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금요일 점심, 산지니X공간에서 인문학 강좌가 열렸습니다. 폭염은 이제 조금 가라앉았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햇빛이 굉장히 뜨겁고 바람은 온풍기라도 틀어놓은 것 같네요. <도시락 인문학 강좌>는 센텀시티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개최됩니다. 당연히 빈 속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겠죠? 양과 질의 측면에서 일반적인 것들보다 훨씬 더 좋은 도시락을 먹었답니다. 무려 16,000원! 그런데, 비싸지 않냐구요? 그 돈이면 두 끼를 먹는다구요? 아닙니다. 도시락도 0원, 강좌도 0원. 참석자들은 그저 방명록 작성 후, 도시락을 먹고 재미있는 강좌를 들으면 된답니다. 이번이 끝이 아니에요. 참석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도시락은 점점 더 맛있어지고 규모는 점점 더 커진답니다.

 








역시 비싼 밥이 좋긴 좋군요. 도시락에 연어와 갈비가 들어있을줄은 몰랐어요.







윤지양 연구교수 (부경대HK사업단 지역인문학센터)




<바다를 건너온 책들>



  <부경대HK사업단 지역인문학센터>의 주최로 열린 본 강좌는 근대 전환기 고종이 수집한 서양 서적(중역본)의 소장과 유통 현황을 살펴보고 역사적 의의를 알아보고자 하는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예상했던 인원수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정말 반가웠고, 전문적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강좌였습니다. 

  






  고종에 대한 일반대중의 인식은 어떨까요? 보통, 사람들은 일본제국의 한반도 병합에 대한 책임이 고종에게도 있다고 생각하죠. 물론 '을사 5적' 등 일본의 병합정책에 협조한 친일 관료세력들이 제1순위의 책임주체로써 제시되지만, 냉혹한 국제질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그저 간판만 '제국'을 걸어놓은 봉건지배계급의 수장이었던 고종 황제 역시 식민지지배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강좌에서는 다른 견해가 제시됩니다. 고종은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였고, 실제로 그 성과 또한 있었으나 일본에 의해 좌절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대한 제국을 무기력한 국가로, 고종 황제를 무능한 황제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망국책임론' 이라는 프레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망국책임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고종 정부의 무능함,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이기만 한 유교 이데올로기입니다. 이같은 한계 때문에 조선은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강대국이었던 일본의 식민지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사람들은 많이 생각하지만, 사실 이것들은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논리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죠. 각 개개인이 어떠한 역사관을 견지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역사의 주체를 어떤 집단으로 설정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고종 황제의 근대화 노력과 대한 제국의 성격에 대한 평가가 나뉘어질 수 있겠습니다. 관련 서적으로는, 이태진 교수의 <고종시대의 재조명> 이라는 저서를 윤지양 교수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 통상적인 시각과 상충되는 하나의 견해로써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고, 강좌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도시락 인문학 강좌> 는 언제 또 열릴까요? 글쎄요. 아직까지는 미정입니다. 좀 더 기다려봅시다. 특히 센텀시티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산지니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에 예민하게 반응해보세요. 맛있는 도시락도 먹고, 인문학 강좌도 듣는 일이 어디 흔한가요.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