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동네 서점은 높은 도서매입률때문에 할인을 할 수 없는 처지인데, 이를 모르는 일부 독자는 서점이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한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의 한 서점.(출처:서점신문 230호)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녀석은 노빈손의 팬이다.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데, 지난 설에 세뱃돈을 받아 새로 나온 노빈손 책 한 권을 사들고 들어왔다.
“대영아, 책 어디서 샀니?”
“이마트요.”
“이마트? 거 참…….”
혀를 끌끌 차고 있으니 아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왜요?”
“좀 더 내려가면 서점 있는데, 서점에 가서 사지.” 하면서 왜 동네서점이 살아나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는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제 엄마랑 같이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사왔다. 새학기가 되어 전과목 문제집을 사니 제법 무거운데도 낑낑거리고 들고 왔다.
서점신문의 원고 청탁을 받고 도서관에서 한국서점에 대한 책을 조사해보았다. 2000년에 발행된 『우리에게 온라인 서점은 과연 무엇인가?』(한기호 저)라는 책 등 소수의 책만이 비치되어 있었다. 서점신문 제230호 기사(소외 받는 서점, 서점인은 외롭다)에 나오는 현실 그대로였다.
한국의 출판유통은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과 오프라인 서점의 몰락으로 표현되는 소수 과점 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미래의 한국독자들에게 한국출판의 괴멸로 나타날 것이다.
2005년에 부산 지역에서 출판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직거래 서점의 부도 세 번을 직접 경험하였다. 대구의 제일서적(2006년), 부산의 청하서림과 면학도서(2008년)의 경험이었다.
2006년에 맞은 대구 제일서적의 부도는 그나마 출판사의 피해가 적었다. 출판사 창업 후 몇 년 되지 않은 시점이라 출간 종수도 적었고, 무엇보다도 서점 측의 협조로 위탁 도서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산의 청하서림과 면학도서는 달랐다. 부도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고, 책을 찾으러 갔을 때는 직거래 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매상에서 책을 모두 싹쓸이를 해간 탓이다.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로 돌아왔다.
부도의 경험을 통하여 출판사와 유통업체의 관련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동안 부산지역은 영광도서와 동보서적 등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건재한 편이었다. 하지만, 2월 22일부터 인터파크와 알라딘의 부산지역 당일 배송 실시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교보문고 센텀점을 비롯해 대규모 서점들의 부산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지역 서점들의 몰락은 지역문화를 죽이는 일이다. 지역서점들이 건재해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문화에 투자도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는 이유는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고 할인 및 마일리지를 용인하기 때문이다.
지역서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지역서점에서 책사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지역의 작은 서점들이 10년 안에 모두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서점인들의 단결된 힘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지역의 서점이 공기와 같은 공공재로 역할을 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 더 많은 관심과 예산의 배분을 요청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국회에도 무대책으로 방관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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