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오늘은 현대 정치 철학가, 한나 아렌트의 탄생일입니다.
책 정리를 하면서 느끼지만, 책의 운명은 남겨지거나 버려지거나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장이든 사람들 가슴과 머릿속에든. 저는 시간이 지나도 읽지 않을 책은 기증하거나 버립니다. 그렇게 뼈아픈 정리를 몇 번 하고 나니 책 고르는 데 더 신중해집니다.
과연, 내가 책장에 남을 책을 만들고 있는가, 그런 반성도 하구요.
시간이 흘러도 꿋꿋이 책장을 지키는 책을 보면서 그 존재감이 가지는 위대함에 감탄하기도 합니다. 한나 아렌트의 책도 바로 그런 책입니다. 반세기 전에 쓴 책인데 얼마 전에 출간된 책처럼 지금의 시대를 냉철하게 짚어내니까요.
▲ 한나 아렌트
한국에도 한나 아렌트의 책이 많이 출간되었죠.
산지니도 아렌트와 하이데거가 주고받은 서신으로
두 사람의 삶을 조명한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를 출간했지요.
1924년 독일 마부르크 대학의 강의실. 18살의 유대인 여대생과 35살의 전도유망한 철학 교수가 얼굴을 마주한다. 여대생은 한나 아렌트(1906∼1975), 철학 교수는 마틴 하이데거(1889∼1976)였다.
스승과 제자로서 첫 만남을 가진 둘은 곧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그들의 관계는 아렌트가 죽음을 맞이하는 1975년까지 반세기에 걸쳐 계속됐다. 저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아렌트와 하이데거가 주고받은 서신 속 대화와 주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두 철학가의 삶을 구체화하며 한 편의 서사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한나 아렌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과 이론을 풀어쓴 책이 많았다면 곧 출간될 『한나 아렌트의 탈학습-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은
아렌트의 정치이론의 내용도 물론 담고 있지만, ‘아렌트처럼 생각하기’, 즉 사유의 방법과 과정을 "웃음, 번역, 용서, 드라마화" 네 가지 주제로 흥미롭게 탐구했습니다.
▲ 원서 Marie Luise knott, 『Verlernen Denkwege bei Hannah Arendt』
평소 저는 한나 아렌트가 독일인으로서 미국에 살면서 영어로 책을 집필한 과정이 궁금했었는데요, 이 책 2장 번역에서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미국으로 망명한 아렌트는 처음부터 영어에 능통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 아렌트가 영어로 책을 집필한다는 건 자신의 모어를 한 번 더 번역해서 쓰는 것과 비슷했지요. 이후에 영어로 번역한 책을 독일어로 다시 출간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독어와 영어, 두 언어로 책을 집필하면서 언어란, 번역이란 아렌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신선한 의문과 함께 아렌트가 쓴 독어와 영어로 쓴 집필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당시 아렌트의 상황과 사유 과정을 잘 설명해줍니다.
저는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정치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구절을 읽고 마음에 깊게 와 닿았어요.
지금 시대에 정치란, 권력자의 소유물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데, 정치야말로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그 말이, 지금껏 제가 생각했던 통념을 뒤집었어요.
한나 아렌트가 어떻게 사유했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면서 익숙했던 생각과 관습에서 벗어나 새롭게 사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새로운 세대를 포함하여 모든 인간은, 자신이 끝없는 과거와 끝없는 미래 사이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한, 사유의 길을 새로 발견하고, 또 힘써 새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한나 아렌트
+ 『한나 아렌트의 탈학습-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 곧 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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