보여주시는 분이에요. 부산에서는 우유부단파라고 하는데, 저는 이상개 선생님을 보면서 ‘시인이 저런 거구나’하고 스스로 느낀게 있거든요. 여기까지만 여섯 분이고요. 이와 함께 유병근, 김성종, 박청륭, 강영환, 오정환, 김형술, 김하기, 정익진, 공재동, 배익천 선생 등등을 언급할 수 있어요.

 

- 이 책에서 아쉽게 빠지신 일곱 분을 정리하자면 허만하 시인, 강은교 시인, 김규태 시인, 동길산 시인, 정형남 소설가, 서규정 시인, 이상개 시인이 있으시네요.

 

마하  그래도 아는 이름 하나는 있어서 반갑네요. 강은교 교수님. 학점은 잘 못 받았지만…. (웃음) 이복구 소설가 보면 『맨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잖아요, 선생님은 맨밥같은 삶을 어떤거라고 생각하세요?

최학림  참 어려운 질문인데. 거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담백한 삶이에요.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말이죠. 우리가 굉장히 많은 책을 읽고 때론 셰익스피어를 인용하면서 삶은 헛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옛날 어머니들을 보면 폐부를 찌르는 말을 능히 하잖습니까. 수식을 하거나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삶 자체로서 공감할 수 있게 담백하게 보여주는게 맨밥같은 것이 아닐까 싶군요. 이반 까르마조프라고 철학적이고 굉장히 지적인 사람인데 도스토예프스키가 미래형의 인간이라 설정한게 종교적인 인간형. 뭔가 설명하기보다는 몸에서 우러나고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 그런 것이 맨밥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마하  김언희 시인 시가 굉장히 자극적이잖아요. 선생님께선 시를 허무하고 어둡고 자기파괴적이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눈에 더 들어오지 않나 싶어요. 선생님이 생각하실 때 김언희 시인의 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뭔가요.

최학림  많은 시들이 그랬죠. 하지만 <홍도야>가 입에 아주 잘 달라붙어서 기억나네요. 이 시만 봤을 때 의미가 잘 안 오는데 리듬이 있으니까 의미의 서걱거림을 리듬으로 흡수시켜주잖아요. 리듬이 자유스러우면 노래를 잘 몰라도 리듬을 흥얼거리듯, 시도 그런 것 같아요. 김언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굉장히 쎄요. 책에도 적어놨지만 통화를 할 때 호흡을 가다듬고 하는데 좀 떨리더라고요. 뭐 때문에 시를 이렇게 쓰지? 의문이었는데 가서보니까 시인의 이미지가 시와 전혀 다르고 본인도 너무 힘들어하면서 짊어지고 가고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죠. 결국은 시안에 들어가 보면 표현되는 생경한 언어들, 생경한 구절은 하나의 형식일 뿐이죠. 근데 사람들은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니까. 내용 위주로 읽으면 좀 더 높게 평가받을 건데….

마하  일반인들은 서정시를 좋아하고, 잘 읽히는 걸 좋아하니까….

최학림  그렇죠.

마하  최영철 시인의 <늦은 봄에 쓰는 편지>를 보고 선생님은 정말 읽고 싶은 편지는 뭔지, 쓰고 싶은 편지는 뭔지, 보내고 싶은 편지는 뭔지 차근차근 생각할 것이라고 했는데, 혹시 이 중에 생각해본 편지의 내용이 있으신가요?

최학림  시라는게 ‘삶은 이거다’고 정의해주지 않고,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잖아요. 그 시가 고양이가 죽은 거, 새가 죽은 거, 꽃이 늦게 지는 거 하고는 상관이 없었지만 뭔가 연관이 있는 듯한 느낌. 사람이 쓰는 언어 너머에 뭔가 연결되어있는 듯한,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말할 수는 없고. 말을 해버리면 싱거워질 수도 있지만 더러는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거. 그런 걸 생각하게 하는 거죠. 모든 걸 다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안되는 영역도 있고, 그런 영역을 갖다가 공감을 하는 거죠.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말 할 수 있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된다.’고 말하죠. 최영철 시인의 그 편지가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뭔가 있는 것 같은 걸 일깨워주고 알려주는 거죠.

마하  유홍준 시인이 구사하는 상징과 비유를 보고 선생님께서 감탄하셨다는데 특히나 이 표현은 정말 기억에 남는다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학림  나도 시골에서 생활을 좀 했었거든요. 방학때마다 시골에 가서 살았어요, 집은 6살 때 부산에 왔었는데. 밤에 연못에 달이 떠있는 모습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있어요. 근데 그 달을 갖다가 붕어가 툭툭 치고 나가면서 갖고 논다, 이런 발상이 대단한 거예요. 유홍준 시인도 산청의 촌놈이거든요. 상징의 보고를 가지고 있는 시인인 것 같아요. 저는 그 사람보고 '도둑놈'이라고 하는데, 유홍준 시인이 자연 속에 있는 걸 잘 빼 와요. 정말 상징 같은 걸 잘 구사하는 시인이죠. 놀라운 건 이 시인이 대학도 안 나오고 고등학교 때 가출도 했다는 것이죠. 강원도에서 온갖 일, 함바집 일도 하고 진주에서 종이공장 다니다가 뒤늦게 시를 썼죠. 그래서인지 가식이 별로 없죠. 인정머리도 없고. (하핫 농담) 표면적으로는 없죠. 근데 친해지면 있겠지. 글 쓰는 사람 그 동네에서는 격의 없이 잘 지내지요.

마하  김곰치 소설가의 필명 얘기에 대해 재밌게 읽었는데, 혹시 선생님께서 알고있는 또 다른 작가의 필명과 그 필명이 탄생하게 된 비화가 있을까요?

최학림  부산에 박향이라는 소설가가 있거든요. 그 양반은 작년에 문학상을 두 개나 받았어요. 세계일보에서 하는 세계문학상이 있는데 그게 고료가 1억원이래요. 현진건 문학상이라고 또 받았고. 그 분 이름이 향자거든요. 근데 박향 하니까, 글의 향기도 떠오르고, 그러죠? 곰치처럼 특이한 그런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별명 관련해서 재밌는 건 있지만 곰치처럼 특이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복구라는 촌스러운 이름도 좋고…. 이 책의 문인들은 다 본명이에요. 김곰치만 필명이고. 정영선도 원래 정생인가, 하여튼 다른 이름이었는데 본명으로 돌아왔어요. 곰치는 자기가 지향하는 소설 세계와 필명을 일치시키려고 한거고. 근데 이 친구는 시적인 감수성이 예민하거든요. 글도 아주 샤프하고. 페이스북 같은데도 짧은 산문들을 잘 쓰고. 곰치라는 느낌이 둔탁한 느낌이지만 그 밑에 보면 예리한 느낌이 있어요. 근데 예리함만 있으면 소설가 하기 힘든데, 그 예리함을 넓게 확대시키려는 그런 의지도 있고. 악기를 예로 들면 바이올린이 예민해서 특히 조심하는 게 있는데, 그걸 다루는 사람은 자기가 더 힘들고 그렇죠. 그에 반해 첼로하는 사람들은 감정선이 넓고 둥글고 안정되어있는 면이 있고요. 소설 쓰기에는 날카로운 면도 중요하지만 안정되고 안착된 느낌도 중요하니까.

마하  엄국현 시인은 신라 향가나 고려 속요 같은 ‘우리나라’ 냄새나는 걸 좋아하고 향가를 비롯한 옛 시 전공자라고 하잖아요. 선생님이 생각한 향가의 매력은 뭘까요?

최학림  그냥 좋죠. 그죠? 우리 시가의 원형이 들어있고. 이두 표기로 돼 있는데 가랑이가 넷이도다(-처용가處容歌) 이런 표현들. 사상도 여러 가지 있지마는 이두로 표기된 옛스러운 리듬이 멋있는 것 같아요. 제망매가(祭亡妹家) 월명사의 시 보면 달을 움직이는 구절이 있고. 천지조화를 갖다 움직이는 시의 힘. 그런 근엄한 모습뿐 아니라 노인이 수로부인 희롱하는 거(-헌화가獻花歌) 있잖아요. 보면 인간의 모습이 다 들어있거든요. 신라 문화보면 토기나 토우 같은 데 사람 몸의 표현이 가감없이 다 드러나 있잖아요. 향가의 세계에도 가감없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삼국유사 삼국사기하고 연결시켜보면 원형적인 것에 대해서 잘 느낄 수 있게. 엄국현 선생은 한자 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의 감성'을 많이 잊어먹었다고 하는데 그런 감성의 원형이 향가에 잘 나와 있지요. 내가 철학과 나왔는데 따로 향가를 공부한 적이 있어요. 정화되는 느낌도 있고. 평론가들이 고대시가 평한 거 보면 김현같은 분은 제망매가를 최고로 치고, 또 북한에 간 국어학자 홍기문은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를 최고로 치고.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조금 다른 게 있는데, 그것도 보면 신기하고, 풍부한 세계란 생각이 들죠. 이성복 시인이 풍요의 한자 구절을 그대로 옮겨와 시집을 냈어요. 사람이 굉장히 다양하게 느끼는 그 원형은 초기에 불렀던 그 노래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제망매가나 안민가(安民歌)나 누구를 사랑하는 찬기파랑가. 다 그 원형인 것 같아요.

 

- 여기서 잠깐,  위 말에서 언급된 향가를 찾아보고 갑시다.

처용가處容歌 : 처용 자신 아내 역신() 동침하는 보고 부른 노래.

제망매가祭亡妹家 : 월명사가 죽은 누이를 추모하며 지은 노래.

헌화가獻花歌 : 이름을 알 수 없는 노인이 수로부인(水路夫人)에게 꽃을 꺾어 바치며 부른 노래.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 신라시대의 화랑이었던 기파랑의 높은 인격을 사모한 충담사가 그의 인물됨을 상징성을 띤 자연물에 빗대어 찬양한 노래.

안민가安民歌 : 경덕왕이 충담사를 만나 백성을 편안하게 할 노래를 지어달라 부탁하여 탄생한 노래.

 

 

 

마하  조갑상 소설가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를 빗대어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무엇을 저마다 꿈꾸고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선생님의 평행선 너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최학림  자기가 가지고 있는 현실은 자기한테 착착 붙어 원만하게 조화롭게 되는 게 아니에요. 현실이라는 건 자기하고는 잘 안 맞거든요. 우리가 적응하려고해도 딱 맞춰서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우리하고 평행선을 그을 수 밖에 없죠. 왜냐하면 세계와 내가 일치되어서 갈 수 없으니까. 일치되려고 노력은 하지만 흔적만 남을 뿐이고 결국 현실은 현실대로 있고 우리 삶은 우리 삶대로 있고. 그게 평행선이죠. ‘그 너머에 뭔가는 분명히 있다.’ 그건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마하  저는 구체적인 답변을 바랐는데…. 근데 괜찮아요. 비슷한 질문 뒤에 또 있으니까. 또 다시 할거예요. (하핫) 성선경 시인의 몽유도원은 목욕탕이 아닐까하셨는데 선생님의 유토피아, 몽유도원은 어디인가요?

최학림  여기라고도 할 수 있고, 저기라고도 할 수 있고. 소설 시 많이 읽을 때는 거기일 수도 있고 음악 듣고 할 적에는, 음악이 사람을 굉장히 고양시킬 수도 있거든요. 그 언저리일수도 있고. 책을 읽을 적에 어떤 구절들이 확 번지면서 올 때가 있는데 그런 걸 만나는 순간일 수도 있고….

마하  박태일 시인의 시의 뿌리는 ‘지명’이라고 하셨고, 장소를 말하는 것은 결국 사라져 없어질 사람의 삶, 쓰이지 않은 이야기를 쓰겠다는 것을 뜻한다고 하셨는데 기자도 이와 비슷한 글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뿌리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학림  나는 대학 다닐 때 철학을 공부했거든요. 학교 졸업하면서 철학을 조금 쉬었다하자, 그러다가 일년에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하자 그랬었는데 결국 못했죠. 요즘 다시 옛날에 생각했던 큰 주제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대학에 배웠던 것에서 많이 형성이 되는 거죠. 철학이 자꾸만 꿈틀거리니까. 하지만 철학을 날 것으로 펼쳐놓으면 별로 재미없거든요. 철학이 삶을 접목시키면 문학이 될 수 있는데, 생각의 뿌리는 철학에 있는 것 같고 그걸 펼치는 데는 문학의 틀을 빌려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마하  강동수 소설가는 기자이면서 소설가라고 하셨잖아요. 선생님도 문학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신 것 같은데 혹시 시나 소설을 쓰실 생각 있으세요?

최학림  저는 신문 글 쓰죠. (문학작품을) 언젠가는 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없어요. 옛날에 어릴 때는 좀 썼는데.

마하  정태규 소설가는 인간에 대해서 끊임없이 회의한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인간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최학림  정의할 순 없지만, 지금 생각엔 나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인간의 모습을) 10대 때는 10퍼센트 정도 알고 20대는 20퍼센트 정도 알고 50대는 50퍼센트 정도 아는 것. 분명히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그런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 인간인 것 같아요. 도덕, 예술, 종교, 진선미 그와 연관된. 영락없이 삶과 시간 속에서 흔들리는게 인간이고. 신뢰가 안가지만 신뢰할 수밖에 없고 뻔한 거 같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여지가 있는. 80퍼센트까지 보는 게 인간인데 나머지 20퍼센트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작은 가치를 갖다가 잃지 않으려고 끝까지 나아가려는 존재. 힘들지만 나아가려는, 좌절도 하고. 좌절이 80퍼센트, 딛고 나가는 게 20퍼센트 정도.

마하  근데 그 퍼센트 논리가 맞는 것 같아요. 저도 10대 때 (손 동그라미) 이만큼 보였다면 20대 때는 그 것보다 더 보이는 것 같거든요.

최학림  (농담) 120살까지 살면 120퍼센트를 볼 수 있겠죠.

마하  장수해야되겠네요.. (하핫) 선생님께서 박권숙 시인을 생각하면 배롱나무와 천마도가 떠오른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은 타인이 선생님을 볼 때 어떤 이미지를 연상했으면 하고 바라세요?

최학림  남들이 나를 학림거사로 부르는데, 새 학 자에 수풀 림 자인데 사람들이 배울 학 자에 수풀 림 자로 생각해요. 학림이라는 게 절이라던지 철학관 이런 느낌이 없지않아 있으니까.

마하  어리셨을 땐 그런 별명 아니셨을 것 같은데.

최학림  초등학교 때 나는 최하리라고. 애들이 장난친다고 내 이름에 받침 빼서 불렀죠. 내 고향에 학림리라는 곳이 있거든요. 작은 마을 두 개 세 개를 하나로 합쳐서 리 인데, 학동이고 임포라고 있는데 학동의 학 자하고 임포의 임자 합쳐서 학림리라고 해요. 이름을 한자로 풀면 소나무 숲이 위에 학이 앉아 있는 모양이에요. 그림은 되죠.

마하  멋있어요. 옛날 수묵화 화폭이 연상돼요.

최학림  나는 어릴 때 이 이름을 안 좋아했어요. 중 2때 윤리선생님이 출석부 부르면서 이름이 여학생 같다, 나는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봐서. 학림이라는 이름을 한 번도 좋다고 생각해본 적 없고 이상하고 그랬는데, 고3때 이름 좋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어요.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거든요.

마하  이상섭 소설가를 부산 문단에서 알아주는 ‘구라’라고 표현하셨는데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이상섭 소설가와 견줄만한 부산 문단의 숨겨진 입담꾼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최학림  형식적으로는 그 양반이 최고 구라죠. 근데 소설가들 시인들 이런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자고하면 남한테 안 지거든요. 소설가들이 되게 말을 안 져요. 말이 어눌한 것 같지만 은근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 많고 소설가들이 한 가닥씩 다해요. 술자리 하다보면 처음부터 알알이 꿰면서 기억의 세밀한 복원을 하는 소설가들도 있고 어느 정도 지나면서부터 좌중을 압도하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마하  정영태 시인의 ‘눈을 쓸자’라는 말에 감명 받아 ‘눈을 쓸만한’ 문인들의 이름을 자꾸 불러야 한다고 평소 생각하시고 지역 문인들을 호명하는 기사도 쓰셨다고 했는데 이 책의 기획의도와 맞닿아 있는 생각인 것 같아요. 언제부터 이 책을 기획하셨어요?

최학림  3-4년전인가 기획을 했는데 그 때는 바쁘기도 했었고, 중요한 건 내 이야기가 아니고 부산의 지역 문단을 지키는 많은 작가들을 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죠. 일반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도 많지만 좀 더 상세하게 지역 문인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은 옛날부터 하고 있었죠. 4-5년 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저술 지원에 선정이 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심사 방식을 바꿔 결국 선정이 누락된 적이 있어요. 이건 조금 더 있다가 쓰라고 하는 거다 생각했죠. 기획만 해 놓고 안 썼죠. 재작년에 기술지원 신청해서 가지고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죠.

마하  가벼운 질문 하나 할게요. 최원준 시인의 둥글한 얼굴과 성격 때문에 ‘동방신기’식 사자성어 별명으로 ‘원만원준’이라고 불린다고 하셨는데 선생님도 이런 별명으로 불리셨나요?

최학림  몇 명 어울리는 사람들 5-6명 사이에서 난 ‘안다학림’이었어요. 아는 체를 많이 한다고. (농담) 그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원만하게 하는데, 나는 말을 잘 못하니까 정색을 하고 말해요. 그걸 아는 체한다고 표현하더라고요. 또 동길산 시인이라고 있는데 그는 ‘야동길산’이라고. 야동을 본다 길산. 이 뜻도 있는데 누군가 호명할 때하는 야- 동길산. 이 뜻도 있죠. 예민한 감성의 ‘감성태성’. 뭐 이렇게들 있었죠.

마하  마지막으로 <문학을 탐하다>를 읽게 될, 혹은 읽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최학림  내가 이 책을 쓸 때는 할 수 있는 최선의 한도 내에서 (부산-경남 문학을) 드러내겠다. 우리 지역작가들이 뭘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정말 나보다는 고군분투하는 지역 작가들이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 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썼거든요. 이분들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직업도 없이 전업으로 하는 거 쉽지 않잖아요. 물론 따로 직업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글쓰기에 생을 걸은 사람들이니까. 독자들이 지역 문인들의 글을 더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지역 작가들에 대한 발견이면서, 지역 문화에 대한 발견이고,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일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문학을 탐하다』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정갈하게 쓰인 글씨. 멋있죠?

 

부산일보 앞까지 선생님을 배웅해드리고, 다시 출판사로 돌아오는 길.

선생님이 사주신 커피 향기가 은은하게 맴도는 느낌이라 훈훈한 기분이였어요. 선생님 말씀에 배운 것도 많고, 부산 문학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o⁌⁂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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