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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향파 이주홍 문학상 당선작 『거기서, 도란도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5. 7.


제17회 향파 이주홍 문학축전 개최소식 (부산일보)

  

오는 18일부터 이주홍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인 '제17회 이주홍문학축전'은 예년과 달리 보다 풍성해진 모습으로 시민들을 만난다. 올해 예산(5000만 원)이 지난해(3000만 원)에 비해 대폭 늘어나면서 전시회는 물론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 강의도 열리게 된 것이다.

 

우선 1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문학관의 향파문학당에선 '향파 이주홍 詩 부채 전시회'가 선보인다. 이주홍 선생과 청남 오제봉 선생의 두터운 교류를 기리는 뜻을 담아 축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번 특별전에선 청남문화 이사장이자 청남 선생의 조카 동헌 오용준 선생을 비롯한 서예작가 14명이 부채에 이주홍 선생의 시와 그림을 그린 작품 37점을 전시한다. 


오는 10월 31일 열리는 세계 석학들의 담론 장이자 세계 인문학 축제인 '세계인문학포럼' 사전행사 격인 '어린이인문학한마당'도 새로 도입된다. 19일 오전에는 설흔 소설가의 초청 강연으로 꾸며지는 '문학관으로의 인문학 여행', 오후에는 이주홍문학관과 금강공원 향파 시비, 동래향교, 장영실과학동산으로 이어지는 '문학관 밖으로의 인문학 기행'으로 구성된다. 8~15일 접수할 수 있다.


제38회 이주홍문학상 시상식은 25일 오후 6시 30분 문학관 향파문학당에서 열린다. 아동문학 부문엔 동시집 <햄버거의 마법>을 펴낸 박선미 동시인, 일반문학 부문은 팩션집 <거기서 도란도란>의 이상섭 소설가, 문학연구 부문에선 <이주홍의 유인본 교과서와 문학교육-신고국문선 을 중심으로>을 발표한 박형준 문학평론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주홍어린이백일장은 26일 오전 10시~오후 2시 금강공원 이주홍문학의 길에서 마련된다. 초등학생은 누구나 현장접수로 참여할 수 있다.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주홍문학기행은 27일 오전 8시 30분~오후 7시 30분 경남 합천과 사천 일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8~18일 접수 가능하다. 051-552-1020. 


윤여진 기자

(기사원문 보러가기)




『거기서, 도란도란』 책 속으로                                           


P.40-41      자, 이제 눈을 떠봐. 눈을 떴을 때, 사방은 안개에 뒤덮인 듯 흐릿했다. 할아버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쉿, 할아버지가 말했다. 눈앞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듯싶더니 성당 건물이며 바닷가에 위치한 부두 건물들도 사라지고 오래된 어촌 풍경이 나타났다. 우와, 할아버지 여기가 대체 어디에요? 여기가 어디긴, 여기가 여기지. 발아래엔 초록 보리밭이 펼쳐져 있고 아늑한 바닷가에는 작은 목선들이 떠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봐.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정말 쇠로 만든 소 같은 바위가 언덕배기에 놓여 있었다. 저게  소바위, 우암이란다. 그래서 알았다, 이곳이 왜 우암동이란 지명이 붙었는지를. 근데 할아버지, 저 바위는 어디 갔어요? (「뭐뭐 - 우암동 소막 이야기」부분)


 P.51      어쩌면 이것 또한 운명일지 몰랐다. 바람을 닮은 녀석. 녀석의 몸속에 든 바람 또한 이 땅이 만들어낸 것, 그걸 어찌 막는단 말인가. 바람을 눌러 죽이는 방법은 없다. 저절로 제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았다간 되레 불길을 일으켜 제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터. 바람은 흐르는 대로 두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어쩌면 단점이야말로 바람 없이는 날아오를 수 없는 방패연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둘이서 저리 어울려 산이며 바다를 헤맬 수밖에. (「저기 둥둥 떠 있던 - 용호동 신선대」부분)


 P.101-102     아치가 고향을 떠나 입대한 것이 지난 1950년 9월 7일의 일이었다. (…) 장장 23일간의 기나긴 항해 끝에 이국의 작은 항구도시 부산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2월 18일이었다. 그때까지 아치가 전쟁이 일어난 코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들은 거라고는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뿐이었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구축함에서 내렸을 때에는 일본식 가옥들이 눈에 걸렸다. 이곳이 일본인들의 집단적 거주지였다는 사실은 며칠 뒤에 알았다. 하지만 그것 빼고는 모든 게 평화로워 보였다. 어쩌면 그 이유가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둥글둥글하게 생긴 낮은 지형 탓인지 모른다. 이런 곳이 평화를 잃고 전쟁 중이라니 믿기지 않는군. 곁에 있던 빅토르가 중얼거렸다. 빅토르의 말에 아치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영원히 함께 - 캐나다 참전용사 허시형제 이야기」부분)


 P.148      언니, 언니는 어디로 갔나요? 언니가 혹시 나타날까 봐 지금도 이렇게 가끔 밖으로 나서곤 한답니다. 오늘은 유모차에 의지해 기어이 미우라의 저택까지 오고 말았네요. 이곳도 엄청 변했답니다. 그 많던 배나무들은 사라지고 건물들이 들어서서 적산가옥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미우라는 과수원을 헐값에 넘기고 도망치듯 제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도 언니는 소식조차 없더군요. (…) 언니는 처음부터 이곳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떠나려야 떠날 수 없는 몸이었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한 번도 날 찾아오지 않을 리 있겠습니까. 미우라는 자신의 죄를 숨기려 아주 깊은 곳에 언니를 묻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망치듯 허겁지겁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언니, 오늘은 내가 쓰러지더라도 과수원 일대를 샅샅이 뒤져볼 작정입니다. 혹시 압니까, 억울해 삭지 못한 언니의 뼈마디 하나가 오늘 불쑥, 고개를 내밀지요. (「마지막 숨바꼭질 - 강서구 대저동 적산가옥 이야기」부분)





 


거기서, 도란도란

 

이상섭 지음 | 240 | 14,000원 2018년 4월 16일 출간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으로 창작된 '팩션집'『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서 천착하며 아직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거기서, 도란도란 - 10점
이상섭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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