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번째 일기입니다. 산지니와 함께 한 지도 2주가 흘러갔습니다. 약속된 한 달이라는 시간에서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아쉬우면서도 남은 반을 더 잘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는 조갑상 선생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었습니다. 2009년 산지니출판사에서 나온 소설집이죠. 총 8편의 단편집으로 묶인 『테하차피의 달』은 참 읽기 편한 소설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작품으로나마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실 소설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지만 그리 많은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막상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땐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 위주로 고르곤 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특히 젊은 작가들입니다. 아무래도 톡톡 튀는 글들이 제 눈에는 잘 들어오더라고요. 유명한 작가분이라 하더라도 조금 연륜이 있으신 분들의 글은 잘 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가 정말 독서를 너무 편식하며 지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은 이번에 산지니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되며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개성 넘치는 글들만 좋아했던 저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글만 좋아했던 제게 오히려 그런 글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문장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참 쉽게 써졌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불온한식탁』처럼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소설집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너무 '새로운 것'에만 눈을 돌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문장은 참 편안했습니다. 그 편안함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새로움에서 발견하는 재미만큼이나 편안함 속에도 글을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편안함 묻어난 선생님의 문장은 꾸준히 글을 써오신 선생님의 연륜이 묻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소설집을 다 읽고 다짐했습니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꾸준히 오래 쓰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말이죠. 새로운 것을 쓰는 것도, 잘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펜을 놓지 않고 꾸준히 쓴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론 아직 등단도 하지 못하고,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본 적 없는 학생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펜을 놓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처럼 편안한 글,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써야겠습니다.
이제 2주 뒤 인턴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졸업작품을 쓸 계획입니다. 두 편의 단편 소설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번 한 달의 인턴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이 나올진 모르지겠만 기대가 되네요. 물론 하얀 공간을 문장으로 채워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졸업식에서 우리 과 졸업 작품집을 받을 땐 뿌듯하겠지요.
마지막으로 8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남깁니다. 글을 쓴다는 게 버거워질 때마다 한 번씩 들춰 읽어봐야겠습니다. 오래 쓰는 사람이 되려면 말이죠. ^^
딸을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서 나는 아내의 무덤을 찾았다. 딸애가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는 게 하나의 매듭으로 보엿다. 떼가 자라지 못한 무덤은 겨울 햇살이 가득해도 쓸쓸하기만 했다. 하늘이 너무 시리도록 푸르러 눈물이 났다. 몇 번이나 이제 일어나고자 하면서도 나는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물기가 마른 눈가를 비비는데 다시 눈물이 솟았다.
(…)
원망은 이제 내게로만 돌아와 자라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 주는 조갑상 선생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었습니다. 2009년 산지니출판사에서 나온 소설집이죠. 총 8편의 단편집으로 묶인 『테하차피의 달』은 참 읽기 편한 소설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작품으로나마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실 소설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지만 그리 많은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막상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땐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 위주로 고르곤 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특히 젊은 작가들입니다. 아무래도 톡톡 튀는 글들이 제 눈에는 잘 들어오더라고요. 유명한 작가분이라 하더라도 조금 연륜이 있으신 분들의 글은 잘 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가 정말 독서를 너무 편식하며 지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은 이번에 산지니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되며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개성 넘치는 글들만 좋아했던 저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글만 좋아했던 제게 오히려 그런 글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문장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참 쉽게 써졌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불온한식탁』처럼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소설집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너무 '새로운 것'에만 눈을 돌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문장은 참 편안했습니다. 그 편안함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새로움에서 발견하는 재미만큼이나 편안함 속에도 글을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편안함 묻어난 선생님의 문장은 꾸준히 글을 써오신 선생님의 연륜이 묻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소설집을 다 읽고 다짐했습니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꾸준히 오래 쓰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말이죠. 새로운 것을 쓰는 것도, 잘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펜을 놓지 않고 꾸준히 쓴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론 아직 등단도 하지 못하고,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본 적 없는 학생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펜을 놓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처럼 편안한 글,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써야겠습니다.
이제 2주 뒤 인턴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졸업작품을 쓸 계획입니다. 두 편의 단편 소설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번 한 달의 인턴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이 나올진 모르지겠만 기대가 되네요. 물론 하얀 공간을 문장으로 채워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졸업식에서 우리 과 졸업 작품집을 받을 땐 뿌듯하겠지요.
마지막으로 8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남깁니다. 글을 쓴다는 게 버거워질 때마다 한 번씩 들춰 읽어봐야겠습니다. 오래 쓰는 사람이 되려면 말이죠. ^^
딸을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서 나는 아내의 무덤을 찾았다. 딸애가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는 게 하나의 매듭으로 보엿다. 떼가 자라지 못한 무덤은 겨울 햇살이 가득해도 쓸쓸하기만 했다. 하늘이 너무 시리도록 푸르러 눈물이 났다. 몇 번이나 이제 일어나고자 하면서도 나는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물기가 마른 눈가를 비비는데 다시 눈물이 솟았다.
(…)
원망은 이제 내게로만 돌아와 자라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아내를 두고」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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