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태웅 지음ㅣ산지니ㅣ160쪽
송태웅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새로운 인생'을 펴냈다. 그는 나해철 시인의 평처럼 '지리산 고독 시인'이라 할 만하다. 화려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군 마산면에 터 잡고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산다. 그가 써내려간 시편은 지리산 깊은 산속 같은 '고독'이, 그리고 그 정반대 사면에 '그리움'이 배어 있다. 1980년 광주의 5월 그날을 겪었고, 신산스런 삶의 파편을 껴안고 지리산의 절대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간 처처한 여정처럼. 그는 "나는 근 20년을 전원만 넣으면/자동으로 돌아가는 녹음기"('귀로') 같은 삶을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곳에서 뛰쳐나와 접해본 다른 세상도 시인에게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을 터다.
"오래 비워둔 방에 불을 넣고 누워/그대 머리칼 사이 불에 남은 미간/생각하며 밝아오는 새벽이 있다/어제는 두 해를 다녔던 직장에서/퇴직금 타 가라고 전화가 왔고/배급 끊겨 무장해제당한/대한제국의 군인처럼/파장한 오일장터를 서성거렸다"('새벽에 쓰는 시')
티끌처럼 사소한 삶에도 비탄은 깃들기 마련이고 삶의 고독은 꾹꾹 눌러 파묻은 깊이만큼이나 가슴 시리게 그리움이 꿈틀거리기 마련이다. "수박이라고 심었더니/드디어는 박이 열리던 것처럼/엉뚱하게 돌아가는 생이/오히려 진리인 것도 같다/바다를 건너고/사막을 항해해야만/다시 너를 만날 수 있을까/아침 마루에 나가면/밤새 퀭해진 내가 거울 속에 있었다"('벽지를 보며')
시인은 "고독하고 외로운 자만이 모든 것의 혈육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의 영혼이 될 수 있다"고 노래한다. 그리고 온기 있는 인간의 숲에 다다른다. "리어카 가득/들깻단을 싣고 가는 노부부/앞에서 끌고/뒤에서 생을 밀고 가는/늙은 전사들"('안개') 고독 속을 걸어 나와 그가 다다를 '새로운 인생'이 궁금하다.
송태웅 시인은 2000년 계간 '함께 가는 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람이 그린 벽화' '파랑 또는 파란' 등이 있다.
내일신문 안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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