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라는 시간이 참 짧네요. 벌써 제가 산지니출판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지 4주가 지났습니다. 가는 시간은 붙잡을 수 없다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딱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더 의미있는 주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번 주는 작가 인터뷰 대신 산지니출판사에서 나온 『부산을 쓴다』를 읽었습니다. 작가 인터뷰도 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을 꼭 읽고 4주를 마무리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28명의 부산 작가가 함께 엮은 소설집 『부산을 쓴다』는 부산의 여러 장소들은 소재로 쓴 짧은 소설들을 모은 책입니다. 동래읍성부터 이기대까지 부산의 여러 장소들이 나오는 소설이라 그런지 더 흡입력 있게 읽혔습니다.
읽으면서 또 하나 놀란 것은, 부산에 이렇게나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었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분량의 소설을 쓰는 것보다 이렇게 짧게 쓰는 소설이 더 어려운 법인데 (제가 활동하는 소설 동아리에서는 학기 초에 꽁트를 써서 발표하는데요. 그때마다 짧게 쓰는 게 더 어렵다는 걸 깨닫곤 합니다. ^^) 그 짧음 속에 부산뿐만 아니라 마음속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담긴 아름다운 소설집이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지막 책으로 고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산지니출판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중에 일산에 위치한 기독교 출판사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어찌 이런 인연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산지니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았으면 이런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우연은 없다고 하는데, 인연은 무시할 수가 없구나'라는 여러 가지 생각들 말이죠.
제가 부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재밌게 읽었을 수도 있지만 이 소설집에 있는 소설들은 지역에 국한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향수를 부산에 살지 않더라도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많아 더욱 손에서 놓기 힘든 소설집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제 두 달여 후면 저는 부산이 아닌 일산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24년 제 평생을 부산에서 살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사실 조금은 겁도 납니다. 그래서 일산으로 올라 갈 때 『부산을 쓴다』를 꼭 챙겨가려고 합니다. 집이 생각날 때면 이 책을 읽어야 겠어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이번 한 주였습니다. 산지니출판사에서 함께 한 4주,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당신 상상할 수 있나요.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전해질 수도 없는 편지를 쓰는 400년 전 한 사내의 심정을. (…) 그곳엔 우체국이 없어서 이 편지를 부칠 수가 없습니다. 담에 이 세상 삶 다 산 후에 내가 직접 가지고 가겠습니다. 우리 그때 함께 손잡고 400년 전 그 부부를 찾아가 봅시다. 그 부부도 그곳에서 다시 만나 살갑게 사랑하며 살고 있겠지요. 그때까지 잘 있어요. 당신의 아내가. (「편지」- 정태규 (본문 pp.20-21에서 발췌))
+)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갑니다. 늘 좋은 말씀 해주시면서 격려를 아껴주시지 않았던 강수걸 사장님, 큰언니 같이 이끌어주신 김은경 편집장님, 그리고 제 옆에서 따뜻하게 챙겨주신 권문경 디자이너님, 또 항상 소녀같은 모습으로 함께 해주신 권경옥편집장님! 감사합니다. 대학 시절 마지막 방학, 산지니출판사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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