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산지니의 새로운 인턴 임병아리입니다^^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이네요. 이런 날씨에는 선뜻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워 일명 '방콕'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방콕 라이프를 즐기고 계신가요? 저는 선풍기 앞에 앉아 문학서적을 읽으며 여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보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통해 시간을 보내곤 하겠지요. 안타깝게도 문학이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2004년 《문학동네》를 통해 일본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이 소개된 이후, 한국 문학의 위기는 잦은 논쟁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이전까지의 문학은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동시에 정신적인 즐거움을 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지요.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영화나 TV와 같은 영상매체 및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문학은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서점과 도서관 대신 영화관을 찾기 시작했고,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TV드라마로 대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불가능한 대화들2》 뒷표지
"정말 문학은 끝장나버린 것일까?"
《불가능한 대화들2》는 문학이 종언을 선고받은 지금 이 시대에 문학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산지니의 계간지《오늘의 문예비평》에 연재되었던 작가대담을 엮어서 발간한 대담집이지요. 작가들의 창작과정에 관한 '작가산문', 그리고 비평가와 작가의 대화를 담은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도서명에서도 알 수 있듯, 《불가능한 대화들2》는 지난 2011년에 나온 《불가능한 대화들》 이후 무려 3년만에 출간된 후속권이랍니다.
문학의 종언, 문학의 끝. 이와 같은 말들에 어느 누구보다도 민감할 이들은 바로 작가들이겠지요. 한국 문학의 최전선에서 문단을 끌어나가고 있는 소설가, 시인들. 그들은 이러한 국면에 대하여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불가능한 대화들2》에서는 열명의 작가들이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 중 저의 뇌리에 인상 깊게 들어박힌 몇가지 구절을 소개해드릴게요^^
▲ 소설가 정유정. 《불가능한 대화들2》22페이지 속 사진
이 이야기예술의 가이아는 소설이라고, 나는 믿는다. 최전선을 영상매체에 내주었을지언정, 소설은 아직 근본적인 힘을 갖고 있다. 영화가 시간의 예술이라면, 그저 내 주장이지만, 소설은 영토의 예술이다. 독자가 아무 때나 들어와 뒹굴고 몸을 적시는 진창, 수많은 예술장르에 물을 대는 샘, 인간과 삶과 세계와 운명을 한계 없이 은유해내는 대지라는 면에서.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자」中 18p
위는 정유정 작가의 산문에서 발췌한 구절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유명한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화 되는 것을 자주 보셨을거에요. 하지만 그러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언제나 성공적이지만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요. 독자들이 생각하는 원작의 이미지와, 영상의 이미지가 달라 괴리감이 발생하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저는 소설의 힘, 문학의 힘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 세계를 독자의 마음대로 상상하고, 그려볼 수 있다는 것. 소설을 읽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TV와 영화가 장악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소설이 사라져서는 안되는 이유를 느낄 수 있는 구절이었습니다.
▲ 소설가 고은규. 《불가능한 대화들2》87페이지 속 사진
연민과 연대라는 말이 유독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진심으로 아파할 수 있는 감정이 필요합니다. 아프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자신의 프레임에 넣어 엉터리로 사건을 재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사회는 나쁜 곳으로 굴러 떨어지겠지요. 문학이 낭떠러지를 지키며 미력하나마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암울한 세계, 명랑한 이야기」中 . 88p
현대의 우리 사회는 나날이 삭막해지고, 인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급격한 경제성장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물질만을 추구하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타인에게는 냉정해지고 있습니다. 고은규 작가는 이에 대해 언급하며, 문학이 우리 사회를 지켜줄 작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저 또한 이 구절을 읽으며, 과연 문학이 이 삭막한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문학의 순기능 중 제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는 것은 다름 아닌 '공감 능력의 향상'입니다. 독자는 작품 속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 가는 것을 통해,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요. 문학을 통해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타인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점차 늘어간다면 사회의 삭막함이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요? 당장의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사회가 나쁜 곳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는 울타리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윗줄) 정유정 김유진 고은규 김성중 최진영/ (아랫줄) 이승우 서효인 김경인 조혜은 이안
"문학은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담담하고 꿋꿋하게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문학은 끝나지 않았음'을 외치는 작가들. 정유정, 김유진, 고은규, 김성중, 최진영, 이승우, 서효인, 김경인, 조혜은, 이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0인의 작가들을 통해 '문학의 끝'이 아닌, '새로운 문학의 시작'을 함께 모색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가능한 대화들 2 - 정유정 외 지음, 오늘의문예비평 엮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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