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내일은 세월호가 침몰한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유가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202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부터 10년 뒤를 상상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세월호에서 딸을 잃은 어머니의 점심식사를 그린 「점심의 종류」 입니다.
"이걸 밥이라고 먹어?"
힐난인지 걱정인지 종잡을 수 없는 투다.
힐난이기도 하고 걱정이기도 하겠지.
묵묵히 밥 한 숟가락을 푹 뜬다. 그래. 이건 밥이 아니다.
영애는 밥 아닌 밥을 입에 넣는다.
밥과 장아찌를 씹는 입 저쪽, 어금니 하나가 시큰거린다.
어쩌다 밥알이 푹 빠지기도 하는 그 어금니는
썩어 뿌리만 남아 주기적으로 지독한 통증을 불러일으킨다.
치통은 모멸스러운 것이다. 발뒤꿈치에 두툼하게 앉은 각질이라든가,
큐티클이 자라는 손톱, 수북한 겨드랑이 털 같은 것들처럼,
치통이 올 때마다 영애는 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그렇게 십 년째 치통과 함께 밥을 먹는다. 치통과 먹는 밥은 밥이 아니다.
-조명숙, 「점심의 종류」
주인공 '영애'가 먹는 것은 "노리끼리하게 색이 변한 밥",
"시큼한 냄새"가 나는 시장에서 산 김치, 곰팡이가 핀 무장아찌입니다.
이런 밥 아닌 밥을 입안에 욱여넣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여동생은 중국음식점에서 볶음밥을 주문합니다.
"먹어, 좀. 언니 볶음밥 좋아하잖아."
못 들은 척한다. 옛날 일이다. (…)
음식은 이제 머릿속에 저장된 하나의 지식에 지나지 않는다.
유미가 마음속에 있는 한 어떤 음식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음식을 넣으면 속에 있던 유미가 그것을 몽땅 뒤집어쓰고 말 것 같다. (…)
영애는 유미가 먹지 못하게 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됐다.
유미가 싫어하던 것만 그나마 조금 먹을 수 있다.
어디에 있니?
점심은 뭘 먹니?
매일 주고받던 말의 기억을 다 잊어버린 뒤라면 모를까.
-조명숙, 「점심의 종류」
세월호 1주기가 조금 지나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서,
조명숙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상 속에서는 어느 평범한 아줌마로 살면서도, 작가로서 놓치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공감하는 태도였습니다. 작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뒤, 서울에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광화문에 안 갔어요. 안 갔다고 해야 하나, 못 갔다고 해야 하나 헷갈리지만... 제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깊이 공감하고 혼자 막 눈물도 흘리는데 실제로 행동은 안되더라고요.
지난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럽고 힘들어 하고 있을 무렵에 저 역시도 어린 생명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기더군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그래도 우리는 편안하게 보냈잖아. 그 바다를 보면서 보낸 사람들... 그 사람들은 마음이... 어떨까" 이후에 사건이 수습되는 과정과 몇몇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을 보며서 인간으로서 느끼게 되는 모독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
제 스스로는 「점심의 종류」가 작위적인 부분이 많아서 (세월호) 유족 분들한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인간으로 느꼈던 분노, 모멸감을 느끼면서 '아직도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가?'라는 생각도 했고요."
이 날 눈물을 훔치며 말씀하시던 작가님의 모습,
그리고 함께 눈물 흘렸던 독자분들이 기억납니다.
그때 그 바다의 현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이백 명의 승선객 중에서 살아나온 사람은 일흔일곱 명이었고,
시신으로 건진 사람이 또 일흔일곱이었다.
나머지 마흔여섯은
마흔여섯 날을 두 번이나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조명숙, 「점심의 종류」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 세상을 떠난 생명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바다. 회한이 치밀어 오를 때는 유미를 담그고 있는 바다에 간다.
-조명숙, 「점심의 종류」
딸을 잃은 뒤 '영애'는 집과 직장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지만
가끔 바다에 갑니다. 바다에 가는 것을
이제는 소리도, 냄새도, 움직임도 느낄 수 없는 딸에게 가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부산입니다.
이곳에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조금씩 도둑 - 조명숙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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