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이태준 38년 짧은 인생, 긴 이야기로 돌아오다
2015-03-12 [20:45:05] | 수정시간: 2015-03-12 [20:45:05] | 21면
▲ 독립운동가 이태준의 삶을 완성도 높은 소설로 그려낸 이규정 작가. |
'신의(神醫)'라고 칭송받던 박애주의자 의사. 38년 짧은 생을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살다 간 조선의 독립운동가. 대암 이태준(1883~1921) 선생의 올곧은 삶이 장편 소설로 부활했다.
'소설의 사회적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해 온 이규정(78) 소설가의 힘겨운 노력 덕분이다.
애국지사 이태준 선생이 노작가의 가슴에 자리 잡은 건 2001년. 몽골 울란바토르 '이태준기념공원'을 방문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우연히도 작가와 같은 고향(경남 함안) 출신인 이태준 선생의 삶을 추적하는 긴 여정이 시작됐다.
이규정 소설가 심층 취재 바탕
실화 소설 '번개와 천둥' 출간
박애주의자 대암의 삶 재조명
함안과 몽골을 수차례 방문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이태준 선생의 일가를 만나 심층 취재에도 공을 들였다. 하지만 '조국 국권 회복을 위해 생을 바친 애국지사들에 무관심한' 우리 문단의 빚을 홀로 나서 덜어내는 작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실화 소설 '번개와 천둥'(산지니)은 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다. 2011년 3월 드디어 집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후유증으로 1년 넘게 고통을 겪었다.
2012년 후반에야 다시 집필을 하게 됐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아 하루 30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기나긴 사투 끝에 노작가는 고난의 시대, 불의와 타협 없는 삶을 살다간 이태준 의사(義士)를 완성도 높은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역사 속에서 불러냈다.
이규정 작가의 소설 '번개와 천둥'. |
또 하나의 소명을 다한 '후련함'일 듯하다. 일제강점기 올곧은 지식인의 삶이 던지는 울림은 어수선한 이 시대에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병명도 모른 채 부모와 아내를 잇달아 사별해야 했던 이태준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 면허 의사 김필순을 만나 세브란스 의학교에서 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백성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나라 지키는 일의 근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환자뿐 아니라 나라를 살리는 일에도 뛰어든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을 진료했다는 이유로 일경에 쫓기게 된 선생은 중국 난징을 거쳐 군관학교를 세우기 위해 몽골로 건너간다. 매독이 창궐한 몽골의 참상을 외면하지 못해 의료 봉사에 나섰고 몽골에 세운 동의의국은 독립운동의 거점이 됐다. 몽골과 중국을 넘나들며 독립운동에 매진하던 선생은 한 일본인 병사의 총에 맞아 운명한다.
소설은 김필순, 신규식, 김규식 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행적도 따라간다. 그 시대에도 이미 '병원을 차려 돈벌이에 골몰하는 의사들'이 있었고 '나라 잃은 시대, 잠시 저항하다가도 이내 길들여져 적국의 개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이태준은 길들여지지 않는 몽골의 야생마 타키처럼 현실의 부조리에 맞섰다. 소설이 신앙인 이태준을 통해 세속화된 한국의 기독교에 던지는 울림 역시 가볍지 않다.
쉼 없는 노작가의 다음 여정은 1963년 일본으로 밀항해갔던 재일교포의 신산한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 될 예정이다. 부산작가회의 고문인 작가는 신라대 교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요산문학상, 부산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강승아ㅣ부산일보ㅣ2015-03-12
번개와 천둥 - 이규정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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