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학교에
문화를 그려내는 이들의 이야기
양아름 | 산지니 편집자
내게 있어 ‘학교’는 집 근처의 가까운 동년배의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쌓던 곳으로 여전히 기억되는 곳이다. 예전 살았던 동네를 방문하면 그곳에서 교복을 입고 언덕에 있던 학교를 오르내리던 기억이 절로 떠오르는 까닭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그렇게 고향과 동의어로 추억되는 학교를 몇 년 전 다시 찾은 적이 있었다. 주말에 찾은 학교의 풍경은 학생들이 없어 쓸쓸한 느낌이 있었지만 아직도 변함없는 학교 앞 서점과 문구점, 학교 안의 조경들을 통해 십 대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충분한 다리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이런 공간이 사라져버린다는 건, 과연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게 되는 것일까?
얼마 전 출간되었던 『폐교, 문화로 열리다』는 제목 그대로 사라진 학교인 ‘폐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저자의 집필 계획을 듣고는 ‘폐교’라는 단어가 주는 슬픈 느낌에 어떤 식으로 책이 구성될지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에게서 최종원고를 받고선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보내온 폐교의 사진과 원고의 내용은 폐교가 주는 닫힌 느낌보다는 훨씬 생동감 넘치고 활기 넘치는 기록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폐교 답사기’를 넘어 ‘폐교 문화공간’이 지역 구성원 간의 소통이 부재한 현대사회에 있어 어떤 소통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책에 소개된 사례 대다수가 처음 들어본 문화공간이었지만 그런데도 무리 없이 잘 읽혔던 것은 저자가 학교의 ‘공간’을 담아내기 이전에 이곳의 ‘사람들’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학교들을 애정으로 보듬어 관광객들을 유치한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노라면, 왜 버려지는 폐교 공간이 관공서의 행정시설이나 기업의 공장이 아닌 문화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절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문화기획자들은 독특하게 공간을 재활용하며, 사람들이 발길을 끊은 도시마저 다시 불러오게 하는 기획력을 통해 다양하게 폐교가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건, 책에서도 드러나지만 이들 기획자들에 대한 행정적 뒷받침이 부재한 현실이었다. 이 책은 폐교 공간을 구성한 기획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다. 강원도 영월군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에서 폐교 문화공간에 대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교육청과 임대료로 인한 갈등으로 곤란을 겪는 곳이 대다수였다. 매년 오르는 공간의 공시지가를 그대로 반영해 기획자에게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모습에 원고를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공간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버려진 공간 속에 주민 간 소통과 예술인들의 창조적 활동을 담으려는 노력들은 수익적 목적보다는 공익적인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공간 속에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이들 기획자들의 이야기가 책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형박물관, 미디어기자박물관, 연극촌, 도서관 등 지금껏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달리한 폐교 공간이 앞으로는 어떤 기획자의 손을 거쳐 또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가 되고, 아울러 이 책을 통해 사회적으로 페교 공간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기를 바라본다.
『출판저널』 2015년 7월호 「편집자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폐교, 문화로 열리다 - 백현충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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