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출판도시 인문학당
세상의 모든 쓰엉과 함께
소설 『쓰엉』으로 보는 다문화 사회와 이방인
안녕하세요. 단디 sj 편집자입니다.
어제까지 봄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오늘은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부네요.
성큼 다가온 봄과 함께
산지니에서는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2017 출판도시 인문학당 산지니 프로그램
세상의 모든 쓰엉과 함께 소설 『쓰엉』으로 보는 다문화 사회와 이방인 |
서성란 (소설가) |
3월 31일(금) 19:30~ 책방이음 |
우리 마음 속 초록 숨소리 자연스러운 사람 되기 |
박두규 (시인) |
4월 29일(토) 16:00~ 순천 호아트센터 |
바다, 도시 그리고 부산 해항도시 부산과 해양문학 |
구모룡 (문학평론가) |
6월 3일(토) 14:00~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
일하는 사람의 글쓰기 |
안건모 (<작은책> 대표) |
6월 23일(금) 19:00~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
사전 신청 >> http://inmunclub.org/pub2017/37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
3월의 마지막 날, 서울 책방이음에서 2017 출판도시 인문학당 산지니 첫 번째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소설가 서성란 선생님과 함께 『쓰엉』과 다문화 사회의 이방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참석해주신 분들의 느낌과 질문까지 어우러져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습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했고, 진지하지만 즐거웠던 그날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소설가의 관심
소설가 서성란 선생님은 바지런한 작가입니다. 제3회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2014년 『풍년식당 레시피』 출간 이후부터는 2015년 『침대 없는 여자』, 2016년 『쓰엉』까지 매년 새로운 소설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답니다. 다운증후군, 이명증, 실어증, 악성 치매 등 사회에서 소외되고 병든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줍니다. 특히 2007년에 발표한 두 번째 창작집 『파프리카』의 표제작 「파프리카」에서는 오늘의 주인공 '쓰엉'과 같은 베트남 이주여성의 삶을 담고 있는데요, 이 소설을 통해 이주민에 대한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쓰엉, 그녀에 대하여
"여자는 머뭇거리다가 수줍어하지 않고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흑갈색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웃는다."
젊고 건강한 여성, 쓰엉.
서성란 작가는 언제부터 그녀를 만날 준비를 했을까요?
서성란 작가(이하 서) : 2007년 단편소설 「파프리카」를 발표하면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을 쓰면서 베트남을 방문하고, 이주 여성들과 만나는 자리도 참가해 자료 조사를 했죠. 그때 알게 된 사실들, 제가 받은 느낌들이 『쓰엉』을 집필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쓰엉』을 쓰면서는 특별한 현장 방문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대신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논문들은 많이 봤어요.
소설 속에서 쓰엉을 욕망이 있는 여성으로 그렸다.
서 : 기존의 결혼이주를 다룬 작품들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을 불쌍한 존재로 나와요. 저는 그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쓰엉은 보다 나은 삶읗 위해 타국으로 온 여성입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죠. 결혼이주여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 저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쓰엉이 꿈꿨던 한국에서의 삶과 욕망들을 녹여냈어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받는 폭력들은 처음보다 많이 줄였고요.
(이 대목에서 독자 중 한 분은 "언어적, 육체적 폭력을 줄인 거라고요?!!!! +_+"라고 말씀하셨지요.)
오토바이, 하얀집 등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들에 관하여
오토바이를 타는 쓰엉의 모습, 굉장히 인상 깊었다.
서 : 오토바이를 고르고, 타는 쓰엉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오토바이 종류들을 알아봤어요. 행복하게 살고 싶은 쓰엉의 욕망, 어떻게 보면 작은 소원인 그 마음을 담고 싶어서 오토바이를 골랐죠.
독자 :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가일리의 이방인이자 사회적 약자의 입장인 쓰엉이지만, 자신이 꿈꾼 욕망과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큰 배기량의 오토바이를 선택한 것이라고요.
또 다른 주인공, 이령과 장이 사는 하얀집. 쓰엉은 이 집은 외딴집이라고 부른다.
서 : 소설을 쓸 때, 공간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일어날 일, 살고 있을 사람들을 넣는거죠. 『쓰엉』에서 집은 참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이령과 장이 가일리로 와 사는 곳이자, 가일리에 소속될 수 없는 이들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죠. 그리고 서로 다른 곳에서 살던 세 인물들을 만나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고요. 이 집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가일리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집이자 쓰엉이 살고 싶어한 모습을 반영하려고 했어요. 다시 말해 이 집은 사회에 소속되지 못하는 이방인을 나타내면서 한편으로 쓰엉의 이상향이 담긴 곳이죠.
스무 개의 눈동자가 그 여자를 지켜보고 있다
4장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이 슬프면서도 무섭다.
서 : 다름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문화 정책들도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도 다문화 가족, 결혼이주여성들을 바라보는 인식은 개선되지 않은 듯합니다. 쓰엉을 바라보는 가일리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시선 속에는 의심과 경계가 서려 있고, 냉혹함마저 느껴지죠.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게 하는 그 시선들, 비단 소설의 이야기만은 아니겠지요.
이어 독자분들의 다문화에 대한 생각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쓰엉'
서 : 『쓰엉』 작품이 가지는 사회 문제 의식의 근간에는 '여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사회가 주는 두려움, 그런 게 여성들에게는 있거든요. 음~ 쉬운 예로 (남자 독자 분을 향해) 밤 늦게 길을 걷고 있으면 두려운가요?
독자 : 그렇진 않아요.
서 : 저는 두려워요. 보통 여자들은 밤에 길을 걸으면 두려움을 느껴요. 나이가 들어도 없어지지 않은 원초적인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게 사회로부터 비롯된 것이든, 아니든.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환영 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자립하여 생활하는 것 자체도 어쩌면 이방인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핍된 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쓰고, 쓰엉을 만나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쓰엉일지도 모르겠네요.
쓰엉 - 서성란 지음/산지니 |
다음 강연은 박두규 시인의 "우리 마음 속 초록 숨소리"입니니다.
(4/29(토), 오후 16:00~ , 순천 호아트센터)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박두규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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