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후기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닌 놀이터다. 책이 많은.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서평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3. 29.

 

여러 사람의 다채로운 일상을 쓴 에세이 시리즈, ‘일상의 스펙트럼’ 8권의 주인공, 김지우 작가님은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사서이자 작가입니다. 어릴 적 소설가라는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책과 가까이 하는 삶을 즐기고 계신 듯합니다.

전 소설가 지망생, 현 작가이자 사서의 이야기를 전 작가 지망생, 현 준사서 자격증 보유자이자 산지니 출판사의 신입 편집자인 저의 시점에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도서관이 정숙한 분위기에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닌 놀이터처럼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저 또한 학창시절에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 놀러 가거나, 직접 도서부를 맡아 책과 가까이 지냈던 학생이었습니다. 서가 사이의 공간에 숨어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했었던 기억도 나네요.

 

참신한 서비스가 시도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서비스가 ‘메이커스페이스’다. (중략) 초기에는 3D프린터가 대표적이었는데 요즘은 레이저 커팅기, 재단기, 머그프레스, 우드버닝기 등 각종 만들기 장치나 웹툰용 태블릿, 유튜버를 위한 1인 미디어실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시설들도 들어오고 있다.
-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메이커스페이스’로 변신, 책만 읽는 곳은 옛말 中 (PP. 57~58) -

 

 

제가 다니던 대학교 도서관 건물 1층에도 영화 관람이나 PC 사용이 가능한 공간과 사람들과 회의할 수 있는 프라이빗 룸, 잠을 잘 수 있는 수면실 등이 있었어요. 재학 중에는 그러한 시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사용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곳이었던 옛날의 도서관과 현재의 도서관은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답니다.

 

작가는 이전과 많이 달라진 현재의 도서관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일하는 사서의 현실적인 모습도 알려줍니다. 이용자가 대출, 반납하는 책을 주거나 받아 정리하는 일만을 반복하여 정적인 직업이라고 오해하기 쉬운 사서라는 직업의 여러 동적인 업무에 대해 쉽게 표현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 업무가 힘들어진 2020년과 2021년, (중략) 실제로 많은 도서관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전문 인력도 아니고, 아무런 교육도 없고, 당장 편성된 예산도 없고, 시키는 사람도 딱히 방향이 없는데 하라니까 해야 하는 일이다. (중략)
-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라! 中 (P. 64) -

 

개인적으로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최대한 다방면의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상반기에 클래식으로 알아보는 역사 강연을 다뤘다면 하반기에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공존의 삶을 다룬다. (중략)
-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독서진흥을 위한 다양한 행사 中 (PP. 80~81) -

 

일하는 곳이 강북구이기 때문에 ‘강북이’라는 이름의 거북이 캐릭터를 구상했다. 바다에서 책이 읽고 싶어 육지로 올라왔고, 등껍질은 가방으로 사용하고, 이름은 읽을 강(講), 책 북(Book)이라고 붙였다.
-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캐릭터 ‘강북이’와 주제가 ‘굳이가’ 中 (P. 83) -

 

사서가 서고 관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당시 도서부 학생들이 도서관 행사를 준비하는 걸 보고 도왔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출판 편집자가 원고 교정교열을 포함한 다양한 업무를 하는 것처럼요.

언컨택트 시대와 MZ세대의 눈맞춤에 따라가기 위해 유튜브 개설 등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하는 도서관의 모습은 사서라는 직업을 더욱 동적으로 보이게 하는 듯합니다.

사서에게 필요한 문헌적 지식이 아닌, 이용자들이 알지 못했던 도서관과 사서의 모습을 작가의 경험담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었기에, 도서관과 거리를 두고 있는 예비 독자분이 이 책을 읽는다면 도서관 그리고 사서와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국어국문학과와 문헌정보학과를 공부하면서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었었고, 밤새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한 적도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최근의 저에게 도서관은 공부를 위한 자료가 보관되어있는 곳 혹은 공부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과거 제가 도서관을 자주 와 놀이터처럼 재밌게 놀고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각 작가들의 경험을 에세이로 쓴 일상의 스펙트럼시리즈는 책 크기가 작고 얇기도 두껍지 않아, 많은 독자가 쉽게 꺼내어 읽어볼 수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 장르인지라 내용도 어렵지 않아,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를 기반으로 시리즈의 다른 도서들도 한 번씩 읽어보고자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