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국내 모 대기업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사연을 신문기사에서 보았습니다. 아무리 학교재정이 어려워도 교장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위한 도서구입비를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생면부지의 기업대표에게 쓰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장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어찌됐든 진심이 담긴 편지 한통은 대기업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고 교장선생님은 3천만원 어치의 책을 학생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다고 합니.
몇일전 한 대학에서 책을 기증해달라는 공문이 왔습니다. 수신자는 국내 각 출판사로 되어 있고 '자료 기증 의뢰'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습니다.
단지 우리 도서관에 책이 많이 없어 도서관 서가를 좀 채워야겠으니 출판사에 쌓여 있는 아무 책이나 좀 보내달라는, 명분도 감동도 없는 막무가내식 기증 요청은 좀 황당했습니다. 이건 책에 대한 예의도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출판사이다보니 여러 단체들로부터 책을 기증해달라는 공문과 전화가 심심치않게 오는데 그때그때 판단하여 보내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산지니 출간도서 중에서 어떤 책(오래되어 제목은 기억이 안 남)을 읽고 싶은데 사볼 형편이 안되니 한권 보내줄 수 없겠냐고 교도소 수감자가 메일을 보내온 적도 있었구요.
대학의 한해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같은 지역의 작은 출판사 매출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거액일테고 그안엔 당연히 도서관의 도서구입예산도 있을텐데 책을 왜 기증해달라는지 모를 일입니다. 출판사는 자선단체가 아니고, 그 자선이라는 것도 '불우'한 이웃에게 베푸는 거 아닌가요. 대학이 언제부터 '불우'한 이웃이 되었을까요.
장서수, 직원수, 예산 면에서 미국 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하버드대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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