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 서비스』:::
부유하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다
안녕하세요! 두 번째 포스팅으로 돌아온 신다람쥐입니다. ^0^ 제가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미욱 작가의 『서비스 서비스』라는 소설집입니다.
산지니 인턴을 하며 좋은 점은, 그동안 잘 접하지 않았던 지역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소설책을 읽을 땐 서평이나 입소문을 보고 읽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좋아하는 작가들 위주의 작품을 읽다 보니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책은 접하기 어려웠거든요.
이미욱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표지가 인상적이에요.
이 책은 작가의 등단작인 「단칼」부터, 표제작인 「서비스, 서비스」,「미미」,「쎄쎄쎄」,「분실신고」,「숨은 그림자」,「사막의 물고기」,「연애」등 8편의 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욱 작가님입니다.
이미욱 작가는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나셨어요. 2005년 《국제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단칼」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이미욱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어 보는데, 몇몇 소설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그런지 저에겐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었어요. 줄거리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는 소설이 아니라 조금 더디게 읽히며 무언가 찜찜하게 남아 있고, 궁금하고, 또 소설 자체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먼저 소설의 인물들이 모두 결핍을 안고 있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단칼」은 친언니가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정신적 혼란과 상처를 겪는 여자가 등장하고,「서비스 서비스」와 「연인」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쎄쎄쎄」에서는 태어나자마자 길거리에 버려진 후 동성 커플에게 입양된 소녀, 「분실신고」또한 부모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길러진 소녀가 나와요. 소설 속 등장인물이 대부분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라는 점, 대체로 ‘여자’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가죽 책갈피랑 같이 찍어봤어요. 출장 다녀오신 디자인 팀장님이 선물로 주셨습니다. ^0^
소설이 독특하다고 느낀 데는 작가의 간결한 문체나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몇몇 소설의 결말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 파격적이고, 난해한 듯한 결말이 강하게 다가왔거든요.
위에 인용한 부분은 「단칼」과 「미미」의 결말 부분입니다.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공포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귀신 목소리가 연상되며 조금 오싹해졌어요.
저는「분실신고」라는 소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집을 떠난 여고생이 자신이 묵을 새로운 집을 찾다가, 손님만 잘 대접하면 된다는 한 삼촌의 집에서 기거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학교 내에서 남자 화장실 팻말에 여자 팬티가 걸려 있는 사건이 벌어지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5명의 학생 중 하나인 주인공이 반성문을 쓰며 꾸는 꿈은 자못 충격적입니다. 변호사 손님을 맞은 소녀는 손님으로부터 ‘생일선물’로 뱀을 다리 사이로 넣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머뭇거리는 소녀에게 돈을 더 꺼내며 재촉하고, 그 돈에 이끌려 결국 수조에서 쭈쭈를 꺼내는 모습을 보며 그 나이대의 소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고 슬퍼졌습니다. 본인의 잘못으로 인해 잃은 것들이 아님에도 그것들을 되찾기 위해 그런 끔찍한 수치를 견뎌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삶에서 잃어버린, 결핍된 무언가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서비스 서비스」에서 민재는 프라모델에 탐닉하고, 「연애」에서 부영는 친구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며, 「분실신고」의 인물은 많은 돈이 있어야 자신이 잃은 것을 찾을 수 있다며 ‘돈’에 집착합니다. 「미미」는 털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주인공이 제모와 아름다운 외모에 집착합니다. 이들은 각기 부모로부터 버려졌거나 사랑을 받지 못한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뒤의 해설에서 전성욱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상징계 안으로 평화롭게 안착하지 못한’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과 보호, 가정이라는 울타리, 어린 시절의 애착 대상을 잃은 인물들은 저마다 그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러한 병리적 애도는 그들의 삶을 정상화시키지 못합니다. “버려짐으로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맬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그들은 그 가혹한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 어찌할 수 없는 그 무능이야말로 정치적 주체화의 길이 봉쇄된 이 시대의 어떤 곤경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p.257)라는 해설을 읽으며 이 소설이 현대 사회의 문제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상징계에 평화롭게 안착하지 못한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방랑하고 부유합니다. 코코미가 히카사로, 아키나로 변하는, 익명의 그림자들로 가득한 그들의 삶은 불안정하고 어딘가 공허하며 외롭지만, 그런 이들의 삶을 맞닥뜨려 읽어나가는 것은 그들의 삶과 이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 뵙게 될 이미욱 작가님과의 인터뷰도 기대가 됩니다! ^^
쓰다 보니 서평이 조금 길어져서 지루하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이번주 내로 저자 인터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
서비스, 서비스 - 이미욱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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