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정난주입니다.
옛날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보자면, 어렸을 때 엄마는 어린 저와 동생을 데리고 집 근처 도서관을 자주 찾으셨는데요. 당시 엄마는 학위 이수를 위해 열!공!을 목적으로 도서관을 가셨는데 어린 저희 남매를 집에 두고 가실 수가 없어서 데리고 갔다고 하십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엄마는 공부를 (아주 조금) 하시고, 항상 구내 식당에 가서 라볶이를 사주셨습니다. 셋이서 나눠 먹으면 라볶이가 맛있어서 항상 양이 모자라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이사를 했지만 그때 살던 집 근처로 가게 되면 어김없이 그 도서관과 라볶이가 생각납니다. 이렇듯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 읽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추억, 기억을 만들기에도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사상 주례쌈지도서관은 더없이 적절한 곳인 듯합니다.
저와 함께 주례 쌈지도서관을 한번 둘러보실까요? 그 현장으로 가봅시다!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 주의)
* * * * * *
그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거짓말)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에서 10년 동안 자원봉사자로 일해 오신 정춘희 간사님과 인터뷰로 제 남은 궁금증을 해소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정난주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Q 쌈지도서관은 분명 일반 도서관과 다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A 10년 전, 이곳 주례는 어린이집 10개, 초등학교 1개, 중학교 2개로 굉장히 밀집된 환경이었습니다. 주택과 아파트의 비율도 60대 40으로 비슷했죠. 하지만 그에 비해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 짜투리 공간이 없었어요. 주민들, 특히 이곳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누릴 수 없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은 것이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학부모운영위원회나 저 같은 일반 학부모들이 모여 동네 문화를 개선하고 환경을 가꾸는 활동부터 시작했습니다. 학교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통학로에 있는 불필요한 전봇대를 처리하고, 횡단보도를 정돈하는 등 환경 운동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당시 전국에서 작은 도서관 붐이 일었는데, 그러면서 우리도 마을 가까이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먼저 생긴 일산이나 창원의 작은 도서관을 사례로 함께 고민하다가, 주민자치센터를 도서관의 위치로 결정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곳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작은 도서관의 경우를 볼 때 주민자치센터에 만든 것은 그 당시에는 최초였던 걸로 기억해요.
처음에는 주민센터 1층의 한 귀퉁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작은 도서관을 지원 받을 기회가 생겨 응모를 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예쁘게 잘 꾸며진 도서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있는 이곳은(2층) 원래 동장실이었는데 동장님께서 도서관에 대한 주민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을 보시고는 흔쾌히 자리를 내주셨습니다.
작년에 만들어진 유아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씁니다.
아, 저기 있는 유아실은 작년에 만든 것인데요, 유아들을 위한 공간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다보니 도서관을 이용하는 유아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청의 지원을 받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장서수가 12,300권 정도인데 책에 비해 공간이 협소한 편이라 책을 조금 빼야하는데요, 워낙 책 욕심이 많아 어떤 책을 빼야할지 정말 고민이 됩니다. 저희 주례 쌈지도서관에게는 하나하나 애정이 가는 책들이랍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이용하시나요?
A 요즘은 엄마와 동반하는 유아나 어르신들의 이용이 많습니다.
저도 제 아이가 어릴 때 함께 공공도서관을 자주 찾았는데 가서 제 아이한테 책을 읽어줄 공간이 없어서 참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공공도서관에 건의도 종종 하곤 했는데, 이게 저만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을 어릴 때부터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고 책의 즐거움을 함께 알아가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로 어머님과 아이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좀 아쉬워하세요. 성인과 어린이 도서 비중을 똑같이 둬야한다는 의견도 도서관 운영회의에서 종종 나오곤 하는데요. 서로 잘 조율해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찾아주시는 어르신들께 말동무가 되어드리며 어떤 책을 읽고 싶으신지 여쭤봅니다. 그러면서 저희도 책 구입을 할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토지 같은 대하소설을 많이들 좋아하셔서 현재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시는 토지.
Q 이곳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나요?
A 어린이 도서관을 지향하는 만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유아들에게는 책을 읽어주는 일을 많이 합니다. 유치원에서 단체로 방문해 와서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어린 3, 4세 아이들에게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기 위해 이곳 공간을 빌리기도 합니다.
도서관의 연차가 늘어나면서 자원봉사자 어머님들의 아이들도 자라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청소년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중학교에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일정시간 해야 하는 제도가 있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처음 하는 자원봉사를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 독서봉사대하는 프로그램인데요, 방학동안 중학생 아이들이 인근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서 동화책이나 영어동화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아주는 활동을 합니다. 이때 아이들은 작은 선생님이 되어 남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저는 이 역할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동화를 듣는 어린 아이들도 형, 누나와의 교감을 해 서로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도서 도우미 활동을 하며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청소년 독서봉사대가 올해로 8년째인데 처음 활동했던 아이들이 대학교 벌써 대학교 4학년이에요. 중학생 때 봉사활동을 했던 아이들이 얼마전에 다시 찾아와서 또 봉사 활동을 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무언가 뭉클하기도 하고.
올해는, 8년째 하다 보니 내용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을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사이에 사는 나는 누구인지, 내가 사는 이곳은 어떤 곳인지 아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나는 이 마을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하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봄으로써, 청소년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친구들과 함께 건강하게 해소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주례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직장생활도 하며, 쭈욱 이곳에서 사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이번 기회에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오리엔테이션만 한 상태인데 아이들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마을을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예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의 좋은 부분, 아름다운 부분만 볼 수는 없습니다. 마을에 있는 구치소의 모습도 보고, 아파트가 아닌 주택 골목골목을 돌며 아이들 스스로 우리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또 성인독서모임도 있는데요, 한 달에 한 번씩 정해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지금 현재 10분 정도가 참여하고 계세요.
작년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그림책 교육, 육아 교육 특강을 했는데 그 이후 특강을 들은 어머님들이 모여 그림책 공부 모임을 하고 계십니다. 한 어머님께서 “내가 책을 읽으니 애들이 책 읽는 엄마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그 행동을 따라하더라” 하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도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처럼 우리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은 어머님들의 열정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모임입니다.
또 얼마 전에는 봉숭아 물들이기를 했는데요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직접 봉숭아를 심고, 옥상에서 키우고 채취해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이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봉숭아 나무를 실제로 보며 어떤 나무에서 어떤 꽃이 자라는구나, 하며 알고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요, 할머님들께서는 옛날 생각이 나신다며 너무 예쁘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한 손가락만 물들여야지 하시던 할머님이 양손 다 칭칭 싸매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께 “손을 다 싸매가지고 오늘 저녁은 어떻게 만드시려고요?” 물으니 “오늘 저녁은 안 만들고 말지, 뭐” 하셔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봉숭아를 키우는 과정은 조금 번거롭기도 했지만 다들 너무 좋아하셔서 힘들었던 일은 다 잊고 ‘내년에도 또 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출 반납만 하는 도서관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 욕심내서 이런저런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이 도서관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는데요. 하지만 그만큼 저에게도 큰 활력이 되고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힘도 얻어 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봉숭아 물이 잘 들기를 염원하며 그린 그림.
옥상에는 직접 키우신 봉숭아가 아직 있었습니다.
Q 주례 쌈지도서관 자랑 좀 해주세요!
또, 저는 지금껏 아동문학, 도서를 계속 공부해 왔는데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니다. 아직도 여전히 신문이나 책을 보며 그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고, 새로운 책을 구입할 때도 엄선해서 책을 고릅니다.
대놓고 자랑을 하자면 초창기에 한 신문사에서 취재를 왔었는데 기자분께서 좋은 책들을 너무나 잘 갖추고 있어 놀랐다고 하셨답니다. 하하.
저는 아이들도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을 고릅니다.
동심을 지켜주는 것이 다가 아니라 아이들도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시기부터는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부모와 똑같으니까요. 아이들을 현실의 문제에서 너무 배제하지 않는 부모님의 자세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소비문화나 경제관념 같은 것 역시 중요한 문제인데 어른들은 아이들이 몰랐으면 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알아가야 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책으로 시작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 역시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도서를 많이 들여 놓았습니다. 제주 4‧3사건이나 화성 매향리에서 있었던 일 등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일들도 동화로 쓰인 것이 많거든요. 아이들은 그런 책들을 다양하게 읽으면서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스스로 가지게 됩니다.
Q 운영하시면서 어떤 점이 힘드신지 궁금합니다.
A 자원봉사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걱정입니다. 구청에서 인력을 지원해주지만 예전처럼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던 자원봉사자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운영비 지원은 되지만 인건비 지원은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 부분이 조금 해소된다면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더욱 더 풍성하게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을 듯합니다.
Q 주례 쌈지도서관을 찾으시는 주민분들께 한말씀 해주세요!
주민분들께서 언제든 찾고 싶은 편안한 공간이 되고 싶은데 실제적으로 공간이 협소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항상 앞섭니다. 저의 이런 마음을 아시는지, 주민분들께서는 항상 격려해주시고 도서관의 일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데요, 정말 감사드리고 더욱더 책임감을 느끼고 도서관을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주민분들의 삶의 질이 이 작은 도서관으로 한층 더 높아질 수 있게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주례 쌈지도서관이 되겠습니다.
마을 도서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인터뷰를 정리하는 지금까지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되어 제게 전달됩니다.
이곳 주례 쌈지도서관의 이용시간은 월~금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 1시 30분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입니다.
부산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시고, 대출은 평생 회원비 1만원으로 회원 등록후 1주일에 3권 가능합니다.
찾아오시는 길은 주례3동 주민 자치센터 2층 (전화 051 - 310 - 3376)입니다.
이번 주말, 누군가의 손을 잡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러 주례 쌈지도서관처럼 집 근처 편안한 마을 도서관을 가보는 건 어떨까요? 집보다는 시원할 것 같습니다 ^_^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산지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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