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대마도 구석구석 '조선통신사 흔적' 살아 숨 쉬어
소설 '유마도' 저자 강남주와 함께한 대마도 역사탐방
부산에서 불과 49.5㎞ 떨어진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對馬島, 이하 대마도).
청동기 시절부터 시작된 한반도와의 인연은 조선통신사에서 빛을 발하며 섬 구석구석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지난 21~22일 일본 쓰시마에서 4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된 '소설 <유마도> 저자 강남주와 함께 하는 대마도 역사탐방'은 소설의 배경이 된 대마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일 간 역사교류의 흔적을 톺아보는 귀한 자리였다.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등재에 큰 공을 세운 강남주 작가를 비롯해 이현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이정은 통도사 성보박물관 학예실장, 박진규 시인, 임은옥 남구문화관광해설사, 최복룡 세중여행사 본부장 등의 유적지 해설이 더해져 탐방이 더욱 풍성해졌다.
청동기부터 한국근대사까지
한반도와의 인연 톺아보기
전문가들의 유적지 해설에
저자와의 북 콘서트 '열기'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곳은 기원 후 1~2세기에 해당되는 청동기 시절 고분 '도노쿠비 유적'. 1971년 히타카츠의 한 소학교에 다니던 재일교포 김광화 군이 뒷산에 올랐다가 발을 헛디디면서 우연히 찾아낸 곳으로, 한반도의 청동기시대와 동일한 형태의 석관묘와 함께 우리나라 청동기 무문토기와 일본 야요이 양식의 부장품이 함께 발굴됐다. '가장 오래된 한일 역사교류의 흔적'이 되는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조선통신사의 흔적으로 이어진다. 부산항을 떠난 조선통신사의 첫 관문이 되는 곳으로 소설 속 주인공 변박을 발탁한 조엄 정사가 조선에 고구마를 들여보내는 출발지가 됐던 '사스나항'을 비롯해 폭풍으로 수몰된 조선역관사(통역사)의 혼을 기리는 '조선역관사순국비', 조선통신사가 숙소로 사용한 곳으로 조선 중기 시인 학봉 김성일의 시비가 세워져 있는 '세이잔지', 1811년 마지막 조선통신사가 묵었던 '고쿠분지'에선 조선통신사의 숨결이 배어있는 듯했다. 외조부모, 부모와 함께 3대가 탐방에 참여한 정규나(23) 씨는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법한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김도연(11) 양 역시 "부산과 쓰시마가 이렇게 많은 연관성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일본의 침략으로 인한 가슴 아픈 한국 근대사 역시 온전히 남아있었다. 부산 오륙도 장자등 포진지와 마주 보며 대한해협을 장악하는 데 쓰인 세계 최대 크기의 박격포 유적 '도요포대'와 쓰시마 번주 소 다케유키와 정략 결혼하며 나라의 몰락을 온몸으로 마주한 덕혜옹주를 품은 '이왕조종가결혼봉축기념비'가 대표적이다. 부산에서 소년기를 보낸 뒤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춘향전>을 세계 최초로 번역하고 소설 <조선에서 부는 모래바람>을 발표하기도 한 나카라이 도스이를 기념하는 문학관, 해난사고로 목숨을 잃고 조류에 밀려 내려온 조선인의 넋을 기리는 '조선인 조난자 위령비'는 한일 간 교류의 또 다른 흔적이다.
이번 역사탐방의 하이라이트는 북 콘서트. 쓰시마 티아라몰 3층 주민센터 대강의실에서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북 콘서트는 연이은 질문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최복룡 본부장은 "소설 <유마도>를 3번이나 읽었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팩트인지 알고 싶었는데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소설 <유마도> 저자 강남주 작가는 북 콘서트 말미에 "평화를 얻으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200년간 조선과 일본이 평화를 유지한 것은 조선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 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윤여진 기자
국제신문
[현장 톡·톡] 대마도 100번 다녀간 작가, 한일문화 교류 역사의 안내자 되다
소설 ‘유마도’ 작가 강남주 씨, 독자들과 조선통신사 흔적찾아 일본 대마도서 북콘서트 행사
- 조선 역관사 순국비 등 방문
- 도스이 문학세계 강의도 흥미
소설 ‘유마도’ 작가 강남주(전 부경대 총장)가 독자 40명과 함께 바다를 건너 일본 대마도로 갔다. 한일 교류 역사의 상징으로, 최근 그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경사를 맞은 조선통신사. 그 연구를 시작하고 발전시킨 학자이자 통신사의 업적을 문학화한 작가가, 통신사의 일본 관문인 대마도에서 북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은 그의 책에 매료된 독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기행단 모집은 그래서 일찌감치 마감됐다.
연구를 위해 대마도에 100번도 넘게 다녀온 강남주 작가는 훌륭한 안내자이기도 했다. 대마도 여행이라 하면 보통 절경의 에보시타케 전망대와 금석성터 등 중요 관광지점을 찍고 “크게 볼 건 없네” 하며 돌아오는 이가 많은데 누가 길을 잡느냐에 따라 충분히 알찬 역사·문화여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북콘서트, 열혈 독자가 뭉쳤다
대마도 이즈하라에 있는 티아라 문화회관에서 지난 21일 열린 소설 ‘유마도’ 북콘서트. 시민 문화공간을 선뜻 내준 것만 봐도 대마도가 조선통신사와 학자 강남주를 중요하게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콘서트 하나만 보고 여행에 참가했다는 독자 최복룡 씨는 소설 ‘유마도’를 세 번이나 읽었다고 했다. 그 같은 열혈 독자를 만든 소설의 매력은 역시 리얼리티다. 통신사 배의 건조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임진왜란 때 쓰인 이순신 함선의 설계도를 찾아 꼼꼼히 들여다볼 정도로 고증에 집착했으니,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치밀한 묘사 뒤에 숨은 노력을 읽을 수 있다.
북콘서트에서는 손을 번쩍번쩍 드는 사람이 많아 질문자 수를 제한해야 했다. 평생 학자·시인으로 산 강남주가 장편소설을 쓰도록 추동한 변박은 어떤 인물인지, 얼마나 자료조사를 하고 얼마나 썼는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독자들은 통신사 정사 조엄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강 작가는 “인물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조엄에 관해서라면 그렇게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대마도에서 구황작물인 고구마를 발견하고 소중히 챙기는 모습에서 목민정신을, 살인사건이 났을 때 사행을 멈추고 일본에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모습에서는 결단력이 느껴진다. 그런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답했다. 그는 “호기심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호기심을 ‘자기것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박에 대한 호기심을 호기심으로 끝내지 않고 천착하니 더 깊이 연구하게 되고 소설로까지 이어진 거죠.” 독자들은 그날 행사 중 가장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학기행, 조금 특별한 대마도 여행
대마도는 ‘낚시와 면세쇼핑’이라고들 하지만 역사관광 코스도 잘 갖춰진 편이다. 러일전쟁의 기지였던 만제키바시 다리 아래 급물살에 끔찍한 전쟁의 상념을 흘려보내고, 금석성터 안에 세워진 덕혜옹주 결혼봉축비를 돌며 ‘봉축’이란 말의 웃지못할 아이러니를 떠올렸다. 한국전망대에서는 보일 듯 안보이는(날이 좋으면 만져질 듯 보인다) 부산 땅을 가늠해보고, 그 옆에 서 있는 조선 역관사 순국비도 돌아봤다. 와타즈미신사와 에보시타케 전망대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도 소박한 대마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가장 특별한 일정은 한국인 관광 코스에 잘 포함되지 않는 나카라이 도스이(1860~1926) 문학관에 들러 박진규 시인의 짧은 강의를 들은 것이다. 도스이는 대마도 출신의 일본 유명 소설가로, 8세 때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 와 초량왜관에서 살았다. 그는 조선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일본인으로, ‘춘향전’을 최초로 일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변방에 부는 바람’은 1891년부터 1년 반 동안 일본 도쿄아사히신문에 연재(150회)돼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수제자가 바로 5000엔권 일본 지폐에 인쇄된 일본 근대문학의 큰 별, 여성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다. 박 시인의 도스이에 관한 강의는 한일 문화교류역사의 상징인 조선통신사 소설과 함께한 이번 여행과 묘하게 결이 맞았다. ‘유마도’를 시작으로 대마도 문학기행 코스가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신귀영 기자
유마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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