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 한국의 독자들은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을 좋아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촘스키를 검색해보니 무려 85권의 책들이 줄을 서 있다. 그러나 미국 학계에 촘스키나 하워드 진만이 있는 것은 아닐 터. 마이클 H.헌트 지음, 권용립 이현휘 옮김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를 번역한 권용립, 이현휘 교수들의 문제의식은 우리 한국의 일반 독자들이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처럼 미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학자들의 책만 편식한다는 데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그간에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정치와 한국외교를 둘러싼 모든 논쟁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미국이 있는데, ‘미국은 한국의 혈맹’이라는 냉전시대의 친미적 대미 인식을 탈냉전 시대에 맞게끔 교정하려는 욕구 때문에 미국의 오만과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책들이 우선 번역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통과 본성을 탐색해온 중후한 저작들보다 미국 외교의 현상을 서술하고 도덕적으로 단죄하는 저널리즘적 저작이 미국 관련 번역서의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 역자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마이클 헌트가 쓴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는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미국 외교의 바탕을 성찰한 책이다. 건국 이후 미국 외교를 지배해온 세 가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미국을 움직여왔는지를 국제정치학과 역사학을 배경으로 서술한다.
사실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냉전이 끝나기 이전인 1980년대 중반이다. 20년도 훨씬 더 지난 이 책을 출간하기로 한 것은 200년도 훨씬 더 넘게 지속되어온 미국 외교의 이데올로기가 20년 만에 바뀔 리가 없기 때문에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2008년에 출간한 책이 햇수로 삼 년째인데, 그동안 미국은 공화당 부시정부에서 민주당의 오바마정부로 바뀌었다. 오바마가 집권하면 미국이 바뀔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변함없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면 이 책을 들춰보기 바란다.
* <시사인>145호에 실린 권경옥 편집자의 글입니다.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 - 마이클 헌트 지음, 권용립.이현휘 옮김/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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