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 <생각하는 사람들> 정영선 작가 인터뷰

  산지니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제일 먼저 맡은 업무는, 정영선 작가의  『생각하는 사람들』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작가님이 부산에 거주하고 계셔서,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산지니 공간 오픈 행사가 열린 7월 24일 화요일, 조용한 회의실에서 약 1시간 동안 분단과 통일,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한 그의 다양한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인터뷰 전 작가님의 전작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다 읽어보지는 못 했지만, 주로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를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들 아니던가요. 이같은 사람들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나요?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스스로 여성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요구받으며 자라죠. 여자아이는 어머니가 없을 때 대신 오빠를 챙겨야 하고, 아버지를 챙겨야 하고. 여자는 얌전해야 하며, 사근사근하고 애교가 좀 있어야 한다는 등.. 어느 자리에 나가더라도,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그러한 것들을 계속해서 의식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이 여성주의적 소설로 발전하게 된 것이죠.

  <실로 만든 달>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쓴 소설이에요. 부산에 완월동이라고, 유명한 집창촌이 있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부산역에 나와서 데모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너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 장면들을 보면서 ‘여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게 소설로 발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또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 <부끄러움들> 같은 소설들은, 키워드가 <지역> 입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교사로) 있었거든요. 수정동에 경남여고라고 있는데, 거기 산복도로라는 동네가 있어요. 그런데 참, (이런 얘기 하면) 야단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동네가 굉장히 문학적이에요.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소설적인 무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거리가 환상적이랄까. 아주 조그만한, 책꽂이보다도 작은 계단들이 쫙 이어지고, 그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거죠. 그 계단 사이사이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노인들이 많아요. 어쩌면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조금 소외된 사람들이요. 그런데 제가 시간이 빌 때마다 이따금 가 보면, 계단이 너무 깨끗해요. 휴지 하나 없어요. 누가 청소를 하는지.

Q. 주민들이 청소를 하는 것일까요?

  그렇겠죠. 꽃이 늘 피어있어요. 누가 꽃을 심어놓고... 그러면 안 되지만, 남의 집을 구경을 하거든요. 집이 늘 깨끗해요. 그래서 여기는 참, 정말로 사람이 사는 것 같다. 대단지 아파트, 뭐 이런 곳에는 조경이나 청소 같은 것도 다 고용된 직원들이 처리를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모두가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느낌?

  소외되어 있으니까. 개인의 삶을 각자가 지키고 있다는거죠.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그래서 저는 이게 너무 좋아요. 저희가 지금 이야기 나누고 있는 이런 현대적인, 발전된 도시. 이런 것이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곳이야말로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죠.

Q. 사실 <생각하는 사람들> 은 전작들과는 좀 차이가 있는 작품이잖아요.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다보니 정치적 맥락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는. 어떤 배경에서 소설을 쓰셨나요?

  일단 제가 <지역>과 <여성>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쓰다가, 그 다음으로는 <분단>에 대해서 쓰고 싶었죠. 그게 갑자기는 아니고, 우리 소설가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무엇에 대해 써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거든요. 이야기, 소재야 뭐, 굴러다니는 게 이야기잖아요, 사실. 그런데 분단이라는 것은, 사실 우리를 보이지 않게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6.25 세대도 아니고, 저희 가족 중 이산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연락이 온거죠. 하나원에서 국어, 영어, 역사 교사를 채용하는데 한 번 지원해보라고 공문이 온거죠. 그래서 그 곳에서 일하면서 겪은 일들 바탕으로 소설을 썼어요. 그래서 이 소설이 탈북자 소설인 것은 맞지만, 저는 크게는 분단이라고 봤어요. 북한에서는 잘 모르겠는데, 남한에서는 분단을 상징하는 이들이 바로 탈북자들이지 않나. 오늘날 분단이라는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탈북자라는 존재에 대해 다룬 소설. 그 정도로 생각해요.

Q. 분단을 상징. 그 말을 들으니 ‘금향’과 교사의 대화가 생각나네요. 이런 말을 하잖아요. “어머니와 창주, 북한에서 오신 모든 분들은 분단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분단의 벽을 허문 첨병 역할을 하신 거잖아요. 그런 역사적 의미를 잊으면 안 되는데.”. 저는 이 대목을 보면서, 이 사회가 탈북자들에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떤 역사적 사명이라던지, 대의라던지, 그런 것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닐텐데. 

  미디어에서는 그렇게 말하죠. 그런데 사실 그런 얘기는 그 교사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구요. 보통 하나원에 처음 들어올 때 입소식이라는 걸 해요. 그 때도 얘기하고.. 정부에서 발간되는 많은 책들에서도 그런 얘기들 하거든요. 보수 진보, 좌우를 막론하고.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탈북자들은 그런 말 듣는 것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실 그 말도 맞기는 하죠. 어떻게 보면 분단의 상징 맞잖아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에 합당하게 살아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것은 다 자신들의 몫이잖아요. 그래도 다들 한국 들어와서는 그거 되게 부담스러워 하더라구요.

Q.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살고 싶다’. 그런 말도 어떤 분이 하셨다고 하던데.

  왜 조용히 살고 싶겠어요.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하죠. 책에 보면 ‘선주’라는 사람이 나오잖아요? 그게 이름은 다르지만 실재하는 인물이거든요. 제가 쓴 글이 아니고 선주가 쓴 글이거든요. 제가 어떻게 그렇게 북한말을 잘 알겠어요. (웃음)

  그래서 그 책을 선주에게 주고, 기자간담회에 한 번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큰 자리여서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고. 이 사람들이, 존재 그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거든요. 그래서 이걸 좌든 우든 다 왜곡해서 써먹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이 탈북자라는 것을 밝히는 순간, 우리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지개빛, 아주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얘기죠. 우리는 부산 사람이라고 밝혀도 아무 상관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탈북자다, 라고 하는 순간 그 느낌은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그래서 그런 시선들로부터 이 사람들이 아직 자유롭지 못 하다. 이 곳에 와도 고립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거죠, 사실.

Q. 작중에서는 유니원, 즉 하나원이 굉장히 통제된 장소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럼 그 곳에서 직접 많이 보셨겠네요. 수업 내용을 검열하는 장면까지 나오던데요.

  

  아..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그건 단지 소설적인 상황으로 넣었고, 그렇게 수업내용을 제출하거나 하는 건 아니죠. 다만 CCTV가 교실에 다 걸려있어요. 수업하는 모습을 누군가 항상 보고 있죠. 물론 사상이라던가, 그런 문제도 있을 수가 있으니 그런거겠지만요. 일단 어느 곳에 가도 CCTV는 다 설치되어 있어요. 온 사방에. 교사 숙소에만 없으려나. 그런데 그 사람들(탈북자) 숙소에도 없을 것 같긴 해요. 복도, 이런 곳은 완전히 CCTV 천국이죠. 

  왜냐하면, 일단 이들이 난민이에요, 난민. 우리나라 국민도 아직 아니고, 법적으로도 국민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북한을 탈출해 온 사람들이니 북한 국민도 아니구요. 난민이지만, 한국을 선택했고, 하나원은 한국의 문화를 익히는 기관이니까 여기서 어떤 사고를 내면 큰일나잖아요. 그러니 무조건 ‘감사합니다’, 무조건 ‘알겠습니다’. 이러죠.

Q. 다른 국가에서 온 난민이랑 같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죠.

Q. 무슨 저의를 품고 남한에 온 것은 아닌가, 그런 감시도 하고.

  

  그렇죠. 그런 감시도 많이 하고, 자기검열도 스스로 많이 하는 것 같고. 사실 이런 사상적인 부분에서의 문제는, 일단 이 사람들이 국정원에서 걸러져온 사람들이긴 하거든요. 그래도 자기검열을 많이 하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여기서 적응 못 해서 재입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모습들 보면, 나는 이 사람들이 꼭 이념이나 사상 때문에 남한으로 내려오는 것인가, 그런 생각 하죠. 여기서 살아보니까 더 힘들더라. 더 외롭고, 생활이 딱히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랑 연락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 보면... 꼭 이념 때문에 내려오는 것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뭐, 그래도 대부분은 만족한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여기 오면 물질적으로 사실 좋잖아요. 적어도 밥 걱정은 안 해도 되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못 하잖아요.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 부분은, 그저 겉으로 먹고 자는, 그런 의식주에 있어서는 괜찮겠지만 늘, 밤에 자면서 울지 않을까. 가슴 한 쪽이 우울할 것 같아요.

Q. 맞아요. 그래서 남한이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보아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인데 그 중에서도 탈북자 자살률이 거의 세 배 가까이 더 높다고 하더라구요.

  그렇죠. 그리고 한국 사람에게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적응하기 힘들잖아요, 사실. 나 자는 순간 누가 코 베어갈 지 모르는.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이 와서 경쟁을 못 하는거죠. 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만나지도 못 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어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평생 이걸로 계속 살 수는 없잖아요. 사람은 자기 삶에 보람을 느껴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밥하고 김치 주면서 세 끼 해결하며 어떻게든 살아봐라. 임대 아파트 하나 주면서 몇십 년 동안. 이거야말로 사육이지. 그렇게 하면 사람이 우울해지죠. 

  그런데 뭐, 그런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남한에 잘 적응해서 학교도 다니고 하지만, 부적응자도 많죠.

Q. 참 다양한 군상들이네요.

  <생각하는 사람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죠. 이겁니다. 다양한 사람이 있어서, ‘이것이 탈북자다’ 라고 말할 수 없어요. 한 사람 뽑아서 보여주면서 탈북자는 잘 산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적응자만 한 명 내세울 수도 없고. 그래서 사실 이 소설도 내용을 많이 줄인거죠. (웃음)

Q. 네. 그래서 하나원에서 근무하시면서 만났던 분들, 어떻게 보았는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수지’라는 인물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잖아요. 이게 실제로 있는 인물이던데요?

  수지는 실제로 있죠. 물론 이름은 수지가 아니고 다른 이름이지만, 혼자 온 것 맞고, 평양 출신이고, 우리나라 잘 산다고 말하면 입 삐쭉거리면서 평양도 잘 산다고 말하고. 굉장히 똑똑하고..

  지금은 탈북자들이 보통 못 먹고 오는 사람들보다는, 남한에 대한 동경 때문에 많이 온다고 말하긴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백 퍼센트 동경인지, 아니면 다른 속사정이 있는지 그걸 다 말하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공포를 느끼는 것은 맞아요. 자기가 여기에 온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 굉장히 위험할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고, 또 죄책감도 느끼죠.

Q. 북한에서는 탈북자들을 ‘배신자’라고 말하잖아요.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조국과 가족을 버리고 떠난 배신자. 사실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서 이러한 방식으로만 교육받다보니 뭔가 계약관계라던가, 그런 측면으로는 생각하기 힘들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집단주의죠, 딱 집단주의. 어려움도 같이 겪고, 극복도 같이 하고. 충성도 김정은에게 바쳐야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집단주의 국가. 그 국가를 배신한거죠.

Q.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그런 말을 되뇌이며 자책하겠죠.

  그렇죠. 그래서 소설에서는 안 나오지만, 돈 벌어서 북한에 많이 줘요. 그렇게 해서 자기위로 하는 것도 있고, 북한이 실제로 못 살기도 하니까. 가령 50만 원으로는 여기서 별로 할 게 없지만, 북한에서는 할 게 많거든요. 한 달 월급보다 많다던데? 제가 거기 하나원 친구 중에 학생을 한 명 만났는데, 지금 울산에서 회사 다니거든요? 좋은 대학 나와가지고. 얼마 전에 부산에 왔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뭐 하고 지내냐? 물었더니 인상을 팍 쓰더니, 소설에 양복 입었다는 친구 나오죠? 걘데. 인상을 팍 쓰더니 북한에 돈 보내는 게 너무 힘들다고. 왜? 하고 물었더니, 자기도 돈 받아서 살기 참 어려운데, 200만 원 받아도 저금도 해야 하지, 밥값에 교통비에, 만만치 않은데 자꾸 북에서 돈 보내라고 하니까 힘들어 죽겠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안 보내줬어? 그랬더니 아닙니다, 보내줬습니다, 그래도 보내줘야지요, 이러는데. 그 말이 죄책감. 여기에 온 것에 대한 합리화. 혼자서만 잘 지낸다는 것에 대한. 그런 것이 약간 느껴졌어요. 그게 그 정도로..

  물론 진짜로 그 사람들이 돈이 필요하죠. 그런데 이 돈 없을 때도 잘 살았잖아. 또 선주라는 양반도 가끔 만나면, 북한에 돈 보냈다는 이야기 하거든요. 얼마 모아서 보냈다고. 브로커에게 얼마 갔을거다. 이런 얘기 하면서..

Q. 그래도 자신은 어느 정도 책임을 감당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각시키는 셈이네요.

  그렇죠.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되게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Q. 그리고 ‘수지’라는 인물은 소설 속에서, 국가보위성 13국 국장의 딸로 추정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만약 대외적으로 공개되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사건이죠. 실제로 고위층의 탈북에 대해서는 언론에도 많이 보도가 되고. 작중에서는 국정원의 공작에 주영도 연루되는 것으로 나오고. 혹시 이것도 하나원에서의 경험에 바탕을 두신건가요?

  그건 다 지어낸 이야기죠. 13국 국장의 딸이라는 것은. 근데 뭐 평양 출신이고, 당 간부 집안의 딸인 것은 맞죠. 그리고 진짜로 이 사람이 어떤 기관의 장의 딸처럼 보이고, 그러면 하나원에 안 와요. 국정원에서 바로 빼요, 그런 사람들은. 태영호 같은 사람 알죠? 그 사람들, 하나원 안 와요. 대개 하나원에 오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주로 오죠.

Q. 그러면 만약 실제였으면 수지도 하나원에 오지 않았겠네요.

  그렇죠. 사실 이 탈북자 얘기가 너무 무거운 면이 있고, 그래서 어느 정도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 소설적 요소를 넣어봤어요. 국정원이 탈북자를, 우리나라의 권력기관이 탈북자를 어떻게 이용하는가. 굉장히 이용 많이 하잖아요? 간첩 하나 만들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좀 알리고 싶어서 그렇게 쓴 것도 있죠. 좀 무섭기도 하네요, 그렇게 보니까. 그렇게 써도 되나 싶기도 하고. (웃음) 사건 자체는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거기서 가져왔구요. 유튜브에만 봐도 엄청 많아요. 그것 보고 익혔던거죠.

Q. 그렇군요. 사실 유오성 간첩조작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혐의사건으로 많이 불리죠. 그 일도 그렇고, 정치적인 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좀 얘기해도 괜찮겠죠?

  그럼요. 안 할 수 없죠. 사실 이게 이명박 정권 거의 다 끝날 때 썼거든요. 박근혜 때 이야기에요.

Q. 2017년 5월 대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약 10년 가까이 이어졌었죠. 그 중 아까 말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혐의사건도 있었고, 그리고 통합진보당도 강제해산 당했었고. 남북관계는 파탄 수준이었고. 저는 개인적으로, 적어도 교체된 이 정권 하에서는 최소한 그런 공안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딱히 탈북자들의 삶이 나아지는 게 있을까요? 진보와 보수, 좌우 같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여전히 차별받으며 살아갈까요?

  글쎄요. 남북정상회담도 있었고, 북미정상회담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북한에 대해서는, 트럼프 월드라던지, 철도라던지, 그런 것들 지워주겠다. 자원개발 하겠다. 개성공단 넓히겠다. 이런 말만 하잖아요.

Q. 시혜적이죠.

  그렇지. 이런 얘기들이 오가는 걸 보면, 사실 제가 지금 전개되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자세한 건 잘 몰라요. 그래도, 그런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북한에서의 가장 심각한 일들. 사실 인권 문제죠. 북한보다 더 못 사는 나라는 더 많잖아요. 그런 경제적 문제 이외에도 북한 사람들은 인권 문제도 있으니까. 여자들은 사실 거의 다, 강 건너면서 강간이라던지,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니까. 물론 그런 얘기를 하면 김정은이 안 놀겠다고 문 꽉 닫아버리겠지만요. 그래도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진정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입을 많이들 다물잖아요. 이게 참 묘한 것 같아. 보수는 인권 문제에 대해서 많이 말하고, 진보는 입을 다물고. 좀 그런 상황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걸 얘기하자면, 아주 먼 미래의 일이기는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한다면서, 탈북자들한테 물어보면요. ‘김정은 씨 오고 난리 나는데, 아이고~ 믿습니까.’ 이럽니다. 그거는 절대, 북한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지금 아무리 걔가 뭐라고 해도, 꿍꿍이가 다 있고, 지금 급하니까 나온거고. 자기는 1도 안 믿는다. 선생님이 뭘 상상하든 북한은 그 상상보다 훨씬 더 무섭고, 통제되어 있는. 선생님이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김정은이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고, 속임수일 것이다. 

Q. 정치적인 목적을 띄구요?

  그 얘기를 걔가 했어. 걔도 그랬거든, 수지가. 스물 몇 살인데, 선생님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되게 무서운 나라에요. 그 무서움이 싫어서 온 애는 수지. 걔는 선천적으로 느낀거지. 왜, 이렇게, 한 집단에 있으면 이 집단이 다인 줄 알고 살잖아요. 밥 주고, 빨래 하고, 학교 가고, 성장하고. 세계에 대해서 눈을 안 뜨니까. 그래서 조금만 엇길로 가면 북한이 굉장히 심하게 압박한다는 것이죠. 통제하고. 나는 그런 뜻으로 들었어요. 다 감시사회고, 누군가는 날 감시하고 있고. 

  자신들이 조용히 살고 싶다는 게 뭐냐면,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걸 탈북자들 중 누가 보고 북한에 고발할 수 있다, 그 의미죠. 이게 되게 내면화, 체질화되어 있더라구요. 무섭지.

Q. 그렇군요. 그리고 아까 전에 남한이 북한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가 경제적인 내용밖에 없다는 이야기 하면서,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분단의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 에 대해서 여쭤볼려고 했습니다.

  그게, 분단을 했으면요. 분단을 푸는 방법에 대해서 과연 고민을 해보았겠는가. 

Q. 일반적인 사람들이 말이죠?

  네, 그렇죠. 저는 그 얘기 진짜 하고 싶었지만요, 미국 사람들이 분단의 책임을 지고서 그 따위로 행동을 하는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우리가 분단을 했으면 분단의 그 책임을 묻고 시작을 하는게 맞지 않는가. 둘다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는가.

Q. 역사적인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그렇지. 일단 둘이 만나야 책임을... 뭐 책임이라는 것이, 누가 잘 했고 누가 못 했고, 이것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요. 이런 상황에 놓여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래야 무슨 문제가 해결될 것이 아닌가.

  언론이라던지, 그런 사람들이 북한에 철도를 놓아야 한다, 도로를 놓아야 한다, 땅 사면 부자 된다, 경협주 사야 한다,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참 잡설스럽다. 대체 왜 아무 언론도 우리가 분단에 대한 책임, 역사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분단을 허물 수 있는가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왜 돈 벌 생각밖에 안 하게 되는건지.

Q. 맞아요. 그렇게 되면 북한을 남한의 식민지로 개발하자는 이야기밖에는 안 될텐데요.

  개발했다고 우리 돈이 될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인지, 참.

Q. 미국이 값 더 쳐준다고 하면 미국에게 붙을건데요.

  내 말이. 그리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만 보면 환장을 하고 달려들잖아요? 차라리 돈을 떠나서, 분단이라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면, 그것 아닌 무언가가 더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나는 잘 몰라요, 사실. 그런데 참... 남북간 철도 연결하고, 자원 개발하고, 이런 논의 오갈 때는, ‘야, 이건 또 뭐야? 미국이나 우리나 다를 게 뭐야.’ 이런 생각도 들죠.

Q. 자원만 빼 먹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요.

  그럼, 그럼. 난 그거 너무 안타까웠어요.

Q. 같은 민족끼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한 번 고민해 보았는가.

  그렇죠. 고민하고 있는가. 진짜 누가 고민하고 있나. 안타까움이... 결국 그렇게 되면 계속 분단상황이 이어지는거죠. 그런데 한 발자국 더 나가면, 대통령과 국무위원장이 만났으니까, 조금 더, 분단을 어쨌든 허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무튼 저는 안타까웠어요. 사람들이 부동산 산다고 막 그러고 있을때 미치겠는거에요. (웃음) 북한 사람들이 그거 보면서 뭐라고 하겠어요. 남조선.. 이 거러지 놈들.. 하면. (웃음) 그런 생각이 막 들더라구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단에 대해서 책임을 좀 물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Q. 남한이 북한에게?

  아뇨. 다른 나라들에게. 소련이나 중국도 있고. (그 전쟁이) 실수든 뭐든, 어쨌든 그렇게 되어버렸잖아요. 전쟁까지 일어나고. 미국은, 막 자기들이 안 도와줬으면 어떻게 될 뻔했냐고, 고맙게 여기라고 말하잖아. 그런데 나는 트럼프가 그 자리(회담)에서 사죄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Q. 꼭 전쟁에 대해서 사죄한다기 보다는 과거 역사에 대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한 마디 정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게 꼭 사죄가 아니더라도. 분단이 왜 일어났는지 한 번은 좀 짚어보고. 트럼프가 한 마디라도... 분단의 책임, 솔직히 미국이지. 이 말을 좀 대놓고 못 해서 문제지... (웃음) 이렇게 해서 분단이 되었고, 이렇게 아픔을 겪고 있다. 사실 그것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힘들어하고 있잖아요. 

Q.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이죠, 사실.

  그렇죠. 그래서 그런 책임에 대해서 누군가 한 명 정도는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김정은도, 트럼프도. 서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사실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게 군사훈련을 하고... 

Q. 사실 쓸데없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국방은 필요하지만.. 이게 얼마나 낭비에요.

  그렇지. 남북이 대치상황이니까, 자꾸 이 쪽으로 저 쪽으로 친구를 찾아다니는데. 사실 정상회담 할 때, 트럼프랑 김정은 만날때도 참, 미국은 대체 뭐야. 이런 생각 들었어요.

Q. 동영상 보여줬잖아요,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하면 북한이 이 정도로 발전하고, 밤에 찍은 지도를 보면 한반도 전체가 다 빛나는. 전 그거 보면서 협박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그거 보면서 나는... 돈이면 다야? 이런 생각.

Q. 경제개발 한다고 해서 그 때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러게. 그런 점에서 감정이 좀 불쾌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실 내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또 물어보길래 나름대로 대답해봤네요. (웃음)

Q. 혹시 책 쓰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책 내고 나서 고민은 있었어요. 내가 탈북자들을 이용해서 책을 쓴 것일까 하는. 그렇게 하면 정말 지금과 같은 분단상황에서 이 현실을 가장 드러내고 있는 이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인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내적으로 고민이 많았죠.

  어쨌든 탈북자들에 대해 글을 쓰는데, 그 사람들이 말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을거란 말이죠. 자기 이야기 잘 안 하거든요, 보통. 미디어가 시키는 말만 하지.

Q. 미디어가 시킨다구요?

  미디어가 시키는 말만 하고 속마음은 말을 잘 안 하죠. 관계가 깊어지면 얘기하겠죠. 집 찾아가서 같이 자기도 하고... 이렇게 해서 말들을 조금씩 듣기는 했는데, 내가 정말 그 얘기들을 잘 들은 것인가. 탈북자들과 관련해서 굉장히 자극적인, 뭐 예를 들면 여자들은 전부 인신매매 당하고. 그런 얘기들 많잖아요. 그런 자극적인 요소들 다 빼구요. 그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여기와서 또 잘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모란봉클럽, 그런 데 나오는. 그것도 전부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분들 이야기를 내가 제대로 들었나, 하는. 그런 문제 때문에 좀 힘들었어요.

Q. 혹시 주변에 있는 탈북자 분들에게도 책 소개 해주셨나요?

  선주에게 열 권 줬죠. 인쇄 나오고 하면 줄게, 나중에 또 맛있는 거 먹자, 아직 인쇄 안 받았다, 하구요. 열 권 보내주고, 수지한테도 한 권 줬는데. 선주씨 말은, 다 읽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하고 2일 뒤에 전화를 줬는데. 우리가 할 일을 선생님이 해 줬다고, 고맙다고 그러더라구요. 선주가 글을 잘 썼거든요. 그리고 잊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사실 그걸 잊지 말아야 되는데 잊고 있었던. 처음 와서 겪게 되는 그런 상황들 있잖아요. 그런 상황을 드러내서 많이 가슴이 무거웠다고 그러더라구요. 수지도 그랬죠. 너무 재밌었고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리고, 자기도 북한으로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힘들고 외로워도 다시는 북한으로 안 갈거라고 하더라구요. 되게 많이 울었대요. 또 걔가 잘 울기도 울어요. 매번 울어가지고 얘기를 잘 못 하겠다니까요. (웃음) 뭐 그랬어요.

  어제 부산일보에서 인터뷰 하러 작업실에 왔거든요. 뭐, 기자들이랑은 간담회나 인터뷰 하면 질문 많이 던지고, 그러거든요. 기자들 질문 예리하게 해요. 나는 산지니 출판사라고 그러길래, 누가 나오나 했더니 인턴 분이 나왔네요. 젊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낯선 소재이고 내용이기는 한데, 사실 우리 주위에, 탈북자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자기가 탈북자라는 거 잘 안 밝히거든요.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도 있어요.

  저는요, 우리가 부산 사람이다, 여기 출신이다, 라고 하듯이 탈북자들도 그렇게 할 정도면 분단은 이미 끝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그들이 여기에 와서 외롭다는 것은 한국 안에서도 분단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3만 명이 넘잖아요. 참 힘든 일이에요. 내가 쓰긴 썼지만. 근데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독자들은 두 나라 존속하는 것도 괜찮지 않냐고 하고, 나도 그게 안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 왕래는 해야 하잖아요? 그 얘기를 하고 싶어요.

Q. 적어도 일본과 한국은 관계가 그리 좋지 않다 해도 서로 여행도 자유롭고, 오가는 데 아무런 법적인 장벽이 없잖아요. 

  북한 사람들도 여기로 오고, 우리도 그 쪽으로 넘어가고, 그러면서 존속하는거죠.

Q. 굳이 한 국가를 이루지 않더라도.

  그렇죠. 이렇게 분단된, 갈라진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한국에서는 탈북자이다. 내 꿈은 그런거죠. 저 사람들이 정말로 우울증 안 걸리려면 왕래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을 읽게 될 독자들이 사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법한 이야기들이 있다면요?

  글쎄요… 뭐, 별로 없어요. 혹시 읽기 힘들었어요?

Q. 아뇨. 그런건 아니구요. 아까 작가님도 말씀하셨듯이 젊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별로 관심은 없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저 같은 사람에게 ‘이 책 괜찮더라’ 하면서 책 선물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웃음)

  누가 괜찮다고 추천해서 읽어보면 좋죠. 좋겠고. 중요한 것은, 이런 부류의 문학은 우리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잖아요. 바깥에 나가면 분단국가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우리나라에 대해서. 뭐, 문학이야 어느 나라나 다 있죠. 미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고, 프랑스에도 있고.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분단이기도 하고. 제가 분단문학을 쓰고 싶었던 것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를 가지고 글을 써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재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게 한국에서는 유일한 일이다. 탈북자들은 물론 영국, 캐나다... 외국에도 많이 살기는 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을 보는 외국인들의 시선과 한국인들의 시선은 너무나도 다르거든요.

Q. 해외에서는 그냥 똑같은 동양인 아닐까요.

  그렇겠죠. 그래서 한국에만 있는 일이고. 제가 좀 우울하게 쓰긴 했지만... 뭐 실제로도 그렇고요. 제가 또 참 재밌게 써야 하는데, 제가 글을 잘 못 써요. 재밌게. 스펙타클하게. 드라마틱하게. 이런 걸 잘 못 써요. (웃음)

Q. 소설이 꼭 그래야 하나요, 뭐. 

  젊은 친구들은 또 그런거 원하고 좋아하긴 하니까요.

Q. 사실 젊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 편이기는 하죠. 그래도 뭔가 교훈이라던가 메세지라던가, 그런 것이 잘 전달되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일본 소설은 잘 읽잖아요. 뭐, 추리소설 같은 것이라던지.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웃음) 아니 근데, 그게 느껴졌어요? 교훈은 아니야. 그냥 뭐 그런게 있다, 정도죠. 탈북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