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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아시아총서

신간 <다르마키르티의 철학과 종교>

by 아니카 2011. 5. 15.

다르마키르티(Dharmakīrti, 法稱, 600∼660)는 7세기 이후 불교학, 인도철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불교철학자이자 논리학자입니다.
그렇지만 다르마키르티의 주저인 『프라마나바르띠카(Pramāṇavārttika)』(量評釋)는 너무나 난해해서 그것을 해명하는 작업은 지금까지 달팽이걸음이답니다.
이 책은 『프라마나바르띠카』의 게송을 해석하여 논고함으로써 다르마키르티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언어이론과 다르마키르티의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신의 존재증명에 관한 이론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르마키르티가 살았던 시대는 ‘집단적 열광, 신앙부흥운동, 종교기관, 교회당, 예배의식, 경전, 그리고 행동규범 등 형식에 속하는 종교의 장식들을 강조’하는 세속의 종교가 만연한 시대였답니다.
이 종교는 교회나 성직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신이나 절대자를 만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또한 신을 믿고 신을 경배하며 신에게 제사지내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 전도했습니다.
교회는 세속화되어갔으며 인간은 더욱 의타적이었고, 종교는 타락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아집에 사로잡힌 지금의 종교의 모습 같지 않나요?
7세기면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니요.
비애가 느껴집니다.

그때 다르마키르티는 말합니다.
모든 인간의 합목적적 행위에는 ‘바른 인식’이 선행한다고.
바른 인식 없이는 해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다르마키르티의 생각이었습니다.
다르마키르티는 자기와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만이 자기를 구원할 것이며 세상을 구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르지 못한 인식과 그것에 의해 생긴 애착의 마음에 지배되기 때문에 열등한 곳으로 가서 태어난다. 따라서 그것을 끊는 자는 [다시는] 생사윤회의 세계에 태어나지 않는다.

mithyājñānatadudbhūtatarṣasaṃcetanavaśāt /

hīnasthānagatir janma tena tacchin na jāyate // (PVⅡ.260b;261a)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세계의 12대 사상가를 들라고 한다면 서양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칸트, 화이트헤드 등을, 동아시아에는 주자, 왕필, 원효 등을, 인도에는 나가르주나(용수), 바수반두(세친), 다르마키르티(법칭), 상카라 등을 들 수 있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권서용 선생님 말씀입니다.

존재론적 전통이 강한 서양사상과 실천론적 전통이 강한 동양사상의 경계에서 존재론적 전통과 실천론적 전통을 매개할 수 있는 사상으로, 다시 말하면 철학적 전통과 종교적(윤리적) 전통을 매개할 수 있는 사상으로 바로 불교, 그중에서도 디그나가로부터 출발하여 다르마키르티에 의해 완성되는 불교인식논리학을 들 수 있답니다.
이것도 저는 잘 몰랐습니다.
역시 번역하신 권서용 선생님 말씀입니다.
권서용 선생님은 다르마키르티의 인식론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으셨으니 아마 맞을 겁니다.

지금 서구의 종교적 열망을 충족시키고 있는 티베트불교는 바로 다르마키르티의 철학과 종교의 지반 위에 구축된 가르침이랍니다.
티베트스님들은 다르마키르티의 텍스트를 외우지 않으면 종교에 입문할 수 없을 정도랍니다.


사실 이 책은 저도 그 내용이 좀 어려워 다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막연하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만 짐작할 뿐이지요.
448쪽이나 돼서 분량이 많기도 하고, 번역하신 선생님께서도 시간이 꽤 걸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책이든 쉬운 책이는 책의 가치는 독자입니다.
보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책이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의외로 이렇게 어려운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어려운 문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책이 너무 쉽게 읽히면 어쩐지 맨송맨송하고, 깊은 생각을 안 하게 된다나요?
이런 책들이 차근차근 곱씹어 읽어보면 깊은 맛이 나긴 하지요.
여러분들도 그 깊은 맛을 느껴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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