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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두 번째 일기 - 꾸준히 쓰는 사람 (『테하차피의 달』을 읽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4.

  벌써 두 번째 일기입니다. 산지니와 함께 한 지도 2주가 흘러갔습니다. 약속된 한 달이라는 시간에서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아쉬우면서도 남은 반을 더 잘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는 조갑상 선생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었습니다. 2009년 산지니출판사에서 나온 소설집이죠. 총 8편의 단편집으로 묶인 『테하차피의 달』은 참 읽기 편한 소설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작품으로나마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실 소설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지만 그리 많은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막상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땐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 위주로 고르곤 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특히 젊은 작가들입니다. 아무래도 톡톡 튀는 글들이 제 눈에는 잘 들어오더라고요. 유명한 작가분이라 하더라도 조금 연륜이 있으신 분들의 글은 잘 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가 정말 독서를 너무 편식하며 지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은 이번에 산지니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되며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개성 넘치는 글들만 좋아했던 저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글만 좋아했던 제게 오히려 그런 글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문장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참 쉽게 써졌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불온한식탁』처럼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소설집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너무 '새로운 것'에만 눈을 돌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문장은 참 편안했습니다. 그 편안함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새로움에서 발견하는 재미만큼이나 편안함 속에도 글을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편안함 묻어난 선생님의 문장은 꾸준히 글을 써오신 선생님의 연륜이 묻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소설집을 다 읽고 다짐했습니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꾸준히 오래 쓰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말이죠. 새로운 것을 쓰는 것도, 잘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펜을 놓지 않고 꾸준히 쓴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론 아직 등단도 하지 못하고,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본 적 없는 학생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펜을 놓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처럼 편안한 글,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써야겠습니다.

  이제 2주 뒤 인턴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졸업작품을 쓸 계획입니다. 두 편의 단편 소설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번 한 달의 인턴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이 나올진 모르지겠만 기대가 되네요. 물론 하얀 공간을 문장으로 채워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졸업식에서 우리 과 졸업 작품집을 받을 땐 뿌듯하겠지요.

  마지막으로 8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남깁니다. 글을 쓴다는 게 버거워질 때마다 한 번씩 들춰 읽어봐야겠습니다. 오래 쓰는 사람이 되려면 말이죠. ^^




  딸을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서 나는 아내의 무덤을 찾았다. 딸애가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는 게 하나의 매듭으로 보엿다. 떼가 자라지 못한 무덤은 겨울 햇살이 가득해도 쓸쓸하기만 했다. 하늘이 너무 시리도록 푸르러 눈물이 났다. 몇 번이나 이제 일어나고자 하면서도 나는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물기가 마른 눈가를 비비는데 다시 눈물이 솟았다.
  (…)
  원망은 이제 내게로만 돌아와 자라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아내를 두고」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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