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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세 번째 일기 - 결국,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김곰치 작가를 만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11.


  날짜도 기가 막혔다. 77일 목요일 김곰치 작가를 만났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난 후부터 난 계속 긴장 상태였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까 하나하나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입술 옆에 물집까지 생겼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한다
. 낯가림이 심하고 성격도 소심해서 누군가 함께 모이는 자리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있으면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처음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가 정색을 하며(본의 아니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나를 좋아라하진 않는다. 이런 내가 새로운 사람, 거기다 내가 꿈꾸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혼자 끙끙 앓고 있다 결국 어차피 해야 될 일, 편안히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만덕역에 내리자마자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김곰치 작가를 만나기 전,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지하철을 탄 개미를 읽었다. 버스를 타고 만덕역으로 갈 수 있었으나,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였기 때문일까. 나는 지하철을 타고 만덕까지 갔다. 김곰치 작가는 도서관 앞에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김곰치 작가와 나는 도서관 옆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특수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근데 특수한 시간이 뭔지 안 궁금해요?"
  “, 여쭤 봐도 될까요?”
 
몇 번의 실패를 했지만, 어제부터 다시 또 금연을 시작했거든요.”
 
첫 대화는 금연으로 시작됐다. 지금 금연 중이니 다소 까칠할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란다는 김곰치 작가의 말에 오히려 난 조금 긴장이 풀렸다. ‘작가를 만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내게 김곰치 작가의 첫 마디는 10년을 넘게 금연을 꿈만 꾸고 있는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곰치 작가의 지하철을 탄 개미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르포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라고 재밌게 읽었다고 말했다. 김곰치 작가와 르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 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 글쓰기라는 것은 옳은 것이 무엇이냐를 자기한테 질문하게 되어 있다. 원래 안 그런 사람도 글을 쓰다보면 사람이 되어 간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은 면이 있다.
- 좋은 글, 쓰기 힘들다. 사람들이 읽고 문제의식을 가질 말한 글을 쓰는 것이다.
- 나는 치열한 기행문을 쓴다. 어떤 부분에서는 소설처럼 세심하게 묘사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료를 언급한다. 누구나 쓰기는 쉽지만 정말 제대로 된 완성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다. 치열한 기행문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르포가 되게 되어 있다.
- 르포는 정말 쓰기 쉽다. 누구도 겁낼 필요가 없다. 최대한의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단수 판단력도 필요하고 문장도 잘 써야 한다. 나는 퇴고를 많이 했다. 문장도 많이 신경을 쓴 르포였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자기 문장 욕심을 내면 르포는 예의에 어긋난다. 정확하고 정직한 문장을 써야 한다. 소설도 그렇다. 연기를 잘해야지 자기 꾸미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르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간단하게 자판기 커피도 한 잔 했다. (, 자판기 커피 정말 맛있었습니다! 달달한 커피 참 오랜만이었어요!)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소설 『빛』이야기로 넘어갔다. 나는 크리스찬이긴 하지만 『빛』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 '조경태'는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저는 경태가 참 좋더라고요. 특히 정태가 연경이에게 마음속으로 욕하는 부분은 경태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었어요."
  "경태는 약간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성격이 있어요. 근데 그 부분 쓰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 장면 쓰기가 제일 힘들었다. 내가 거의 마지막까지 쓰면서 그 장면을 정말 힘들어 했어요. 마음속으로 욕하는 건데 굉장히 큰 사건처럼 보이잖아요. 소설을 잘 쓴 거죠. 욕망이 분노로 표출된 게 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경태와 정연경의 이야기가 흘러 흘러 그렇다면 '연애 소설'에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까지 넘어 갔다. 김곰치 작가에겐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그래서 김곰치 작가의 말이 더 잘 귀에 들어 왔다. 지금 우리 문학에는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김곰치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서 어른스럽게 명쾌하게 다루면 정말 좋을 거예요
. 그걸 읽으면 사람들이 연애를 잘하게 되죠. 쓸 때 없는 감정 소비를 안 하게 되잖아요. 연애 성공률이 높아져요. 그거 얼마나 좋은 소설이에요. 연애소설에서는 이런 걸 다뤄야죠. 소설은 인간학인데……."

  김곰치 작가는 소설은 인간학이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곰치 작가와 나는 디지털도서관에서 만덕역까지 걸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를 한 후 집에 와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곱씹어봤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 마음에는 한 가지가 깊이 남았다. 그날 나누었던 이야기 결론은 결국, 이곳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정말 인간학이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지를 말해주는 것이 '문학'이었다.


  대학교를 들어오면서, 많은 친구들과 소설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1학년 그 새내기가 뭘 안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혼자 다짐을 했었다. 이제 졸업반이다.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다짐을 이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할 때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 이야기,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를 쓰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내가 그래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나의 그 평생 다짐에 있다. 이제는 나를 깨뜨리고 부대끼며 살아야겠다.
  결국,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하니 쉬운 일이 아니네요.
  김곰치 선생님의 모습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합니다. (선생님, 사진 마음에 드세요? ^^)
  선생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인도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 마음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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