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성장하는 우리들의 성장소설 ::
『어중씨 이야기』
안녕하세요. 어제부터 인턴 근무를 하게 된 신다람쥐입니다. 저보다 일주일 쯤 먼저 오신 인턴분은 벌써 포스팅을 두 개나 해서 저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오늘 소개할 책은 최영철 작가의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입니다.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청소년들이 읽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분은 ‘우리는 계속 속장하는 몸과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고 얘기하며 독자를 청소년으로만 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청소년기만이 성장하는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은 나이를 망라하고 누구나 읽어봄직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중씨 이야기를 통해 계속 성장 중에 있는 친근한 인물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거에요.
먼저 작가 소개를 하자면 최영철 시인은 1956년에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셨습니다. 1986년 한국일보로 신춘문예에 등단하셨고,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 사진』, 『야성은 빛나다』, 『호루라기』등의 시집과 『나들이 부산』,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을 받았으며 지금은 어중씨가 태어난 도요마을에서 글을 쓰며 살고 계신답니다.
이 소설은 제목처럼 ‘어중씨’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중씨는 55세이며 30년 동안 국어교사 생활을 하다가 도야마을로 귀촌해서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어 주신 이름 ‘한어중’은 ‘말씀 가운데 있어라’는 뜻이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어중간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어중씨’라고 불립니다. 어중씨는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어중간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스스로 어중이라는 이름이 자신과 찰떡궁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을 다 읽은 후 어중씨의 이 이름이 참 정감있게 들렸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어중씨는 천성 자체가 한 박자 느리고 과묵한 사람입니다. 느긋하고 동작이 굼뜬 성격 탓에 그동안 수많은 것들을 놓치고 손해보며 살아가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제자 몰래 자신이 등록금을 내 주기도 하고, 아내의 자살 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순례자에게 자신의 행복과 순례자의 불행을 한주먹씩 맞바꿔주는가 하면, 절에 가서 부처님 앞에 자신의 소원을 빌기보다 옆 할머니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빌 정도로 남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버스를 놓친 어중씨가 시장까지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
저는 어중씨의 마음 가짐이나 말 한 마디, 생각 하나하나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들은 어중씨를 어중간한 바보쯤으로 생각하고 학생들마저 ‘바보샘’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약한 사람들에겐 한 없이 바보스럽게 웃으며 손해보다가도 자신의 신념엔 강직하고 굳은 의지와 결단력을 보이는 그런 어중씨의 성품이 저는 좋았습니다.
아내의 심부름이었던 갈대 빗자루에요. '오공,갈대'만 기억하고 있던 어중씨는 시장 사람들의 도움으로 갈대빗자루를 무사히 사게 됩니다!
아내의 심부름으로 오공본드와 갈대 빗자루를 사러 장으로 향한 어중씨는 그만 버스를 놓쳐버리고, 시장까지 1시간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며 여러 사람들을 만납니다.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인 동섭이, 힘든 짐을 업고서 홀로 길을 가는 순례자, 자유분방한 길동이, 자신이 등록금까지 내 줬던 고등학교 제자 영훈이 등……. 그들을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인생살이의 무게에 자신이 도리어 미안해하며 건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의 따스한 충고나 위로의 말처럼 들렸어요.
순례자를 만나 자신의 행복과 순례자의 불행을 한 주먹씩 맞바꾸고 있는 장면입니다.
저는 어중씨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 행복의 기준은 각기 다르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린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돈, 명예, 성공을 얻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어중씨처럼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그 자체로 자신의 행복이 충족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저 자신의 행복만 바라기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통해서 나 자신도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봤어요.
위의 사진처럼 책 곳곳에는 재미있는 그림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편리를 위해 생겨난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 현대의 물질 문명은 오히려 인간의 삶을 소외시키고 메마르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중씨는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도야마을에 귀촌해서 휴대폰과 자동차를 없애고 시골 마을의 한적함을 맘껏 누리며 살아갑니다. 어중씨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더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아 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는 인사도 잘하지 않고 살아가던 자신의 지난 날을 반성하기도 하고, 물질 문명에 익숙해져 소홀히 했던 가치들을 다시 되새기면서 55세의 나이에 그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놈들이 우리의 소중한 기다림 같은 걸 다 뺏어갔다니까요. 약속장소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러지 않잖아요. 내가 마님에 대한 사랑을 새록새록 키운 것도 그때였어요. 당신이 약속 장소에 늦게 오고 내가 하염없이 당신을 기다리던 그때.”
휴대폰과 돈이 생기니까 간절하고 절실했던 초심이 자꾸 없어진다는 어중씨의 말에 저도 깊이 공감하며, 소설 한 편을 읽은 후 왠지 시골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맛 본 것 처럼 푸근해지는 하루였어요. ^^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치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운 여름, 어지러운 도시 생활에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 추천드려요 ^0^
어중씨 이야기 -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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