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보라매07
바다를 바라보다
- 고딩들이 쓰고 만든 청소년 해양도서
국립부산해사고등학교 예비해기사들의 글쓰기 작품집 『바다를 바라보다』가 출간되었다. 추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활동할 예비해기사 학생들의 다양한 산문과 운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번 책에는 동아리 ‘해양문학교실’에서 펼쳐진 다양한 특강과 논담회, 문학까페 활동, 웹진 제작의 결과물이 담겨 있다. ‘해양문학교실’의 지도교사 심호섭 시인은 이번 책 출간을 통해 학생들이 바다가 우리 생활과 의식에 어떻게 작용하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애썼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문학 작품을 통해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들의 서정을 엿볼 수 있음과 동시에, 바다에서 생업의 절실함과 노동의 가치를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해양문학교실’의 모든 활동의 결과물을 바다의 시각에서 풀어내려 해 단순한 ‘문집(文集)’ 차원을 넘어서 ‘해양문학’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려고 한 점도 주목된다.
바다를 사유하는 시간,
바다를 발견하고 바다에게 말을 걸다
여기는 실습선의 캄캄한 침실. 당직 시간에 맞게 눈이 떠질 무렵, 여전히 귓가에는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맴돌고 이젠 그 소리에 익숙해진 듯한 아직 어리기만 한 실습항해사는 침대에서 내려와 수건과 샴푸를 챙겨 세면실로 향한다.
_「바다 공장의 성(城)」/ 이지훈, 69쪽.
이 책은 항해와 바다 문화에 대한 1장 ‘바다를 발견하다’로 시작하여 선박생활에 관련된 2장 ‘바다에게 말을 걸다’, 선박화물, 해상플랜트에 관한 상상적 글쓰기가 담긴 3장 ‘바다를 만나다’, 선박과 과학, 항해실, 기관실에 대한 경험적 글쓰기가 담긴 4장 ‘바다와 동행하다’, 바다공간의 사회적 문제와 개인의 정서적 글쓰기가 담긴 5장 ‘바다를 위로하다’, 학생들의 운문 작품을 모아둔 6장 ‘시를 쓰다’까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권기배 학생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나의 생각」에서 예비해기사인 학생이 올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느낀 소회와 해기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책무에 대해 고찰하고 있으며, 이광민 학생은 「선박 화물 이야기」에서 해운계 고등학교의 학생으로서 해양플랜트 사업과 해상운송사업, 여객사업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실무 교육을 글에 녹여내었다. 이를 통해 이 책은 학생들의 문학작품을 모아놓은 단순한 문집을 넘어서 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글쓰기 작품집이 될 수 있었다.
예비해기사가 꿈꾸는 나의 미래!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항해실에서의 업무수행의 노동과 그 곳에서의 생활의 외로움이 점점 상상적으로 느껴질 때,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 놀기를 좋아하는 내가 그 외로움을 이길 수 있을까, 이 길은 혹시 내 길이 맞을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다.
_「항해실」/ 박상우, 50쪽.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 마이스터고등학교인 해사고등학교 학생들이 꿈꾸는 미래는 어떠할까. 졸업하면 해기사가 되어 해양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외항선을 타면 몇 개월에서 몇 년에 걸쳐 긴 시간을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해양인들에게 ‘외로움’과 ‘고독’은 어쩔 수 없는 친구일 것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같은 해양문학이 발달할 수 있었던 까닭도 기나긴 승선생활이 가져오는 고독이 작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했기 때문은 아닐까. 아직 전문 해양인은 아니나, 예비 해기사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승선생활을 겪으며 노동의 가치를 미리 체험하고 상상할 수 있었다. 단순히 업무를 배우고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아닌, ‘해기사’가 가지는 노동의 가치를 사유하고 직업의식을 배워나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바다를 바라보다』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화려한 수사가 담긴 문학교육 사례가 아닌, 삶의 터전을 바다로 삼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풀어냄으로써 문학교육의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며, 동시에 예비 해기사를 꿈꾸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글쓴이 : 해양문학교실
해양문학교실은 국립부산해사고등학교의 방과후 자율동아리로서 1995년에 조직되어 지금까지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본래는 이름이 ‘문예부’ 또는 ‘문예창작부’였으나, 구성원인 학생들이 미래에 직업과 생활의 주 영역이 바다임을 직시하고 2011년에 해양문학교실로 개칭하여 지금까지 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본 동아리는 그동안 교지, 학교소식지 편집제작, 시낭송회, 해양문예 특강, 바다와 글쓰기, 해양인문 소양 형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동아리 해양문예 작품집으로 『바다에서』 1, 2권을 낸 바 있다.
권기배・김무영・김민창・김범수・김성균・김창근・노형래・박상우・백진서・신희섭・이광민・이지훈・장두현・조현우・최영호・최재웅・구제상・김병석・최종인・심호섭(지도교사)
바다를 바라보다 꿈꾸는 보라매 07
바다를 바라보다 - 해양문학교실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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