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양어장 가는 길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1만3000원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간 걸까? 1980년대까지 알래스카와 가까운 북태평양어장 곧 북양어장에서 명태 자원은 엄청났다. 잡힌 명태를 기다리는 건 ‘할복’이었다. 수놈은 그대로 버리고, 암놈은 배를 갈라 명란만 빼낸 뒤 버렸다. 명란 가격이 워낙 좋아서 그렇게 해도 수산회사는 이윤을 남겼다. 물론 ‘지속 가능한 어업’은 아니었다. 요즘 근해에선 명태 씨가 말랐다고 하니.
1986~1990년 북양어장에서 항해사로 일했던 최희철(53) 시인이 당시를 기록했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바다 위에 쓴 청춘의 기록은 다시 미시사로 세공됐다. 부산항을 출항한 배는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쓰가루 해협, 오츠크 해를 지나 북양어장으로 향했다. 그 길은 세속의 질긴 끈을 놓고 먼 산문으로 향하는 출가의 길처럼 아득했다. 수심 3000m 공해 어장에 도착하면 거대한 트롤어선은 대기권을 벗어난 듯 기침을 해댔다. 그러곤 아침을 향해 그물을 던졌다.
원양어업을 기획한 건 국가와 자본이었다. 하지만 원양어업의 주인공은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 어획대상이었던 물고기, 생명 없는 기계로 생각했던 트롤어선과 어구들, 출렁이던 바다의 흔적으로서 바람과 어둠과 눈보라와 안개였다. 최 시인이 “몸의 기억을 살려” 쓴 이 책은 21개의 에피소드를 엮었다.
한겨레ㅣ손준현 기자ㅣ2014-12-04
원문읽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7632.html
북양어장 가는 길 -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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