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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걸의 글방

3등전략 - 지역에서 출판하기(5)

by 산지니북 2008. 12. 16.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산지니는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종합기획 출판사이다. 종합출판이라 나오는 책들도 다양하다. 부산이라는 지역과 관련된 책들도 많이 냈지만 진보와 보수 지식인의 저서나 인문교양서, 자기계발서, 문예지까지 여러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들을 내고 있다.

2006년 중국정부로부터 번역료 일부를 지원받아 내놓은 『부채의 운치』, 『차의 향기』,『요리의 향연』이 있고, 『진보와 대화하기』는 2006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사회생물학,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 비평의 자리 만들기』,『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는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NGO의 정책 제언』, 당신이 판사-재미있는 배심재판 이야기』는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청소년권장도서, 『단절-90년대 이후 중국사회』는 2007년 11월 이달의 책 및 2008년 대한민국 학술원 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산지니가 부산에 있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국내외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격의 기획출판을 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다. 산지니는 기획부터 교정, 편집, 디자인 필름 출력까지 모두 부산에서 완결하고 인쇄와 제작은 경기도 파주출판단지를 이용하고 있다. 전국의 큰 서점들과는 직거래를 하고 서울의 유통총판을 통하여 전국적으로 책을 배급하기 때문에 전국에 책을 유통시키는 데는 큰 문제점이 없다. 관건은 기획 능력과 다품종 소량출판을 통해 좋은 책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는 데 있다.

우리 출판사는 3등 전략으로 나간다. 서울의 대형출판사들이 손대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지역출판사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역출판사로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책을 낼 수도 있고 서울의 출판사들이 미처 다루지 못한 보석들을 발굴하여 책으로 만들어 틈새시장을 찾아낼 수도 있다.

지역출판사가 활성화하지 못하는 것은 수금문제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출판계는 서점들과 직접 만나야 수금이 원활하다. 일본의 경우도 도쿄에 출판사 70%가 몰려 있는 등 수도권 집중현상이 있지만 우리는 거의 95%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훨씬 집중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지방에도 출판사는 많지만 지방관련 책을 만들어 그 지방 내에서만 유통시키는 형태의 출판사나 지역문예물을 찍어내는 인쇄소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지역(local)의 독자들은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고르기 때문에 지역색이 짙은 책을 출간하면 판매에 문제가 있다. 부산 출신 유명작가의 책을 냈는데 부산에서는 몇 권 안 팔리고 오히려 서울에서 많이 팔리는 경험도 했다. 지금도 지역저자의 원고는 많이 준비되어 있지만 앞으로 이 딜레마를 잘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문학나눔 사업에서는 우수문학도서를 선정할 때 5% 지역 쿼터제를 실행한다. 제도를 시행한다는 점 자체에는 큰 점수를 줄 수 있으나 5%는 매우 부족한 수치라고 본다. 그나마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75권을 선정했다면 그중 5%는 3.75권이다. 그렇다면 4권은 선정해야 맞을 것 같은데 겨우 3권만 뽑는다든지 하는 식이다. 나눔의 의미를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출판을 지원하는 제도가 전무하다. 지역 출판사들이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거창하게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자리, 즉 지역(local)을 기반으로 할 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건 예술이건 출판이건 내가 살고 있는 이 자리에서 즐기고 누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 중앙정부에서뿐만이 아니라 지방자치정부에서도 그런 인식은 부족한 듯하다. 산지니로 하여 부산의 이미지가 좀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며 지역을 다루되 보편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 바람이다.

초발심을 잃지 말자

마지막으로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초발심으로 간직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이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의 지역화와 문화민주주의의 심화에 도움이 되는 출판사 둘째,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 마지막으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자신에게 질문해 보았다.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산지니의 책들이 나와 공동체의 소외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사회의 여러 중독에서 해방되어 행복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판을 하고 있다.

작가와 독자를 잇는 매개가 출판인이자 편집자이다. 출간할 책들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이 될 수도, 아까운 나무만 없애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책인지 항상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갈수록 소규모 출판사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의 시장 상황이 그렇다. 그러나 출판을 한다는 것은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발은 땅에 딛고 있으되 머리와 가슴은 좋은 책을 세상에 남긴다는 높은 포부를 가지도록 노력하겠다.(끝)

●지역에서 출판하기(1)
지역에서 출판하기(2)
지역에서 출판하기(3)
지역에서 출판하기(4)
지역에서 출판하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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