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 조혜원 작가님과의 인터뷰 -
저번 서평에 이어서 인터뷰까지 진행하게 된 인턴 유지니라고 합니다.
작가님과 만나서 인터뷰를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거리가 먼 관계로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서툰 질문이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레 답변해주셨습니다
그럼, 인터뷰 보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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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가 출간된 지 두 달 정도 지났습니다. 출간 이후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A : 책이 나온 뒤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그동안 자주 다녀간 사람들부터 연락이 뜸하던 친구까지 책이 나온 소식을 듣고는 산골 집으로 찾아오고 있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큰 도움을 준 페이스북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산골 휴식(休食) 여행’도 두 번에 걸쳐 가졌어요. 저희 집에서 1박2일 같이 지내면서 잘 먹고 잘 쉬자는 뜻으로 산골살이 체험을 하는 행사였죠. 제가 혼자 좋아서 벌인 자리였답니다. 다녀간 모두들 정말 행복해하셨고, 저도 새로운 분들과 따뜻하고 포근한 시간을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서울에서는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어요. 산골에 오기 전 살던 동네 분들이 책 나온 걸 축하해주는 작은 자리였죠. 저한텐 고향 같은 곳 ‘은평 민중의집 랄랄라’ 공간에서 고향 사람들과 함께 신나는 출간 잔치를 가진 셈이에요. 저는 서울을 고향이라 생각하거든요. 장수에서 만난 인연들도 제 책에 사인 받고 싶다면서 많이들 찾아왔답니다.
같은 고장에 살면서도 서로 자주 보기 힘들었는데 책 덕분에 반가운 만남을 가져서 참 흐뭇했어요. 그렇게 산골에서도, 서울에서도 사람들과 만나면서 두 달이 훌쩍 흘러갔어요. 행복하게 바쁜 시간들이었죠. 사람 드문 산골에 살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이렇게 책을 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고맙고 뿌듯한 시간을 알차게 보냈어요.
Q : 책 표지에 포근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작가님의 모습과,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라는 제목이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이 제목으로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 보통 시골살이를 담은 책은 귀촌이나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이 볼 때가 많아요.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저도 서울 살 때 그런 책들을 열심히 찾아봤어요.
그런데 제 책에는 정식 농사 이야기도 없고, 마을살이에서 벌어지는일도 별로 담겨 있지 않아요. 그저 작은 산골에서 하루하루 재미나게 살아가는 이야기들이에요. 제 마음에 다가온, 날마다 만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하루하루 글로 남긴 것들을 모아냈죠.
귀촌 안내서 몫을 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책이기에, 혹시라도 제 책을그런 마음으로 펼쳐보실까 봐 미리부터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제목부터 귀촌 안내서 같은 느낌을 덜 줄 수 있도록 정해야겠다고 마음을 잡았어요.
제목 그대로 저는 하루하루 웃으며 지내고 있어요. 자급자족은 아니지만 건강한 먹을거리부터 푸른 하늘과 산들이 안겨준 선물을 날마다 만나면서 참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물결을 친답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미안한 생각도 들었어요.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들, 도시 삶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처럼 세상에 아프고 고통받는 이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저만 이렇게 잘 먹고 웃으며 지내도 되는지 부끄럽고 죄송하고 그랬지요.
그럼에도 저부터 행복해야, 다른 이들에게도 그 행복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제게 온 이 행복들을 밀어내지 않고 오롯이 받아들이며 살고 있어요. 이런 제 마음을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라는 제목에 담으려 했답니다.
Q : 30년 넘게 서울생활을 하셨는데 산골 생활을 하신 지 벌써 5년이 됐는데요, 그때의 작가님과 지금의 작가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가장 좋은 건 마음껏 잘 수 있다는 거예요. 서울에서 일터에 다닐 때는 날마다 야근에, 술자리까지 하면서 정말 늦게 잠들 때가 많았죠. 아침마다 꾸역꾸역 일어날 때면 정말 힘들었어요. 직장 다니는 누구나 겪는 그런 시간들을 저도 어김없이 보냈죠.
여기선 일터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농사도 할 수 있는 만큼 조금만 짓기 때문에 일에 그다지 치이지 않아요. 물론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채우고자 서울에서 하던 일감을 간간이 받아서 하고는 있어요. 그렇지만, 그 일도 그리 많지는 않아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삶, 어쩌면 그게 산골살이가 안겨준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서울에서는 밥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기까지 온갖 집안일을 싫어했어요. 실제 제대로 한 적도 잘 없고요. 평일에는 회사에서 점심 저녁 때우고, 주말이면 라면 끓여먹기가 일쑤였답니다. 그저 일만 좇던 시절이라 시간이 잘 없기도 했지만, 솔직히 사람이 먹고사는 데 꼭 필요한 밥하는 일부터 여러 가지 가사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마음도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집에만 매달려 사는 엄마를 보면서 자연스레 마음에 박힌 생각이 있었죠. 다들 많이 그러잖아요.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 거야.’ 이제 와 생각하면 사무치게 부끄럽지만 사실이 그랬어요.
이젠 많이 달라졌어요. 먹고 입고 집 정리하는 일 모두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바뀐 제 마음이 저는 참 좋아요. 물론요, 받아들이는 마음이 바뀌긴 했어도 가사노동이 티 안 나고 끝없이 되풀이되는 속성이 있는지라 여전히 좀 힘들기는 해요.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고, 또 열심히 준비한 산골밥상을 맛나게 먹는 손님들을 보면서 많이 행복하기도 하니까요.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먹고산다는’ 의미를 계속 찾아가고 있어요.
Q : 산골살이를 하면서 정말 좋다고 느낄 때가 그 밖에도 많을 거 같아요.
주로 어떤 때 귀촌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세요?
A : 하나하나 손꼽자니 정말 많은데요. 지금처럼 더운 날 특히 더 느껴지는 점 하나 이야기해 볼게요.
요즘 정말 날이 뜨겁죠. 산골도 마찬가지로 아주 많이 더워요. 잠시라도 밖에 나가 있으면 등이 따가워 오래 있기가 힘들죠. 누가 그런 말도 하더군요. 산골에는 대기오염 층이 없어서 더 강력하게 햇볕이 내리쬔다고요. 그래서 자외선도 더 강할 수 있으니 밭일할 때 썬크림 꼭 바르라고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해만 사라지면 갑자기 확 시원해져요. 마치 산골에 대형 에어컨이 돌아가기라도 하는 듯 말이죠. 35도를 웃돌던 날씨가 해가 지면 한두 시간 내에 27도 안팎으로 떨어진답니다. 자연스레 열대야도 없어요.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이 들었다가도 새벽녘이면 찬 기운이 밀려와 이불을 푹 덮게 된답니다. 서울 작은 빌라에 살 때는 그 열대야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에어컨은 없지 선풍기 틀면 뜨거운 바람만 나오지, 어디 그뿐인가요. 물을 수도를 틀면 미지근한 물만 나오니 몸에 끼얹어도 시원하지가 않았죠. 당최 그 열기를 감당할 수 없어 힘든 밤을 보내곤 했어요. 정말이지, 열대야 없는 여름 밤은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산골이 준 크나큰 행복이에요. 저만 누리기에 너무 아깝고 안타깝기까지 한 축복을 누리면서 날마다 혼자 중얼거려요.
‘열대야 없는 산골에 오길 정말 잘했구나!^^’
나머지 이야기는 책에서 만날 수 있어요. 먹을거리부터 산과 들이 안겨 준 수많은 축복들을 만나면서, 귀촌하기 잘했다고 혼자 외치곤 했던 시간들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답니다.
Q : 책을 쓰실 때 막막한 부분이나 힘드신 적이 있으셨나요?
A :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는 산골살이 시작하면서 쓴 일기랑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모아서 담았어요. 글을 갈무리하면서 지난 시간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어 참 좋았어요. 다만, 써 놓은 글이 워낙 많아서요, 모두 담고 싶은 욕심을 마음속 채에 하나하나 거르는 시간이 조금은 힘들었어요. 물론 그 시간조차도 재밌기는 했답니다.
막막한 순간은 이런 걱정이 밀려올 때였죠. 과연 이 책이 나무 한 그루 베어낼 가치가 있을까,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을까. 그래도 출판사에서 열심히 응원해 주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답니다. 책 제목을 페이스북 친구들한테 물어볼 때도 많은 사람들이 힘을 주셨어요. 제 막막함은 사람들의 애정과 정성으로 조금씩 환하게 바뀔 수 있었답니다.
Q : 서평에서 언급했는데, 망사배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키운 배추였다면 실망이 컸을 것 같아요.
조작가님께서는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솔직한 심정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배추 모종 심기를 하실 것 같은데 이번 배추농사는 자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 ‘꽃처럼 아름답고 꽃보다 아름다운,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이라고 제가 책에 남겼는데요, 그게 가장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망사배추 늘어선 장면이 정말 멋져서 날마다 그거 보고 싶어서 밭에 나갈 정도였답니다.
이제 8월 중순 지나면 배추를 심어야 해요. 좀 민망하지만 올해도 망사배추를 또 기르고 싶어요. 어차피 그 많은 배추벌레를 잡기도 어렵겠지만요, 망사배추를 위해서라도 못 본 척 그냥 놔둘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배추농사 짓는 분들께는 정말 죄짓는 건데, 그래서 정말 부끄럽고 죄송한데, 그래도 다시 꼭 만나고 싶어요. 시린 겨울 하늘 아래 반짝반짝 빛나던 그 망사배추를요.
솔직히 제가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해보고 싶은 바람은 늘 마음에 담고있기는 해요. 산골살이 첫해에는 그 욕심으로 백 포기 넘는 배추를 심기도 했거든요. 그때 망사배추까지는 아니었지만 속이 워낙 차지 않아서 도저히 김장을 담글 수가 없었어요. 쌈으로 먹거나 겉절이 하기에 딱 좋은 크기에서 멈추더라고요.
마을 분들이 저희한테 그러세요. 배추농사는 약 안 치면 절대 안 된다고. 그래서 아주 어린 모종 때부터 모두들 정말 열심히 약을 주시더라고요. 둘레에 유기농 하는 분들도 배추에는 유기농에 맞는 약을 쓴다고 하세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추농사가 얼마나 힘겨운지 다시금 깨닫게 된답니다. 정말 약 안 치고 배추농사, 아니 농사짓기란 불가능한가, 여전히 저한테 큰 숙제거리예요. 아직까진 돈 받고 파는 농사를 짓지 않으니까요, 작으면 작은 대로 별 속상함 없이 지내고는 있어요.
그래도 자급자족 소농이 큰 바람인지라 앞으로 약 안 치고 농사짓는 길을 계속 찾아볼 마음이에요. 올해 배추를 심을 때는 한 골쯤 그물망 같은 걸 씌워서 배추벌레가 자리잡지 못하게끔 도전해 볼 생각도 하고 있답니다. 정말이지 약만큼은, 그 아무리 좋은 약일지라도 단 한 방울도 배추한테 주고 싶지가 않거든요.
Q :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바쁜 산살림, 들살림 속에서도 여유와긍정적 기운을 느낄 수 있는데요, 아마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을 것 같아요. 그분들을 위해서 작가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A : 사실 도시생활 때랑 견주면 크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어요.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기보다는 제가 살아가는 모습이 스트레스를 알아서 밀어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를테면, 몸이 너무 힘들 때까지 밭일을 하지 않아요. 그냥 덜 자라도 좋다는 마음으로 잡초 가득한 밭을 그냥 놔둘 때가 많답니다. 물론 이것도 ‘파는’ 농사가 아니라서 가능한 거고요. 만일 농사로 먹고살아야 한다면 날마다 밭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어요. 아마, 분명 그럴 것도 같답니다. 그래서 더 본격으로 농사지을 용기가 생기지 않는 것도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돈 걱정이 밀려들 때가 있어요. 이때 좀 스트레스가 다가오기는 해요. 하지만 적게 먹고, 덜 쓰고 살자는 마음을 다시금 가다듬죠. 아울러 저에게 다가오는 프리랜서 일감을 참 고맙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요. 그러다 보면 돈 걱정도 조금씩 잦아든답니다. 통장이 헐거워지는 어느 순간 다시 또 고개를 내밀겠지만요.^^
또 제가 노래를 참 좋아해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기타 치면서 노래를 한답니다. 여기선 크게 노래해도 마을 분들이 별로 문제삼지 않거든요. 그렇게 베짱이처럼 노래랑 만나고 있으면 힘든 마음도 스르르 풀리고 다시금 행복해진답니다. 사실 이건 도시에 살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만 그때는 앞집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뭐라고 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엄청 조심하면서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느라 좀 힘들긴 했어요.
저도 산골에 오기 전까진 삼십 년 넘게 서울에서만 살아왔어요. 도시에서 산다는 것, 그 안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스트레스 앞에 놓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더군요.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한 번뿐인 삶이잖아요. 행복은 멀리서 나중에 큼지막하게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삶 속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들이 중요하다고 봐요. 자기가 있는 바로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행복을 찾고 만들어 가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 저도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만, 요리를 해먹는 것이 쉽지 않던데...
추천 레시피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A : 저도 서울에서는 집에서 거의 밥을 먹지 않아서 감히 추천해 드릴 수 있을까 싶은데요. 재료들이야 시장에서도 살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래도 제철 음식들만큼은 짬을 내서라도 꼭 맛보면 좋을 거 같아요. 봄에는 냉이 사서 된장만 풀어 국을 끓여 먹어도 참 맛있고요. 여름에는 고구마줄거리를 사서 간장 넣고 볶아 먹으면 멋진 여름반찬이 된답니다. 지금 가지가 한철일 텐데요. 가지무침이나 가지부침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요.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에 제가 만드는 비법 아닌 비법이 다 담겨 있어요. 국간장, 마늘, 된장 정도만 있어도 생각보다 많은 제철음식을 맛나게 먹을 수 있답니다.
식욕은 사람의 가장 기본 욕망 가운데 하나죠. 그 덕에 먹방을 다룬방송들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또 사람들은 방송으로나마 그 욕망을 달래는 듯도 해요. 그만큼 끼니를 챙기는 일은 참 중요하고도 귀한 일이죠. 요즘 어쩔 수 없이 혼밥을 드시는 분들이 많지요. 저는 혼자 먹을 때보다 한 명이라도 함께할 때 더 맛있더라고요.
저만 그렇지는 않은지 도시에서도 새로운 공동체를 꾸려 일주일에 한끼라도 밥을 나누는 길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는 듯해요. 밥상머리를 함께 나누는 작은 공동체를 찾아서 음식과 삶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져보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Q : 제가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서평에서 ‘효리네 민박’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보면 이효리가 가끔 서울생활을 그리워하는 말을 합니다. 작가님께서도 247쪽에서 ‘도시금단’ 증상이라고 표현하셨는데 특별히 언제 그런 생각이 드시나요?
A : 어느 늦은 밤, 사람들과 술 한잔 나누며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싶은 열망이 막 일어날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달빛 어린 산골 밤하늘을 바라보며 화려한 네온사인 번쩍이는 도시를 떠올리곤 하죠. 늘 외롭지는 않지만 문득 사무치게 사람이 보고 싶을 때면 서울이 무척 그리워요. 아무 때나 여러 사람들과 삶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그 서울이요. 어찌 보면 서울생활보다는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서울에 갈 일이 더러 있어요. 친정, 시댁 거의가 서울 쪽에 살고 있으니 명절이나 제사 때 꼬박꼬박 서울에 간답니다. 더불어 제가 프리랜서로 하는 일로 만날 사람들이 있어서 갈 때도 있어요. 일 때문에도 사람들 덕분에도 저는 서울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삶이랍니다.
그렇게 가끔 서울에 가면 매캐한 공기도, 지하철 가득한 사람들마저도 반갑기만 해요. 저는 자연이 그리워 산골로 들어섰지, 서울이 싫어서 도시를 떠난 건 아니거든요. 그래선지 서울에 발길이 닿으면 옛 추억이 담긴 곳을 거닐 듯 촉촉한 마음에 젖어 들곤 한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머물다 보면 좀 힘들어요. 공기도 그렇고, 지하철 타는 것도 금세 지치더라고요. 저걸 어떻게 서울에서 타고 다녔나, 지난 시간이 믿기지 않을 만큼요. 그러면서 교통도 불편하고, 술집도 극장도 찾기 힘든 산골이 막 그리워진답니다. 얼른 집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요. 그럴 때면 또 혼자 흐뭇하게 생각한답니다.
‘산골 혜원, 조금씩 도시 물이 빠져 가는구나. 그래, 시골에 살면 시골사람이 되어야지, 그게 자연에 맞는 이치일 거야.’
Q : 옆지기, 우리집 나무꾼, 같이 사는 키 큰 남자 등 남편이라고 부르지 않고 저렇게 별칭을 사용하시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 먼저 ‘옆지기’ 이야기부터 할게요. 곁에 있으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아, 서울에서도 남편이라는 말보다는 옆지기라는 말을 주로 썼어요.
저희 부부는 둘만 살아요. 그렇다 보니 하루 종일 옆지기랑만 지낼 수밖에 없어요. 어떤 날은 일주일 넘게 둘만 이야기하며 지낼 때도 있어요. 그런 말이 있어요. 귀촌, 귀농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옆지기랑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요. 여기서 살아 보니 그 말이 딱 맞는 듯해요. 하루 종일, 일 년 열두 달 붙어 지내야 하니까 서로 마음이 잘 맞지 않으면 정말 힘들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경우에 따라 시골에서도 농사만 짓기보단 직장을 다니는 분들도 있으니 모두가 그렇지는 않기도 해요.
저희 부부는 다행히 서울에서도 마음이 잘 맞는 편이었고, 그건 여기 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서로를 더 잘 들여다보게 된 것도 같아요. 제가 산골살림에 워낙 서툰데 옆지기가 그 빈자리를 꼼꼼하고 다정하게 채워주고 있어요. 그 덕에 ‘산골 혜원 작은 행복 이야기’도 조금씩 살을 붙일 수 있었고요. 산골에서 벌어지는 그 많은 공간과 시간들을 함께 채우고 키워 주는 옆지기를 좀 더 여러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은 마음에 약초꾼, 나무꾼, 텃밭지기 같은 말을 쓰게 되었어요. 실제로 약초도 도끼질도 텃밭 농사랑 설거지까지도 저보다 훨씬 잘한답니다.^^
Q : 매번 돌아오는 여름이지만 불볕더위에 적응하기에 힘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햇빛을 직접적으로 받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 작가님은 여름에 밭일을 하시는데, 더운 여름날에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버티시나요?
A :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는 정말 집 안에만 가만히 있어도 힘이 들어요. 찜통 더위라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자꾸 걱정이 돼요. 이 속에서도 힘들게 일하고 있을 많은 분들이 떠올라서요. 여전히 밭일하는 마을 분들이 계시고, 또 도시에도 건설 노동자들을 비롯해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받으며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분들이 제발 건강 상하지 않게끔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봄, 가을에는 해가 내리쬐는 시간에도 밭일을 그럭저럭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여름은 달라요. 사실 위험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되도록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에 미뤄둔 밭일을 치르곤 해요. 저희는 텃밭농사 정도만 짓기 때문에 그 정도만 밭을 어루만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해를 받으며 일하는 순간도 생기기는 해요. 굵은 땀방울이 수도 없이 떨어지는 순간에는 힘든 가운데도 뭔가 시원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마음속 때까지 씻겨나가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뜨거운 햇살에 땀 쪽 뺀 뒤에는 지하수를 몸에 쫙 끼얹죠. 저희 집이 수도가 없고 지하수만 쓰거든요. 한여름에도 지하수는 끝도 없이 차갑답니다. 지하수가 몸에 닿는 순간, ‘아, 정말 시원하다, 행복하다’ 감탄이 절로 일어나지요. 몸을 씻고 시원하게 매실효소 한 잔 쭉 마셔주면 밭에서 힘들었던 시간들도 싹 날아가 버린답니다. 한여름 밭일은 이 맛에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길게 하면 정말 안 되지만요.
Q :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영화 ‘리틀 포레스트’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독자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 같은데요, 혹시 요즘 쓰고 있는 책이나 아니면 향후에 내실 생각이 있으신 지 궁금합니다.
A : 저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정말 재밌게 봤어요. 더구나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이 저랑 같은 ‘혜원’이다 보니 감정이입까지 정말 깊숙하게 되더군요. 영화 배경처럼 저도 시골에 살고 있는데도, 영화 보면서 내내 마음에 위로를 받았답니다. 참 행복한 마음으로 본 영화였어요.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에 담은 글은 처음부터 책을 내고자 쓴 글은 아니었어요. 그저 제게 다가온 놀랍게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순간순간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어서 일기장에, 페이스북에 차곡차곡 새긴 글들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새로 책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삶을 더 가꾸고, 여러 사람들과 그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브런치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있어요. 그러니까 책이 아닌, 제 인생 공책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금씩 새기고 있는 셈이죠.
Q : 매미 우는 소리에 ‘아 드디어 여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실감이 납니다. 책에 소개된 딸기, 감자 외에 새로 시작한 여름농사가 있을까요? 없으시다면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농사는 어떤 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 딸기는 봄 작물이어서 이제 더는 열매를 먹을 수 없어요. 감자도 하지감자를 이미 캐서 텃밭에는 감자밭이 사라졌답니다.
지금 뜨거운 여름 텃밭에는 옥수수, 가지, 고추, 오이, 토마토, 박, 양배추, 호박, 참외, 수박 들이 자라고 있어요. 약을 주지 않고 거름은 적고, 더구나 요즘처럼 불볕더위까지 닥치다 보니 다들 힘겹게 자라고 있기는 해요.
여름 농사 가운데 수박, 참외가 참 어려웠어요. 수박은 야구공보다 조금 큰 정도, 참외는 아예 자라지 않은 때가 많았거든요. 제일 잘해보고 싶은 게 바로 수박이랑 참외랍니다. 올해도 모종을 심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맛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아울러, 여름농사 말고도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바로 쌀과 밀 그리고 콩이랍니다. 주식을 제 손으로 길러서 먹고 싶은 욕심은 해마다 일어나는데 땅도 없고, 돈도 없고 의지도 많이 모자라서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요. 콩은 메주 때문에 꼭 길러 보고 싶어요. 지금은 마을 분한테 사서 메주를 만들거든요. 그런데 간장, 된장까지 하려면 지금 있는 텃밭을 모두 콩으로만 지어야 해요. 다품종 소량 텃밭 농사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있답니다.
Q : 저도 나중에는 작가님처럼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는데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독자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한가하게 지내는 삶을 전원생활이라고 하죠. 정말이지 그런 뜻은 없었는데, 제 삶이 전원생활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나 보아요.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들어요. 저만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다시금 걱정도 일어나고요.
전원생활 하면요, 왠지 넉넉한 살림살이로 은퇴한 도시 사람들이 먼저 떠오르는 듯해요. 그래서 시골생활이라는 말을 써 보고 싶어요. 조금 길게 풀자면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그 자연은 농촌이나 산골, 또 어촌이 될 수도 있겠죠.
도시를 벗어난 삶을 꿈꾸는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쌓이다가 어느 순간 팍 저지르고 싶은 때가 찾아올 수 있어요. 그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무조건 시작해 보면 좋겠어요. 물론 아이 교육, 돈벌이부터 농사 지을 자신이 있는지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바라던 삶은 저만치 멀어져 가죠. 내 삶이 미처 가보기도 전에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선택한 행복한 삶을 모두가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삶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곳에 있다고 여겨진다면 미룰 일도 그냥 놔둘 일도 아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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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조혜원 지음 | 256쪽 | 15,000원 | 2018년 5월 11일
서른을 훌쩍 넘겨 서울 생활을 접고,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산골에 첫발을 디딘 용감한 여자가 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깊은 산골짜기 언덕 위의 하얀 집에 깃든 지 어느덧 5년. 작은 텃밭과 골골이 이어진 산골짜기를 벗 삼아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글 쓰는 알콩달콩 재미난 이야기를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에 담았다. 산골에서 전해온 작은 행복 이야기는 고달픈 일상에 지쳐 아슬아슬 버티며 사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찬찬히 되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 조혜원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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