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상 소설가님의 해양문학 『아버지의 바다』는 남태평양 지남2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산지니 출판사에서는 책의 날을 맞아, 지난 4월 21일 소설가님과 구모룡 문학평론가를 모시고 함께 『아버지의 바다』 북토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버지의 바다』 북토크의 이야기를 빌려, 이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소설가님은 북토크에서 『아버지의 바다』 주인공 ‘일수’가 지남2호 조난 사고의 생존자이신 문인리 선생님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인물임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지남2호 조난 사고는 1963년 12월 30일, 사모아 해역에서 마주한 삼각파도로 인해 23명의 선원이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한 사고입니다. 선원 4명이 구조요청을 위해 멀리 떨어진 섬을 향해 수영하였으나 문인리 선생님을 포함한 2명만이 섬에 도착할 수 있었고, 구조를 위해 바다로 나갔지만 이미 바다가 선원들의 목숨을 앗아가 버렸던 슬픔과 안타까움이 소설에 녹아있습니다.
일수 등이 헤엄을 치기 시작한 해역에 닿은 것은 그날 오후 3시 무렵이었다. 해류가 뗏목을 끌고 갔으리라 여겨지는 남남서 방향을 염두에 두고 반경 300마일의 인근해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사람은커녕 뗏목의 흔적조차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일수의 충격은 이루 말로 다 형용할 수가 없었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지금 비행기와 함께 바다로 추락한다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 <산 자와 죽은 자> 中 (P. 235) -
소설가님의 말에 따르면, 조난사고의 생존자이신 문인리 선생님은 남은 생존자로서 타 선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그들을 대신하여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고 합니다. 소설가님은 2017년 2월, 부산일보에 보도된 문인리 선생님의 지남2호와 관련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이에 대한 작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주인공 ‘일수’는 어릴 적부터 섬에서 자라 수평선 너머의 세상을 궁금해하였고, 어서 배를 타고 출항하기만을 기다립니다. 출항한 뒤 밤이 되어도 잠들지 않고 브리지에 남아, 뱃길을 익히고 하늘의 새까지 알아보려는 ‘일수’의 적극적인 모습이 잘 보였습니다.
소설가님은 많은 독자에게 해양문학을 알리기 위해 이 『아버지의 바다』를 쓰셨는데요. 전공자가 아니셨음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해양문학을 통해 바다에서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에 대해 이해시키기 위해 해양에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책 본문 중 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나, 해양사와 관련된 부분을 깊이 있게 묘사한 부분이 소설가님의 학구열을 잘 나타내었습니다.
보숭(Boatswain/Bo-sun)이라 칭하는 갑판장은 유리에 ‘다마띵고’라는 로프 망을 씌우는 일, 어구―에다(Branch line:枝繩)에 요리도리(Swivel)를 달아 그 밑에 세키야마(Wire leader)를 연결한 후 아이(Eye)를 만들어 낚시를 단 것―를 만드는 일, 고기를 들어 올리는 하카대(Hook)를 만드는 일, 대나무를 적당하게 잘라서 유리 부이(Buoy)에 연결할 수 있도록 묶는 일, 라이트(光) 부이 및 라디오 부이에 연결 줄을 만들고 보호망을 씌우는 일 등 할 일이 태산 같았다.
- <세토나이카이> 中 (P. 45) -
‘일수’의 배, 항해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은 소설가님의 해양 문학에 대한 열정과 닮아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수는 지금 선교에서 딱히 할 일은 없었으나 브리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뱃길을 익힘과 동시에 하늘의 나는 새까지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초사님, 저는 브리지에 좀 더 있다가 내려가겠습니더.”
(중략) 한구 옆에서 잔심부름이라도 하겠다는 시늉으로 일수는 선교에 남았다.
- <한국 원양어업의 아버지> 中 (P. 18) -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장 ‘출항’ 부분에서 ‘일수’의 내면 심리를 잘 나타내는 시를 인용한 부분이었습니다. 어릴 적 ‘일수’의 아버지는 선주이자 망쟁이(어로장)였고, ‘일수’는 바다로 향하는 아버지를 동경하였습니다. 어느날 거대한 태풍은 아버지의 어업을 망쳐버렸고, 뇌출혈로 사망한 아버지의 어업을 이어받은 ‘일수’의 내면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였습니다.
네 뼈로 내 뼈를 세우리
네 살로 내 살을 보태리
네 몸을 이루는 바다로
삶의 부력을 완성하리
은빛 비늘의 눈부심으로
무디어진 내 눈물을 벼리리
(중략)
두 손 모아 네 몸엣것 받으리
뼈라고 할 것도 없는 그 뼈와
살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 살과
차마 내지르지 못하여
삼켜버린 비명까지
- <출항> 中, 김태정 「멸치」 전문,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P. 12) -
단순히 ‘일수’의 이야기나 생각을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것보다, 시를 인용하여 표현한 부분은 독자의 입장에서 ‘일수’의 심리가 더욱 와닿게 느껴집니다. 술에 취할 때 마다 가족에게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마냥 좋아하지 못했지만, 뱃사람으로서의 아버지를 동경했던 ‘일수’의 내면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해양문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에, 『아버지의 바다』 북토크를 듣고 바다에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육지에서 일어나는 사건만을 조명하느라 이러한 해양사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김부상 소설가님의 『아버지의 바다』와 같은 해양문학을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못한 해양사를 드러내는 것이 더욱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소설가님 역시 해양문학이라는 장르가 많은 독자에게 알려져, 해양에 관한 관심이 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셨습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해양문학을 이해하고 입문하기에 적합한 책이 이 <아버지의 바다>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바다』 북토크 영상을 보시고 책을 읽으신다면, 해양문학과 『아버지의 바다』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P.S. 오늘은 세계 해양의 날입니다. 『아버지의 바다』 와 함께 해양의 날을 즐기시는 건 어떨까요?
▶ 『아버지의 바다』 북토크 영상 링크
▶ 『아버지의 바다』 북토크 후기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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