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복잡해져가는 사회와 혼탁한 세상을
무탈하게 살아가게 하는 길잡이
『한비자』, 『한비자,제국을말하다』
정선재 | 산지니 편집자
『맹자, 시대를 찌르다』가 나온 지 근 1년여 만에 산지니의 새로운 고전오디세이 시리즈가 출간됐다. 그것도 두 권이 동시에. 그동안 고전오디세이는 ‘논어’, ‘중용’, ‘삼국유사’, ‘맹자’ 등 현대 사회에 걸맞은 고전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자 했다. 이번에 출간된 고전오디세이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책은 통치학의 영원한 성전으로 불리는 ‘한비자’로 채워졌다. ‘한비자’는 치열한 경쟁과 암투, 부정과 모순 따위가 빚어내는 인간의 갖가지 행태들을 예리하게 분석하여 점점 복잡해져가는 사회와 혼탁한 세상을 무탈하게 살아가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고전이다. 무엇보다 유교적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고전 번역서인 『한비자』와 한비자로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 처음 이 두 원고를 받았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고전과 관련된 원고를 맡아본 적 없었던 나에게 500페이지가 넘는 『한비자』는 오르기 힘든 높은 산처럼 느껴졌고,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는 시의성을 가진 원고라 책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업이 진행될수록 이 두 권의 책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좋은 책에 대한 이유 없는 믿음과 역자이자 저자이신 정천구 선생에 대한 신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비자’는 원문에 담긴 함의가 넓고 깊어서 그 의미를 단박에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에 정천구 선생은 명료한 번역으로 원문과 주석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여 독자 누구나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는 한비자의 해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며 비판과 통찰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비자’를 맹목적으로 답습하지 않고, 현재를 보는 꼬투리로 삼으며 재해석한 부분은 현 시대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더없이 복잡해지고 어지러워졌으며 인간관계의 모순과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이러한 시대에 ‘한비자’ 읽기를 권한다. 엄정한 기본과 원칙을 기반으로 부국강병을 논하는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를 통해 인간사의 실상과 이치를 깨닫고,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를 통해 오늘을 진단하여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초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난세의 시대를 유유자적 돌파할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하길 바란다.
『출판저널』 2016년 5월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한비자 - 한비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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